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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남일기] 집집마다 겨울채비 들어간 우리 마을

[우리문화신문 = 양인선 기자]



             촌부로 산다는 것
 
                                                이한꽃
  
     도시사람들
     단풍 나들이 호들갑 떨 때
     이곳 아낙들
     달달한 햇살 아래
     애호박 썰어 말린다
 
     제법 큰 읍내 수퍼에 가면
     봉지 봉지 중국산 시래기
     호박꼬지 말린 가지
     지천이건만
 
     올해도
     집집마다 내걸린
     메주며, 시래기, 애호박, 도토리는
 
     짧은 가을볕
     길게 즐길 줄 아는
     촌부의 깊은 사랑 이다
 
 
   
 가지런히 썰어 말리고 있는 애호박을 보니 아기자기한 주인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한 겨울 도토리묵을 쑤어 먹기 위해 말리는 도토리
 
   
 손주들 오면 볶아줄 땅콩도 따스한 가을볕 속에 잘 마르고 있다
 
   

 구수한 된장 찌개에 넣을 버섯도 썰어 말려둔다

 

   
 겨우내 먹을 마늘도 처마밑에 자리하고 있다
 
   
 겨울 먹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청이 담장안에 은근히 걸려있다
 
   
 소박한 시골집 처마 밑에 달린 메주 덩어리
 
   
 김장용 무를 남기고 땅을 파서 묻어둘 무
 
   
 무청을 손질하는 사람들
 
가을이 깊어가나 했더니 어느새 성큼 초겨울 문턱에 들어섰다. 이곳 향남의 들판에도 겨우살이 채비로 집집마다 바쁘다. 튼실한 무를 저장하는 집, 도토리며 고추, 시래기, 애호박을 썰어 말리는 집, 메주를 쑤어 매단 집 등 겨울의 길목에 확연히 들어섰음을 느낀다.
 
요새 유행하는 모양새 특이한 전원풍의 주택 하나 없는 우리 마을이지만 집집마다 마당가에  내걸린 메주며, 시래기, 지난 가을 뒷산에서 주워온 도토리며 애호박, 네쪽으로 칼집낸 가지 까지 겨울 식탁에 오를 이 녀석들을 생각하면 벌써 군침이 돈다.
 
시인 정지용이 노래하듯 우리 마을은 예쁠 것도 없이 사철 발 벗은 아내가 이삭 줍는그런 소박한 마을이다. 가을 단풍놀이에 울긋불긋 차려 입고 도시 사람들이 고속도로를 달굴 때 우리 마을 아낙들은 차분히 짧은 가을 햇살을 아끼며 겨울 먹거리를 챙겼다. 한겨울 무공해 나물을 고소한 들기름을 듬뿍 넣어 무쳐내면 그 어떤 황실의 밥상보다 맛날 것이라는 생각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