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도쿄 김영조 기자] "강연을 듣고 나서 관람객들이 그림을 대하는 모습이 더욱 진지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이라는 말이 실감나듯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시된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고요. 아쉬운 것은 이번 특별강연 날짜를 전시 막바지에 갖게 된 점입니다. 좀 더 일찍 강연날짜를 잡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이는 어제(14일) 오후 2시, 도쿄 고려박물관에서 열린 "침략에 저항한 불굴의 조선여성들(侵略に抗う不屈の朝鮮女性たち)"에 관한 이윤옥 시인의 특강이 있은 뒤 주최 측인 고려박물관 회원들과의 뒤풀이 자리에서 나온 말이었다.
정말 통쾌한 강연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여성들의 불굴의 의지를 유창한 일본어로 유감없이 낱낱이 밝힌 이날 강연은 고려박물관 7층 전시실을 가득 메운 청중들과 2시부터 5시까지 무려 3시간 동안 중간 휴식 없이 진행되었다. 다소 긴 3시간이었지만 한국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거침없는 이윤옥 시인의 열띤 강연에 청중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숨을 죽이며 경청했다.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한 청중들은 자연스레 일제침략의 역사를 새삼 상기한 듯 질의응답 시간에는 20여 명이 다투어 "일제침략기에 대한" 질문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냈고 이윤옥 시인은 기다렸다는 듯 유머를 곁들인 명쾌한 답변으로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손뼉을 받았다. 특히 일본인 청중들에겐 무거운 주제였을 듯 했지만 간간이 터지는 폭소와 함께 우레와 같은 손뼉은 그들이 이 강연을 얼마나 감동을 받고 침통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지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지난 해 11월 3일부터 올해 1월 29일까지 도쿄 고려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윤옥 시인의 시에 이무성 화백이 그린 30점의 "침략에 저항한 불굴의 조선여성들(侵略に抗う不屈の朝鮮女性たち) -시와 그림으로 엮는 독립운동의 여성들(2)(詩と畵でづづる獨立運動の女性たち(2)-" 시화 작품을 중심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독립운동가애 대한 이번 강연은 한국내에서의 독립운동과 해외에서의 활동이라는 두 축으로 엮어냈다.
이윤옥 시인은 특히 학생, 기생, 해녀 그리고 광복군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당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에 대한 열띤 강연으로 전시장은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90여명의 청중들로 가득한 강연장은 3년 전 제1회 전시회 특강시의 160여명에 견주면 다소 적은 인원이었지만 그 열기만은 3년 전을 뛰어 넘었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는 질의응답 시간을 지난 특강 때보다 길게 가졌는데 청중들은 일본의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평생 보고 듣도 못한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아울러 이들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이윤옥 시인과 이무성 화백에 대한 '노고'에 커다란 손뼉으로 끊임없이 존경을 보냈다.
"한국 사회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입니까?
"남북 사이에서는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정보교환이나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광복 후,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은 어땠습니까?"
"앞으로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태극기는 독립운동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쉴 새 없이 쏟아진 질문에 이윤옥 시인은 마침 기다렸다는 듯 명쾌하고 때론 유머스러운 답변을 해 청중들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현재 120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6권 째 냈으나 앞으로 200명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또 이번 전시회에는 모두 30점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3・1만세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에는 200명을 모두 그린 작품을 가지고 일본에서 다시 전시하고 싶습니다." 라고 이윤옥 시인은 향후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일본내에서의 전시 포부를 말했다.
이날 특별 강연회는 교토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일본한국문인협회 회장인 김리박 시인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와 일조협회군마현지부(日朝協會群馬縣支部)의 후지와라 레이코(藤原麗子)씨, 조선통신사의 정신을 현대에 살리는 모임인 가와고에 국제교류퍼레이드(川越唐人パレ-ド)실행위원 사무국장인 오가와 미츠루 (小川滿) 씨 등 많은 도쿄 외 지역 인사들도 참여해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일제국주의가 저지른 조선침략에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바치며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라고 가와사키에서 강연을 들으러 온 이토 노리코(伊藤典子)씨는 말했다.
혐한시위와 소녀상 갈등으로 최근 한일 사이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이번 이윤옥 시인의 특강에 양심있는 일본 시민들은 일제의 조선침략에 저항하여 불굴의 투지로 목숨을 건 투쟁을 한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침략의 역사를 아는 것,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한일 관계의 '더욱 발전된 내일에의 첫걸음'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강연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제2회 도쿄 고려박물관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전시 작품 30점】이무성 한국화가 그림 (가나다순)
고수복, 김귀남, 김나열, 김락, 김마리아, 김숙경, 김알렉산드라, 김영순, 김옥련, 김온순, 김인애,김점순, 김필수, 문재민, 방순희,박애순, 신정숙, 오정화, 옥운경, 양방매, 이의순, 임봉선, 유관순, 장매성, 전월순, 정현숙, 조화벽, 채혜수, 최갑순, 한이순
【제2회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
* 곳 :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
* 때 : 2016년 11월 2일 ~ 2017년 1월 29일
* 한국 연락처 : 02-733-5027, 일본 연락처 : 03-5272-3510
* 고려박물관 가는 길
JR야마노테선(JR山手線)을 타고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내려(출구는 한곳임) 출구로 나와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한인 상점이 나란히 있는 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 다음 블록이 쇼쿠안도리(職安通り, 직업안정소가 있는 거리)로 그곳에 고려박물관이 있다. 한국 수퍼 '광장' 건너편에 있다.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일본과 코리아(남한과 북한을 함께 부르는 말)의 역사,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풍신수길의 두 번에 걸친 침략과 근대 식민지 지배의 과오를 반성하고 재일 코리안의 생활과 권리 확립, 그리고 재일 코리안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전하기 위해 고려박물관을 설립하였다.” 고 고려박물관 사람들은 설립 취지를 말하고 있다. 고려박물관을 세운 사람들은 약 80%가 일본인이며 20여년을 준비하여 2009년 도쿄 신오쿠보에 문을 열었다. 박물관 운영은 순수회원들의 회비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