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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유지숙 명창, 북녘 상여소리 새롭게 발표

JCC아트센터,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3” 펼쳐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남북이 갈린 지 어언 70여 년. 분단 뒤 남녘으로 온 실향민들은 그들의 고향에 노래를 두고 왔다. 그렇게 두고 온 노래들이 어슴푸레 잊힐 즈음 유지숙 명창은 어렵게 어렵게 그 노래들을 찾아 사람들에게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를 선물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시작된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공연은 2019년 그 세 번째 무대를 어제(12월 1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펼쳤다.

 

어제 무대에서의 특별한 발견은 북녘의 상여소리였다. 이제 남녘에서조차 상여소리는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들만 겨우 보존될 뿐 이제 상여 행렬이 없는 거리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노랫소리가 되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더더욱 들을 수 없는 북녘의 상여소리를 찾아 헤맨 유지숙 명창은 남녘의 메나리조와 육자배기조 상여소리와는 음악적 특징이 다른 상여소리들을 선보인 것이다. 황해남도 배천, 황해북도 연산, 남포시 강서, 평안남도 둔덕, 남포시 그리고 평양에서 불리던 상여소리들이다.

 

 

 

 

유지숙 명창은 북녘에서 전해온 상여소리 악보를 오랫동안 익히고, 서도소리 선율이 묻어나도록 시김새를 얹혀 무대에 올렸다. 유지숙 명창이 메기는소리를 하면 유춘랑 명창과 서도소리의 미래인 김지원ㆍ장효선ㆍ김유리 등 젊은 소리꾼들이 받는소리로 답했다. 그동안 애절한 남녘 상여소리에 익숙해 있던 청중들은 남녘 소리보다는 좀 더 씩씩하고 맑은 북녘의 상여소리에 빠져들어 숨을 죽였다. 그리고 전통을 지켜내는 것은 물론 그것을 널리 알리는 일에 몸 바쳐 헌신하는 유지숙 명창에게 청중들은 큰 손뼉으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은 상여소리와 함께 북녘의 일노래(노동요)와 어로 요(물고기 잡을 때 부르는 노래)도 함께 선보였다. 일노래는 황해북도 신평의 농부가, 평안북도 동창의 새끼꼬는 소리, 평안북도 홍천의 베틀소리, 황해남도 배천의 논매는 소리 등이, 어로요에는 황남도 룡연의 뱃고사, 황해북도 명천의 그물 당기는 소리, 함경남도 단천의 고기 푸는 소리, 평양의 배 돌아오는 소리 따위가 청중에게 다가왔다.

 

북녘의 일노래와 어로요는 전문적인 소리꾼들이 부르는 “통속민요”가 아닌 일반 민중들이 삶 속에서 즐겨 부르던 “토속민요” 그대로였다. “북녘 땅에 주고 온 노래 3”을 준비한 김선국 프로듀서는 “북녘의 토속민요들은 한 곡 한 곡이 모두 원석같이 눈부신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서럽고 시린 날 하늘을 보며 불렀을 노래에도 꿋꿋한 절개가 느껴진다. 매서운 바람과 파도에 흔들리면서 부르던 노래에는 띠스한 감성과 일체감이 녹아있다.”라고 말한다.

 

 

공연을 보고 나오던 서울 창신동의 차정선(47) 씨는 “북녘의 민요들이 조금 생소하기는 했지만 남녘의 민요들에 견주면 꾸밈이 덜하고 씩씩한 느낌을 주어 북녘 민중들의 삶이 어슴푸레나마 그려진다. 유지숙 명창이 거의 잊혔던 이런 민요들을 찾아 찾아내고 보존ㆍ전승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느낌에 숙연해지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깊어가는 겨울밤, 북녘 땅에 두고 온 민요들을 온 힘을 다해 부르는 소리꾼들과 이에 심취해 있던 청중들은 이로써 통일을 향한 밑거름을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