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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활약한 고대한국의 비구니 법명과 이원

맛 있는 일본이야기 350>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비구니 법명(法明)은 백제 사람이다. 제명왕(齊明天皇) 2년(656)에 대신 가마타리(鎌子)가 병을 앓았는데 온갖 처방에도 낫지 않았다. 이에 법명이 아뢰길, <유마힐경>은 아주 좋은 경전이니 이를 독송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자 왕이 허락하여 독송하였는데 채 독송이 끝나기도 전에 병이 나았다. 왕과 신하들이 아주 기뻐하였다. 찬하여 이르길, 중국에는 도형이라는  비구니가 있어서 <유마경>을 강설하면 듣는 이들이 구름처럼 모였다고 한다. 법명이 한 번 더 독송하자 다 읽기도 전에 고질병이 다 나았으니 그 효험이 어찌 도형보다 못하겠는가? 그로부터 담해공(淡海公)은 흥복사에서 유마회를 열었고 백제 비구니의 발자취는 참으로 아름답다.”

이는 14세기 일본의 불교책인 《원형석서(元亨釋書)》에 나오는 백제 비구니 법명의 이야기다. 법명은 조정의 권력자인 가마타리의 병을 <유마경>으로 씻은 듯이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인물이다. 그런가 하면 백제의 법명에 버금가는 비구니가 있는데 그 이름은 이원(理願)이다. 이원은 714년 11월 11일 김원정(金元靜)등의 신라 사신 20명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불법(佛法)을 널리 전하다가 귀국하지 않은 채 일본에서 735년에 입적했다.

 

   
▲ 백제 비구니 법며과 고대 한국승들의 해적이 담긴 책 《원형석서(元亨釋書, 1322년)》

 

이원은 일본에 건너 간 뒤 고급관료의 부인이 병에 걸렸을 때 치료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의 정황이 《만엽집》에 나오는데 관료의 부인이 마침 온천에 치료차 나가 있을 때 부인의 딸과 함께 그 집에 머물던 이원이 갑자기 죽게 되자 부인의 딸이 슬퍼하며 지은 노래가 《만엽집》에 2수 실려 있다.

그런데 신라 비구니 이원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구니 이원을 일제강점기에 총독부가 ‘내선일체용으로 활용하라’는 교과 지침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원은 훌륭한 신라 비구니인데 신라인이 일본인이고 일본인이 신라인인즉 이 훌륭한 비구니를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라는 것이었다. 1941년 총독부의 <각학과교수지침>에 따르면 “제5학년 2학기의 국어 시간 3주차에 “신라의 비구니를 내선일체의 예로 가르칠 것”이라고 구체적인 교사 지도지침이 나와 있는 것이다.

먼 이국땅에서 치료승으로 이름을 날린 백제 비구니 법명과 신라 비구니 이원은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일본 사서에 그 이름을 남기고 있으니 참으로 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