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대 인공호수도 아니고 동양최대라니 압도적이다. 이 커다란 호수공원을 곁에 끼고 살고 있으니 여간한 복이 아니다. 기자는 복작대는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이곳에 살면서 자연 친화적인 호수경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호숫가를 산책하길 올해 22년째를 맞이한다. 특히 흙길인 메타세콰이어 길을 자박자박 걷는 재미는 걸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런데 점점 호수공원에 실망을 느끼고 있다. 어느새 가을인데도 시민들이 산책하는 길에는 국화 한송이 안보인다. 국화는커녕 산책길 곳곳에 만들어 놓은 꽃밭은 개점 휴업 상태같다. 대관절 관리를 하는 것인지 내버려두고 있는 것인지 알길이 없다. 제 1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산책길 코스에 <자연학습원>만 해도 그렇다.
이곳이 학습원인지 풀밭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관리가 안되고있다. 이곳에 ‘꽃무릇’과 ‘상사화’ 꽃밭을 보자. 지금 붉은 꽃무릇이 한창 필 때이건만 이 꽃밭에는 꽃무릇 한 송이만 처량한 모습으로 피어있다. 그나마도 곧 시들어 버릴 듯 애처롭다. 어디 꽃무릇 뿐이랴! 거의 모든 꽃밭이 가을을 느낄 수 없는 지경이다. 가을 국화 한송이, 코스모스 한송이 구경할 수 없는 공원에 뚱딴지 같은 펼침막 하나가 내걸려있다.
“2017 고양가을 꽃 축제”(9월29일~10월 9일. 고양 호수공원 고양꽃전시관 실내외) 펼침막이 그것이다. 꽃을 실내 전시관에 몰래 감추어두고 거기 출입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줄 셈인가? 30만평을 날마다 산책하는 시민들에게는 코스모스 한송이, 국화 한송이 안보여주고 말이다. 언제까지나 거대한 예산으로 ‘축제’만을 하려는 것인지 안타깝다.
꽃은 겨울을 빼고 계절마다 핀다. 따라서 봄, 여름, 가을에 맞는 꽃을 골라 화단을 적절히 가꿀 필요가 있다. 주먹구구로 화단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가을, 공원 산책길에 국화 한송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자연학습원, 전통공원, 텃밭정원 따위를 한 번 가보라. 무슨 꽃이 피어 있는지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곳곳에 세워둔 꽃 안내 팻말들은 글씨가 뭉개져 읽을 수가 없다. 더러는 찢어지고 더러는 닳아서 지워진 것도 부지기수다. 더 가관은 “생태호수 물고기 관찰어항 수조”라는 팻말이 있는 곳은 물고기는커녕 잡초(물풀)만 무성한 상황인데 관리자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주엽동에서 호수공원에 자주 온다는 시민 정수경(48) 씨는 "자랑스러운 호수공원이 이제 부끄러운 모습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호수공원의 꽃밭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 시민들이 계절에 맞게 꽃을 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꽃을 설명하는 안내 팻말들도 낡은 것은 수시로 바꿔 읽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한 가지 더 '꽃이 개화한다' 는 한자말 표기보다는 토박이말인 “꽃이 핀다” 식으로 써주길 바란다. 꽃의 도시 고양시에 걸맞는 호수공원 화단 관리가 절실하다."라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