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도쿄 이윤옥 기자]
한여름밤 봉오도리(盆踊り) 잔치가 벌어진 스가모상점가에는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봉오도리를 추며 더위를 잊고 있었다. 봉(盆)이란 오봉(お盆)으로 한가위를 뜻하며 오도리(踊り)란 춤을 말한다. 구태여 해석하자면 한가위를 맞아 추는 춤이지만 요즘에는 한가위와 무관하게 ‘봉오도리’ 잔치가 곳곳에서 열린다. 이날 열린 봉오도리의 정식 명칭은 '스가모납량봉오도리대회(巣鴨納凉盆踊り大會)다.
스가모상점가 주최로 열리는 봉오도리는 지난 7월 28일부터 시작하여 8월 1일까지 닷새 동안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여러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나와 춤을 추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특징은 구경꾼들도 모두 함께 어울려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이다.
2층으로 꾸민 무대는 맨 위에 악사들이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추고 그 아래 무대인 1층에서는 봉오도리 참가 팀들이 춤을 춘다.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는 무대를 빙둘러 싸고 일반 관객들이 함께 춤을 추는 구조로 되어있다. 거의 스가모상점가 사람들과 그 가족이 주류를 이루지만 인근 주민들과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무대가 설치된 고간지(高岩寺)에는 병치료에 영험한 철불(鐵佛)이 있는데 이 철불을 만지면 온갖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있어 특히 고령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 철불은 도게누키지장(とげぬき地蔵, 바늘을 빼준 지장이라는 뜻)으로 불리는데 옛날 한 무사의 시녀가 바늘을 삼켜 고생하다가 이 철불에 기도하여 바늘이 빠졌다는 뜻에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스가모시장에서 닷새 동안 열리는 봉오도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노래나 춤은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현재 각지에 남아있는 전통적인 봉오도리는 100여 종류 이상이 있다고 한다. 원래 봉오도리는 죽은 이의 넋을 공양하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현재는 마츠리(축제)의 반주 음악이나 노래에 맞추어 화려한 의상으로 춤을 추는 등 오락 요소가 짙어져 관광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7월 말부터 오봉(우리의 한가위로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지낸다)인 8월 15일 전후하여 각지에서 열리는 봉오도리를 만난다면 구경꾼으로 있기보다는 함께 참가자들 속에 끼여 춤을 추어 보는 것도 흥겨운 일일 것이다. 스가모의 봉오도리잔치는 오늘(8월 1일)까지 스가모상점가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