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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글날, 우리말이 여기저기서 짓밟혀요

[편집국에서] 한글날에 바라본 짓밟히는 우리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제569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부근에서는 한글 28대 사건, 그 역사를 되살리다.” 그림전과 청농 문관효 쓴 훈민정음 큰빛붓글씨전 등 다양한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한글날을 맞아 쓴 입맛만 다시고 있다. 그것은 우리 국민 누구나 한글을 세계 으뜸 글자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에서 한글을 짓밟는 일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길옆 팻말에는 일본말 "노견"이 버젓이 쓰여 있다.

   
▲ 어떤 팻말은 한술 더 떠서 "노견"을 우리말로 한답시고 그대로 한글화하여 "길어깨"라고 해놓았다.

   
▲ 시골 버스정류장에 "BUS STOP"라고 영어로 써놓았다.(왼쪽), 오른쪽처럼 그저 "버스"라고 써놓아도 될 것을...

우선 길에 가다 보면 길가에 세워진 팻말에 노견이란 말이 버젓이 쓰여 있다. 이 노견은 일본말 로카타(路肩,ろかた)를 그대로 한글화한 것이다. 그에 더하여 이 노견을 우리말로 번역답시고 길어깨라고 적어 놓은 곳이 있다. “갓길이란 우리말을 놔두고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그런가 하면 시골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에 “BUS” 또는 “BUS STOP”라고 쓴 까닭은 무엇일까? “버스 타는 곳이라고 쓰면 어디 덧이라도 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러다 보니 동체가 나오고 의기羊羊이 나오며, 롯데백화점 광고에는 맞짱 뜨자라는 뜻이 담긴 국적불명 영어 “Fighting”도 나온다.

 

   
▲ 한 음식점에서 화이트데이에 환 광고 "썸心동체", 또 다른 음식점은 "의기羊羊"이란다. 도대체 뭘 말하는지?
 
   
▲ 롯데백화점 광고에서는 "맞장 뜨다"라는 뜻이 담긴 국적불명의 영어 "FIghting"가 등장한다.

 

   
▲ 신문 기사의 제목에 "근老자 시대", "레드키胃" 같은 잡탕 글자가 등장한다.

   
▲ 시진필을 한자 "習"으로 줄여쓰고, "以中制北"이라는 신종 사자성어가 등장하며, "花르르"라는 이상한 잡탕 글자도 보인다.

기업이나 상인들이야 돈을 벌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고 하지만 언론이나 정부도 여기에 질세라 난리다. 신문 기사 제목을 보면 자 시대라 하여 느닷없이 한자가 등장하고, 중국 시진핑 주석을 이라 쓰는 것은 또 무엇인가? 레드키는 뭐며, “以中制北은 무슨 뜻이고 土城엔 벚꽃잎만 르르라는 기막힌 잡탕글은 왜 나오는가?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부의 광고도 들여다보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없이 쓰셨나요?” 하고, 국제농업박람회는 UP”이라 했으며, 경찰청은 안전은 지키GO, 사고는 줄이GO”라는 펼침막을 내건다. 그런가하면 동해시는 트는 동해”, 전라북도는 스코리아 전북쌀”, 문화재청은 궁궐”, “국토교통부는 ”ALL 차량좌석이라며 마구 우리말을 짓밟는다. 

 

   
▲ “₩없이", “농UP”, "지키GO"처럼 정부기관이 특수기호나 영어를 써서 광고를 한다.

   
▲ 지방자치단체 동해시는 "動트는 동해"라고 하고 전라북도는 "米스코리;아 전북쌀"이라는 해괴한 잡탕글자 광고를 한다.

   
▲ 문화재청은 "궁궐愛서"라는 잡탕 글자, 국토교통부는 "ALL 차량ㆍ좌석"이라며 영어로 광고한다.

물론 우리말을 사랑하는 광고들도 있다. 부산시는 두근두근 희망부산이라 하여 영어 없이 지자체 광고를 하고 있고, 강릉은 솔향강릉이라고 아름다운 솔향기를 전해준다. 서울시는 시청 귀빠진 날이라며 귀여운 우리말 광고를 한다. 서울의 인덕대학은 영어나 한자 하나 없이 인덕앓이”, “기댈 인덕같이 우리말 광고를 해서 큰 손뼉을 받았다.  

이렇게 얼마든지 아름다운 정감어린 우리말 광고를 할 수 있는데도 굳이 영어를 쓰고 어려운 한자를 쓰며 심지어는 한글에 영어나 한자를 억지로 붙여서 쓰는 잡탕 글자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발 우리의 위대한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통곡하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강릉시의 "솔향강릉", 부산시의 "두근두근 희망부산", 서울시의 "시민청 귀빠진 날"은 우리말로도 멋진 광고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서울 인덕대학교는 "기댈 언덕", "인덕 앓이"라는 우리말 광고를 하여 큰 손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