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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사랑하다 조선땅에 묻힌 아사카와 타쿠미

[맛 있는 일본이야기 318]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철없이 떠나온 야마나시의 청년
조선땅에 첫발 디디던 날
흰 옷 입은 식민지 백성들 따뜻이 맞이했지

백자에 밥을 담아 먹고
백자에 김치를 담아 먹고
백자에 막걸리를 마시는
백자의 나라

제국주의 일본이 최고인줄 알던 스무살 청년
오천년 조선의 역사와
백자를 무시로 쓰는 높은 문화에
그만 빠져 든 세월

조선옷을 입고
조선의 문화를 사랑하다
조선에 묻힌 희고 맑은 영혼
망우리에서 영원히 잠들다 
  <이윤옥 시,  ‘아사카와 타쿠미’>

 

   
▲ 아사카와 다쿠미 영화 <백자의 사람>, 다쿠미 생전 모습(오른쪽)


일본 야마나시현 출신으로 조선 문예운동에 힘썼던 아사카와 타쿠미(淺川巧, 1891∼1931)의 무덤이 깨끗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몇 해 전 찾은 망우리 무덤에는 잔디도 많이 벗겨져 안타까웠었는데 말이다. 서울시가 시립승화원을 통해 지난 9월부터 망우리공원묘지 안에 있는 아사카와 타쿠미의 무덤에 잔디를 새로 심고 계단석도 새로 정비했다니 모처럼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 야마나시현 호쿠토시 시라쿠라 마사시(白倉政司) 시장 등 '아사카와(淺川) 형제 추모회' 관계자 30여명이 지난 10월 2일 방한했다.

아사카와는 1914년 어머니, 형 노리다케와 함께 조선에 와서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조선의 문화에 애정을 갖게 되는데 특히 백자에 쏟은 그의 사랑은 훗날 ‘백자의 나라’라는 책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그는 조선의 백자와 도자기, 가구 따위를 모아 '조선민족미술관'을 설립했으며, 이 미술관의 소장품은 훗날 국립중앙박물의 큰 자산이 되기도 됐다.

아사카와는 조선을 알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조선옷을 입었으며 적은 월급을 아껴 조선인들을 위해 쓰는 등 진정한 조선 사랑을 실천한 일본인이다. 특히 식민시기에 조선에 건너온 많은 일본인들이 게걸스럽게 값나가는 고문서와 도자기, 민예품을 수집하여 일본으로 가져갔는데 견주어 아사카와는 “조선의 것은 조선에 두어야 한다.” 는 지론으로 자기가 모은 조선 민예품은 물론이고 본인 자신도 죽어 조선땅에 묻히기를 원했으니 이 보다 조선을 사랑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1931년 그가 마흔 살의 나이로 급성 폐렴에 걸려 죽자 조선인들은 서로 상여를 메길 자청했다. 아사카와 타쿠미는 지금 망우리공원묘지에 잠들어 있으며 2012년에는 그의 공적을 기린 영화 '백자의 사람: 조선의 흙이 되다'가 개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