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앱들의 공통점은 모두 ‘공공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공공데이터들은 일정한 작업을 거쳐서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앱들로 변신한다. ‘정보’라는 건 가만히 둘 때는 기록에 불과하지만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돈이 되기도 한다. 공공데이터가 어떤 가치가 있고, 어떻게 돈이 되는지 알아보자.
이제 막 슬기전화(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2009년 겨울 무렵,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 우리나라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국민 앱으로까지 불리던 ‘서울버스’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개발했다는 뉴스였다. 이 서울버스 앱은 대단히 거창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정보를 활용한 것일 뿐이었는데 무엇 때문에 이슈가 되었을까?
각 지자체에서 만든 버스정보 사이트와 앱을 연결해 시민들이 보기 편한 형태로 제공하자는 것이 서울버스 앱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기도에서 만들어놓은 버스 정보시스템의 데이터가 문제가 됐다. 버스정보 사이트에 접속이 몰리면서 인터넷 사용이 차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계속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소송도 불사한다는 경고도 오갔다. 다행히 며칠 뒤 사태는 원만히 해결되었지만 이 서울버스 앱은 공공데이터가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계기이자 물꼬를 튼 사건으로 기록됐다.
공공데이터, 뭐에 쓰는 물건인가요?
말 그대로 ‘공공데이터’는 공공기관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들이다. 각 분야별 공공기관들이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산출된 데이터들이 공공데이터이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의 전체 예산이 얼마이고, 각 부처별 어떤 곳에 얼마만큼의 예산이 집행되는지를 집계한다. 건설교통부는 현재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정보라든지 새로 건설되는 고속도로나 국도, 지방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또 산업자원부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원유량 및 단가, 각 정유소에서 주유소까지의 공급 가격 등에 대한 데이터를 통계화해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이 바로 공공데이터이다 물론 이것은 일부 부서에 국한되는 미미한 데이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 공공기관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정보들이 정부 도서관의 한 구석에 보고서 형태로 처박혀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행정자치부장관은 공공데이터의 효율적 제공을 위해 통합제공시스템(공공데이터 포털)을 구축·관리하고 활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률에 의거해 우리나라의 모든 공공데이터는 ‘공공데이터 포털(http://data.go.kr)’에 개방되어 공유하도록 되어 있다. 2011년 오픈한 공공데이터 포털은 여러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한 곳에서 제공하기 위한 통합시스템으로, 데이터 개방과 공유를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과 개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이에 따라 공공데이터 포털은 공공데이터를 일반 파일 형태나 개발자들을 위한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인포스래픽 가튼 데이터 시각화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2017년 6월 25일 현재, 빅데이터 포털은 684개 기관에서 20,737개의 파일 데이터, 2,364개의 API, 44개의 표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용자 및 개발자의 몫이다. 예를 들어,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제공하는 오픈 API 중에 맛집 정보가 있다. 각 지역별, 지자체별, 메뉴별 정리가 되어 있는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누구나 전국 맛집 앱을 만들 수도 있다. 전국을 일일이 뛰어다니면서 조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낼 필요도 없다. 공공데이터는 많은 분야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의 사업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 기존 기업들의 불경기를 헤쳐 나갈 돌파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데이터 활용 빛나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활용하고 있는 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 2015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대만, 태국 4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아시아 오픈데이터 해커톤 행사를 보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공공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월드와이드웹 재단에서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공공데이터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5위에 올랐다. 준비도, 개방도, 활용도 등 3개 분야에서 각 나라의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이 얼마나 잘 수립되고 추진되는지 평가하는데 영국이 1위에 올랐고 캐나다, 프랑스, 미국에 이어 한국과 호주가 5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앞으로도 공공데이터의 개방을 더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건축물 에너지 정보, 인공지능(AI) 의료영상진단 정보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지능형·융합형 정보와 사회 현안 문제해결이 가능한 국가 중점데이터 15개를 개방하기로 했다. 또 해양수질 정보, 지점·차로별 교통소통 데이터 등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 가운데 민간 수요가 높고 신규·고부가가치 서비스 개발이 가능한 분야별·지역별 21개 공공데이터의 개방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데이터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혁시켜나가는 데 일조할 지 지켜볼 일이다.
AhnLab 콘텐츠기획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