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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풀이, 서낭님을 불러 모시는 맨 처음 대목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5]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본풀이는 무교의 제의인 굿에서 쓰는 낱말이다. 굿은 여러 거리로 이루어지는데, 거리마다 한 서낭님을 모시고 굿을 논다. 이를테면 가망거리에서는 가망서낭님을, ‘제석거리에서는 제석서낭님을, ‘장군거리에서는 장군서낭님을 모시고 논다. 굿거리의 짜임새는 대체로 맨 먼저 서낭님을 불러 모시고, 다음에 서낭님을 우러러 찬미하여 즐겁게 해 드리고, 이어서 굿을 벌인 단골의 청원을 서낭님께 올리고, 다음에는 단골의 청원에 서낭님이 내려 주시는 공수(가르침)를 받고, 마지막으로 서낭님을 보내 드리는 차례로 이루어진다.

 

본풀이는 이런 굿거리의 차례에서, 서낭님을 불러 모시는 맨 처음 대목에 무당이 부르는 노래이면서 이야기다. 노래에 담긴 이야기는 불러 모시고자 하는 서낭님이 어떻게 해서 서낭님의 몫을 하느님에게서 받았는지 그 처음과 끝을 알려 주는 것으로, 서낭님으로 몫을 받기까지 사람으로 태어나 살면서 겪어야 했던 온갖 서러움과 어려움을 빼어난 슬기와 놀라운 힘으로 이겨 낸 이야기다.

 

한마디로 서낭 이야기라 하겠는데, 한자말로 신화라고 하는 바로 그것이다. 이런 본풀이는 굿에서 단골과 청중들에게, 이번 거리에 모시는 서낭님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지닌 분인가를 알려서 그분에 대한 믿음을 드높이는 효과를 얻어 내는 것이기도 하다.


 

본풀이라는 낱말은 [+풀이]로서, 서낭님의 본살풀어내는 노릇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에는 본풀이처럼 이름씨에 움직씨 풀다의 이름꼴 풀이를 붙여서 만들어 쓰는 낱말이 적지 않다. 일테면, 가장 널리 쓰이는 뜻풀이를 비롯하여 돐풀이, 뒤풀이, 몸살풀이, 분풀이, 살풀이, 속풀이, 신풀이, 신명풀이같은 낱말이 모두 그런 것들이다.

 

돐풀이는 시집간 딸이 한 해 만에 친정으로 다니러 가는 것을 뜻하는데, 북녘에서 널리 쓰는 낱말이다. ‘뒤풀이는 크고 값진 잔치를 끝내고 잔치가 훌륭하게 이루어지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힘쓴 사람들끼리 남아서 마무리를 하며 벌이는 조그만 놀이판을 뜻한다. ‘몸살풀이는 몸살이 풀어져서 낫도록 가만히 쉬는 것을 뜻한다. ‘분풀이는 마음에 치밀어 오르는 불길(분기)을 풀어 버리려고 하는 여러 가지 행동을 뜻한다.

 

살풀이는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을 이르는 을 풀어내는 노릇을 뜻한다. 그래서 살풀이는 살을 풀어내는 무당굿을 뜻하기도 하고, 이런 살풀이굿에서 쓰는 8분의 12박으로 이루어진 장단을 뜻하기도 하고, 이런 살풀이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을 뜻하기도 한다.

 

속풀이는 애초에 마음에서 치밀어 오르는 응어리를 풀어내는 노릇을 뜻하는 낱말로서, ‘분풀이의 본딧말이었다. 그러나 분풀이라는 낱말이 나타나서 그런 뜻을 담아내자 속풀이는 전날 마신 술로 거북해진 뱃속을 가라앉히려는 노릇을 뜻하는 쪽으로 밀려났다. 흔히 가벼운 술 한 잔과 시원하게 끓인 국을 마셔서 배 속을 가라앉히는 노릇을 뜻한다


신풀이는 신이 들려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굿을 벌여 신령님을 풀어내는 노릇을 뜻한다. 참된 서낭님이 들었으면 신풀이를 벌여서 무당으로 거듭나게 되고, 잡귀나 잡신이 들었으면 신풀이를 벌여서 몰아내어 건강을 되찾게 된다. ‘신명풀이는 흥겨운 신이나 멋을 여러 가지 놀이로써 마음껏 풀어내는 노릇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