[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경주 최부잣집. 부를 일구는 것은 어렵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것처럼, 부를 이어가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그렇게 부를 쌓으면서도 세간의 칭송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부자를 질시한다. 돈과 권력에는 그만큼 시샘하는 눈길이 따라붙는다. 그렇기에 부와 권력을 지닌 이들은 그 눈길을 피해 더 높은 곳으로 가고, 공고한 자신만의 성채를 짓는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지키려 한다. 황혜진이 쓴 책, 《경주 최부잣집은 어떻게 베풀었을까?》는 그와 반대로 절제와 중용을 실천하며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들 속에 머물렀던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를 읽기 쉬운 문체와 그림으로 담아냈다. 경주 최부잣집이 대를 이어 실천했던 부에 대한 철학, 진정한 명문가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최부잣집에는 여섯 가지 가훈이 있었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이는 부와 권력을 동시에 탐하지 말라는 경계였다. 부가 생기면 권력이 탐나고, 권력이 있으면 부가 탐나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부를 지키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양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벼슬만 하고 중앙 정계에 진출하는 큰 벼슬은 욕심내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 고위공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유교사회였던 조선 500년 동안 한반도 곳곳에는 많은 가문이 생겼고, 이들 가운데는 명문가로 꼽히며, 승승장구한 곳들이 꽤 많다. 그러나 이 명문가라고 하는 곳들에는 그저 고래등 같은 기와집만 있을 뿐 제대로 된 철학이 전해지지 않는 곳이 흔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처럼, 곳간이 차면 자연스레 베푸는 마음이 생겨날 법도 하건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아무리 곳간이 그득해도 갈증이 나고, 더 많은 재물을 가지고 싶고 그 많은 재산을 꽁꽁 움켜쥐고 사는 것이 일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무려 300년 동안이나 깨끗한 재물, 적정한 재물을 유지해 칭송받는 가문이 있다. 바로 ‘경주 최부잣집’, 경주 최씨 가암파 가문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취할 수 있을 때 취하지 않고, 모든 것을 쓸 수 있을 때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은 부단한 자기수양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 책,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최부자 가문에서 어떻게 이 어려운 일을 해냈는지, 그 저변에 흐르는 정신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경주 최씨 가암파 가문은 최진립을 파시조로 하여 12세손인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