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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로움의 상징 흰 꿩(白雉)을 왕실 연호로 써라

[맛있는 일본이야기 299]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5월 25일자 AFP 일본통신은 호주 멜보른 근교에서 희귀한 흰색 제비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조류전문가로 환경교육지도자인 밥윈터스 (Bob Winters) 씨가 어렵사리  흰색 제비를 찍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선천성색소결필증 제비라고 했다. 순백색의 제비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것으로 현지 언론은 2010년 영국에서 보고 된 것 외에 손에 꼽을 만큼 희귀종이라는 반응이다. 현대 조류학의 눈으로 보면 순백색 제비는 정상이 아닌 새지만 희귀성으로 보면 무척 귀한 존재이기도 하다.

호주에서 발견된 흰색 제비 이야기를 듣자니 고대 일본의 흰 꿩 이야기가 생각난다. 흰 꿩이 등장하여 나라의 연호를 백치(白雉, 하쿠치)라고 한 왕은 효덕왕(孝德天皇)이다. 서기 650년 2월 9일 나가토(長門, 지금의 야마구치현) 지방에서 국사(國司)인 쿠사카베가 흰 꿩을 잡아 효덕왕에게 바쳤다. 백치 연호를 쓴 기간은 4년 정도뿐이지만 조정에서는 쿠사카베가 오노야마에서 잡아 헌상한 휜 꿩을 보고 조정에 상서로운 일이 일어 날 것으로 생각하여 성대한 의식을 거행하고 연호(일본에서는 원호라 함)를 백치라고 하였다.

 

   
▲ 효덕왕(왼쪽)과 그의 누나 제명왕

효덕왕은 이미 645년 대화개신으로 천황자리에 오른 뒤였으나 5년 뒤인 650년에 흰 꿩으로 말미암아 연호를 바꾸고 자신의 왕위 등극을 축하하는 상서로운 기운으로 여겨 연호를 백치(白雉)로 바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권력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연호를 백치로 바꾼 뒤 4년 만에 제명왕(薺明天皇)에게 권력을 넘겨주게 된다.

한편, 나가토에서 헌상된 흰 꿩은 연호의식을 마친 뒤에 다시 고향으로 보내졌으며 이 지방 사람들은 휜 꿩을 조정에 선물한 덕에 3년간 세금(포‘布’)을 면제 받았다고 한다. 흰 꿩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서기> 권 제25의 효덕왕편과, 권 제22의 추고왕(推古天皇)편, 권 제29의 천무왕(天武天皇)편에도 나온다. 아울러 일본의 사서 속에는 흰 꿩 말고도  흰색의 새가 조정에 자주 헌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휜 꿩은 오늘날로 말하자면 ‘선천성색소결핍증’의 새지만 천여 년 전 이들 흰색 계통의 새들은 왕실의 신성과 상서로움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