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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천년종이 한지가 탄생한 의령 뉘비산에 가볼까?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688미터 '국사봉'(뉘비산)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경상도에서는 누에를 뉘비라고 부른다. 누에는 견직물의 원료인 고치실을 얻는 데 있다. 이 뉘비를 닮았다고 해서 뉘비산이라고 부르는 산이 있다. 국사봉이다. 의령군 봉수면 서암마을 뒤쪽에 자리잡고 있다. 높이가 688미터이다. 이 국사봉의 정상부분에 바위 여러 개가 있는데 이 바위들을 남쪽인 앞쪽에서 바라보면 누에머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한 마리 큰 누에가 서쪽을 향해 기어가는 듯이 길게 누워있는 형상으로 보이기에 누에산 즉 뉘비산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뉘비산이라고 부르는 이 국사봉 자락에 대동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우리의 천년종이 한지가 여기서 탄생했다.  

고려시대에 국사봉 중턱에 대동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이 절의 주지인 설씨 스님이 어느 봄날 닥나무 껍질을 계곡의 물속에 담가 두었더니 나무껍질이 불어나면서 섬유질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스님은 이를 보고 하도 이상해서 이것을 바위 위에 널어놓았더니 종이 형태의 물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연구를 거듭하여 지금의 한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곳 서암이 한지의 원산지인 셈이다. 한지는 주로 농한기인 겨울철에 생산을 하는데 이 한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이 좋아야 하고 겨울철에도 물이 흘러야 한다. 따라서 신반천이 흐르는 이곳 서암마을과 하류인 부림면 신반리, 그리고 유곡천이 흐르는 유곡면 마두마을 등 세 곳에서 주로 한지를 생산했다.  

한지를 한창 생산할 때는 전국에서 절반 정도를 생산했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한지는 신반장을 통해 전국에 유통되었다. 그 당시에는 전국에서 종이를 사기 위한 상인이 신반장에 모여들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매년 10월 신반장날에 한지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109일 신반장날과 10일에 신반시장 일원에서 제8회 의령한지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우리의 종이인 한지에다 먹으로 글을 쓰면 천 년 동안 간다고 한다.  

한편 대동사는 사라지고 없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오래전에 빈대가 너무 많아 스님들이 스스로 떠나 버렸다고 한다.  

서암마을에서 뉘비산인 국사봉으로 오르는 산행길인 등산로가 나 있다. 등산로 길이는 2.1km이다. 한 시간 정도 오른다. 서암마을에는 한지전시관과 한지체험관도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깊은 가을과 함께 소박한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가보자. 한지의 탄생 이야기가 서려 있는 한적한 시골 자락에 우뚝 서 있는 뉘비산이라 부르는 국사봉을 찾아 오르면 가을의 정취와 더불어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