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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함경도 산천굿 신화, 환상적 음악으로 다가오다

신화를 만난 국악판타지 ‘붉은선비’
음악ㆍ연기ㆍ미술ㆍ기술이 협업해 이루어낸 국립국악원 올해 대표 공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함경도 ‘산천굿’에 담긴 신화를 소재로 한 국악과 뮤지컬이 만난 특별한 공연이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주중 밤 8시, 주말 낮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 어제(11월 19일) 낮 2시에는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리허설을 먼저 선보였다. 이번 작품은 국립국악원이 한국의 신화를 바탕으로 전통 예술을 접목시켜 관객들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소개하고 국악을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마련하기 위해 2년 전부터 기획한 공연이다.

 

이번 공연의 소재가 된 함경도 ‘산천굿’은 함흥지방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는 ‘망묵굿’에서 행하는 굿거리 가운데 하나로, 이때 불리는 무가가 ‘붉은 선비와 영산각시’라는 무속 신화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함경도의 굿과 신화가 공연물로 제작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공부를 하던 붉은 선비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켜야 하는 네 가지 금기에 대해 듣게 되는데, 산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금기를 모두 어기게 된다. 그로인해 용으로 승천하는데 실패한 대망신(大亡神)이 붉은 선비를 잡아먹으려 하자, 붉은 선비의 아내 영산각시가 기지를 발휘하여 대망신을 물리친다. 그 시신을 불태워 재를 팔도에 뿌리니 백두산, 금강산, 삼각산 등 팔도명산이 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산천에 굿을 올려 길복을 얻게 한다는 이야기다.

 

공연 내내 붉은선비의 환상에 빠져들어 헤어나지를 못했다. 그것은 국립국악원의 대표공연답게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4개 악단이 모두 참여하고, 수준 높은 소리와 무용으로 깊이 있는 국악을 전한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연 속에 스며든 정가와 굿소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악단ㆍ민속악단ㆍ창작악단이 함께 수준높은 연주를 펼쳐주어 공연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정악 연주의 시작과 끝에 쓰이는 악기 ‘박’이 중간에 정가가 연주되기에 자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의 막바지에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이 산천굿을 소리하여 정점으로 치달을 수 있게 했던 점도 칭찬해주고 싶은 대목이다. ‘붉은선비’ 공연 마무리로 정말 멋진 수순이었다. 또한 무당으로 출연하여 굿소리를 제대로 불러준 장효선도 한몫을 크게 했음이다.

 

또한 붉은 선비인 ‘지홍’과 영산각시인 ‘영산’역은 이승과 저승의 역할로 구분해 출연진을 구성한 점이 흥미로웠다. 이승에서는 노래를 하는 ‘얼’로 저승에서는 춤을 추는 ‘넋’으로 구분해 ‘지홍’과 ‘영산’은 각각 1역 2인으로 배치했는데 넋역은 몸에 케이블을 달아 공중에 띄워 노래에 맞춰 춤을 추게 한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샤막(Shark-Tooth Curtain) 곧 투명스크린을 적절히 써서 환상성을 더한 점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비가 오는 장면에서는 무대의 막은 물론 무대 바닥, 객석 벽에도 미디어파사드(MediaFacade) 기법을 도입하여 음향과 함께 비오는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였다. 그리고 외국인 관객을 위에 영문자막을 보여준 점도 칭찬해야만 했다.

 

 

 

 

이번 작품에서 붉은 선비인 ‘지홍’과 영산각시인 ‘영산’역은 이승과 저승의 역할로 구분해 지홍의 ‘얼’ 역할은 이동영(정악단)이, ‘넋’은 김청우(무용단)가 맡았고, 영산의 ‘얼’은 김세윤(민속악단)과 위희경(민속악단)이, ‘넋’에는 이주리(무용단)와 이하경(무용단)이 각각 무대에 올랐다. 또 흰 사슴역에는 천주미(민속악단), 문지기역에는 박영승(창작악단), 무당역에는 장효선(민속악단), 물과 불의 소리역에는 양명희(민속악단)이 각각 맡았다.

 

더욱 이 공연이 특별해진 것은 국악 그리고 전통무용 자원과 뮤지컬 장르의 협업을 시도했던 점이다. 총연출에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풍월주’, ‘청 이야기’ 등의 연출로 뮤지컬 제작 경험이 풍부한 이종석 연출(서경대 교수)이 참여했다. 또 함께 참여하는 제작진으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ㆍ페럴림픽의 주역들이 대거 투입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작가인 강보람 작가가 대본을 맡았고,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과 평창동계패럴림픽의 개폐회식 음악을 맡았던 이지수 감독이 음악감독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미술감독을 맡아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인면조’를 제작한 임충일 감독이 함께했다.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붉은 선비> 예매는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 전화(02-580-3300)로 할 수 있다. S석 5만원, A석 3만원 (문의 02-58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