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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우리나라 고서화가 잘 썩지 않는 까닭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26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도구로 문방사우(文房四友)의 하나인 먹은 언제부터 썼을까요? 우리나라 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물을 보면 일본의 정창원(正倉院)에 소장되어 있는 먹 2점입니다. 배 모양으로 된 이 먹은 먹 위에 “신라양가상묵(新羅楊家上墨)”, “신라무가상묵(新羅武家上墨)”이란 글씨가 찍혀 있어서 이 먹이 신라에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남 창령군 의창 다호리 목관묘에서 출토된 붓은 붓이 출토된 고분이 기원전 1세기를 앞뒤로 한 원삼국시대 것임에 비추어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먹을 썼음을 미루어 알 수 있지요.

또한 중국 명나라 도종의(陶宗儀)가 쓴 《철경록(輟耕錄)》에 고구려에서 송연묵을 당나라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담징이 제묵법을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삼국시대에 이미 좋은 먹을 만들고 먹의 쓰임이 많았음을 알려줍니다. 조선시대에는 황해도 해주(海州)에서 만든 먹이 그 질이 뛰어나게 우수하여 나라에 진상하고, 중국과 일본에 수출하였으며, 평안도의 양덕(楊德)에서 만든 송연먹은 향기가 좋기로 이름이 높았다고 전해지지요.

 

   
▲ 보물 제1880호 <"단산오옥" 글씨 새겨진 고려 먹>, 국립청주박물관

먹은 송진을 태워서 만드는 ‘송연묵(松煙墨)’과 기름을 태운 그을음으로 만드는 ‘유연묵(油煙墨)’으로 나뉘는데, 송연묵은 주로 목판이나 목활자 인쇄에 쓰고, 유연묵은 금속 활자 인쇄에 썼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먹의 물리적 특성을 들면, 빛깔이 검은 것은 물론 오래될수록 빛깔이 바라지 않고 더욱더 깊은 맛이 난다는 것과 썩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고서화가 잘 썩지 않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