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바다 하늘 다한 곳 풍경도 뛰어나
만 이랑 푸른 물결 노닐어 풍류 멋 있으니
피리소리 달과 어울려 구름 사이 닿다
이는 유달리 금강산을 사랑한 제월당( 霽月堂, 1544~1633)대사가 강원도 청간정을 지나며 지은 시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 바다를 보며 제월당 대사는 ‘만 이랑 물결’에서 풍류를 느낀다고 했다.
계단 옆 뜰가 두루 돋은 이끼
깊이 잠긴 솔문 열지 않음 오래다
아마도 주인이 신선된 까닭일까
달 밝은 밤 때때로 학 타고 오겠지
제월당 대사는 당호인 ‘제월(霽月)’에서 보듯이 달을 매개로 많은 시를 썼다.
영혼은 하늘 날아 천 길 계수나무에 날고
꿈은 비로봉 만 길의 소나무에 맴돈다
깨어나면 옛 침상에 옛 모습의 자신과
시내에 가득한 바람이요, 봉우리에 숨는 달뿐
이는 몽유금강산(夢遊金剛山)이란 시다. 신선, 학, 계수나무, 달의 시어가 주는 풍류는 제월당 대사 만이 가진 선경(仙境)의 정서일지 모른다.
어느 곳 푸른 산인들 도량이 아니랴
신세만 고달프게 딴 곳으로 달리네
진실로 자기 집 보배만 얻을 수 있다면
물 물 산 산 모두가 고향인 것을
(뒷 줄임)
제월당 대사는 40여년 설법을 하면서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특히 금강산을 사랑하여 금강산에서 30여년을 보냈다고 하니 자연이 주는 오묘한 ‘정서’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선시(禪詩)로 풀어낸 수행자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