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에 대해 3월 21일 마이니치(毎日新聞)에서는 일본어 로마자 표기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 정부가 2020년부터 실시할 예정인 ‘학습지도요령개정’에서 초등학생의 로마자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일선에서 “로마자표기 혼란, 교사들 단일화 요구”라는 제목을 달았다.
2020년부터 강화되는 로마자표기가 무엇이기에 교사들이 혼란을 호소하는 것일까? 일본의 로마자 표기는 훈령식(訓令式)과 헤본식(ヘボン式) 두 종류가 있다. 헤본식이란 미국인 제임스 커티스 헵번(James Curtis Hepburn, 1815~1911)이 일본에 선교사로 와서 일본문자의 로마자화를 고안한 사람으로 이를 가리켜 헤본식이라고 부른다. 훈령식(訓令式)은 명치(明治) 때 일본인 학자들이 만든 로마자 표기다.
현재 일본의 로마자 표기의 원칙은 훈령식(訓令式)을 사용하게 되어 있지만 이름이나 지명, 여권의 이름표기 등은 거의 헤본식을 많이 썼다. 치시로다이역(千城臺驛) 경우 지금까지는 헤본식으로 CHI SHI RO DAI였던 것을 앞으로 훈령식(訓令式) 표기라면 CHI SI RO DAI라고 해서 SHI가 SI로 바뀌어야한다는 이야기다.
생선회의 경우도 사시미(さしみ)를 헤본식은 SA SHI MI 지만 훈령식에서는 SA SI MI가 된다. 간단한 것 같지만 그동안 헤본식 표기를 많이 써왔던 시민들로서는 혼동스럽고 골치아픈 이야기다. 사실 필자도 일본어를 한국의 자판에서 쓸 때 헤본식으로 쓰는 게 익숙해져 있는데 일본사람들이야 어떨까 싶다.
헤본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본어 음의 대부분은 모음과 자음의 2문자로 표현하므로 헤본식이 훨씬 쓰기 쉬울뿐더러 외국인이 훈령식으로 발음을 하면 어색한 일본어가 된다.”고 하면서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은 “특단의 이유가 없는 한 내각고시가 정한 훈령식(訓令式)을 따라야한다.”라고 못 박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2020년이 되면 정부 바람대로 일본어의 영어표기가 훈령식(訓令式)으로 바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