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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카이의 아버지 방랑시인 마츠오 바쇼

[맛 있는 일본 이야기 393]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가는 봄이여 / 새는 울고 / 물고기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이는 일본의 하이카이(俳諧, 5.7.5조로 이뤄진 일본의 정형시) 시인 마츠오 바쇼(松尾 芭蕉, 1644~1694)가 방랑의 길에 나설 때 도쿄를 떠나며 부른 노래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바쇼의 시 속에는 봄을 노래하던 새들도 울고, 심지어는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물고기들조차 가는 봄이 아쉬워 눈물을 흘린다. 이 노래는 가는 봄의 아쉬움과 함께 자신이 몸담고 있던 도쿄를 떠나는 아쉬움을 담고 있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하이카이의 시성(詩聖), 하이카이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마츠오 바쇼의 유명한 시 몇 편을 다시 감상해보자.

 

오랜 연못에 / 개구리 뛰어드는 / 물 텀벙 소리

한적하구나 / 바위에 스며드는 / 매미소리

말을 하려니 / 입술이 시리구나 / 가을 찬바람

잿속 화롯불 / 사그라들고 / 눈물 끓는 소리



 

5.7.5(일본어 기준)라는 글자 수를 맞춘 극히 절제된 노래 하이카이지만 간결함 속에서 계절이 주는 정서라든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그 어떤 이미지가 군더더기 없이 나름대로 잘 전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츠오 바쇼는 미에현(三重県) 하급무사 집안의 24녀 가운데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무네후사(宗房)19살 때 번()의 영주 후계자 도도 요시타다(藤堂良忠)와 하이카이를 통해 교분을 쌓았으나 요시타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자 고향을 떠나 교토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29살 때 근세 일본의 정치 중심지였던 에도(도쿄)로 올라와 변두리 오두막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한 이후 여행과 은둔 생활을 반복하다가 51살 때 여행지였던 오사카에서 숨을 거둔다.

 

바쇼는 살아생전에 그다지 큰 이름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사후에 제자들을 중심으로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추모 붐이 일어나 150주기에 해당하는 1843년에는 '하나노모토 대명신(本大明神)'이라는 신호(神號)를 받을 만큼 시성(詩聖)으로 추대되었다. 지금도 일본의 교과서에 그의 하이카이가 단골로 소개될 정도로 일본의 대중과 지식인 사이에 사랑받는 시인으로 알려진 그의 대표작 <오쿠노호소미치(細道)> 등은 많은 나라 말로 번역되어 일본 고전문화 이해의 길잡이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쇼후하이카이(蕉風俳諧, 바쇼풍 하이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만의 독특한 경지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방랑시인으로 특히 생의 후반부인 41살부터 51살로 숨을 거두기까지 한곳에 정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여행을 통해 깨달은 자연과 인생에 대한 편린(片鱗)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극히 짧은 노래인 하이카이는 당시 만연하던 언어유희라는 비판 속에서 바쇼라는 천재시인의 등장으로 품격 높은 하이카이로 완성되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직 봄은 가지 않았지만 짧기만 한 봄이 꽃 한번 피고 금새 가버리고 나면 바쇼처럼 물고기 눈의 눈물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