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회루에 많은 들비둘기가 깃들고 있으므로 더렵혀져서 칠을 다시 해야 하는데, 이 폐단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철망(鐵網)’을 만들어 둘러친다면 만드는 공력은 쉽지 않겠지만 한번 만든 뒤에는 비둘기가 깃들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칠을 해야 하는 비용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종실록》 중종 15년(1520년) 12월 18일 치 기록입니다.
경복궁에 가서 근정전을 바라다보니 실록에서 말한 철망 그물이 쳐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시(罘罳)로 《조선왕조실록》에는 위 《중종실록》처럼 ‘철망(鐵網)’ 또는 승망(繩網)이라는 말로 등장합니다. 이는 새들이 건물에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참새와 같은 새들이 드나들면서 싸는 똥은 보기에도 안 좋을 뿐 아니라 강한 산성이어서 목조건물에는 치명적인 나쁜 영향을 주지요. 그래서 처마 밑에 ‘부시’를 쳐 새들이 드나드는 것을 아예 막아놓은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새가 둥지를 틀면 구렁이가 이를 잡아먹어 살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가 집을 못 짓게 하여 궁궐에서 살생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뜻도 함께 있지요. 또 본 건물의 좌우 긴 집채인 회랑과 대궐의 담 따위에는 부시를 칠 수가 없기 때문에 대신 끝이 다섯 갈래로 갈라진 오지창을 설치해 새가 앉지 못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