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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의 조선문화를 21년간 캔 김달수 선생

[맛 있는 일본이야기 33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김달수 선생(1919-1997)이라고 하면 나는 왠지 모를 그리움을 갖고 있다. 선생을 만난 것은 책을 통해서였지만 왜 진작에 살아 계실 때 찾아뵙지 못했나 하는 후회도 든다. 선생은 장장 21년 동안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그곳에 남아있는 조선과 관련된 유적지를 생생하게  답사 형식으로 글을 써서 일본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선생이 발로 뛰어 현장을 확인하고 쓴 《일본 속의 조선 문화(日本の中の朝鮮文化)》라는 책은 일본어로 쓰여졌다. 이 책은 모두 12권으로 1970년에 시작되어 1991년 12권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는 <12권>째 머리말에서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이 책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21년 동안 일본 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고대 한국의 문화 유적지를 찾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한국 고대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김달수 선생은 일본의 “황국사관”에 대해 매우 우려를 했다. 그는 《일본 속의 조선 문화》를 쓰면서 숱한 독자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오사카에 사는 한 독자는 "일본의 역사는 다시 써야한다."고 했으며 선생의 일본 속의 조선 문화 유적지 글을 본 독자들이 앞 다투어 자기 지역에도 와서 역사적인 사실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들은 자기 지역에 남아 있는 고대 한국 관련 유적지의 실체를 알고 나서 자신들이 제대로 된 일본 역사를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일본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 김달수 지은 《일본 속의 조선 문화(日本の中の朝鮮文化)》

김달수 선생은 10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일본대학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가나가와 신문(神奈川新聞)〉기자를 거쳐 해방 뒤에는 〈민주조선(民主朝鮮)〉이란 잡지를 창간했고, 여기에 일제강점하 한국 민족의 고뇌와 저항을 그린 작품 〈후예의 거리〉를 연재해 작가로서 정식 등단하게 된다. 이어 재일교포 차별문제를 주제로 한 〈현해탄〉·〈박씨들(박달)의 재판〉·〈태백산맥〉·〈밀항자〉 등의 작품을 잇달아 내놓아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일본사회에서 주목 받는 작가의 위치를 굳혔다.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은 그의 작품이 “조선인들의 진실한 삶을 일본인 앞에 드러냄으로써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바꿔 보려는 시도를 일관된 문학적 주제로 삼고 있다.”고 평했다. 나 역시 선생의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또한 12권에 이르는 《일본 속의 조선 문화》 책을 읽으며 종종 일본 답사를 하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한국인 독자를 위해 이 책의 한글 완역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나 역시 선생의 발자취를 쫓아 12권에 해당하는 지역을 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