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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夜)한 밤?”, 엉터리 한자어 만들어 내는 언론

김효곤의 우리말 이야기 1

[우리문화신문=김효곤 기자] 

김효곤 기자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다. 평소 우리말 사랑을 실천하고 교육하는 교사로서 우리말에 대한 지식과 잘못된 말글살이에 대한 분명한 쓴소리를 독자들에게 전할 계획이다. 김효곤 기자를 통해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올바른 말글살이를 가꿔나갔으면 좋겠다.(편집자말)

어느 텔레비전 방송에서 한동안 서바이벌 동거동락이란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사람들이 원말인 동고동락(同苦同樂)” 대신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고 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동거(同居)”가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동거동락을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듯합니다. 인터넷 신문들은 대부분 그렇게 쓰고, 몇몇 중앙 일간지들조차 잘못 쓴 것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까짓것 좀 바꾸어 쓰면 어떠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한두 글자 살짝 바꿈으로써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여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느냐는 생각이지요.  

그러나 고생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동고동락의 본뜻을 생각하면, ‘고생은 쏙 빼놓고 즐거움만 누리자는 쾌락주의 세태가 말에서도 드러나는 듯싶어 씁쓸합니다. 이러다 보면 아이들은 어쩌면 동고동락의 바른 뜻을 끝내 알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텔레비전 방송에서 나오는 "동거동락", “야(夜)한 밤”, “최강(崔强)” 따위 엉터리 한자말은 우리말을 짓밟는 일이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언론의 이처럼 엉뚱한 말 만들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어느덧 사십 년 가까이 됐나요? 권투 선수 홍수환의 저 유명한 사전오기(四顚五起)”가 실제로는 정확히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언어의 의미 구조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얕은 지식을 과시하며 만든 말들이 아무 제약 없이 널리 퍼지는 걸 보자니 한심스럽긴 했지만, 그 또한 이 경박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새로운 한자말 만들기는 특히 일본 언론 쪽에서 많이 하고 있고, 별 세 개가 상표인 재벌회사 광고에서 특히 많이 이용하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회사는 초창기부터 일본 것 베끼기로 유명했지요.) 

이후로도 ()한 밤”, “최강(崔强)” 따위 새로운 한자어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한자 좀 아는 척하는 사람들의 횡포라고나 할까요. 분명히 얘기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한자를 거의 쓰지 않아도 되는 나라입니다. 아직 한자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중년 이상 세대들이 일본 흉내 내서 한자 섞어 쓰는 것은 일종의 잘못된 향수병 아닌가 싶습니다.  

* 저는 일상생활에서 한자 섞어 쓰는 것은 반대하지만 한문 공부는 꼭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하나의 학문으로서, 특히 선조들의 유산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한문 공부를 해야 하지요. 다만 초등학교부터 가르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