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태초 카오스의 혼돈을 거쳐 코스모스가 이루어지면서 가벼운 것은 떠올라 하늘이 되고 무거운 것은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늘에는 다시 해와 달이 뜨고 땅에는 산이 솟고 강물이 흘러 세상이 열렸습니다. 그 사이에 나무, 새, 토끼 등 온갖 만물이 생겨나 가득 찼는데 우두머리를 사람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이 나뉘는 것처럼 또 하늘에서 해와 달이 생겨난 것처럼 사람은 남자와 여자 둘로 나뉘어 만들어졌습니다. 혹자는 남자가 먼저 생겨나고 그 옆구리 갈비뼈를 뽑아 여자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사실 한낱 시골농사꾼으로부터 제왕장상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군들 엄마의 그 “다리 아래서 주어온” 자 아니겠습니까.
여자는 엄마가 되어 비로소 여성이 됩니다. 여성의 “생산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잉태와 출산의 생리적 과정과 함께 사랑과 헌신의 양육과정, 성숙과정이 여자를 진정 여성으로 만들어 준다는 말입니다.
역사책을 펼치면 인류의 빛이 되어온 수많은 남자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성공한 남자들의 뒤에는 항상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아내나 애인일 수도 있고 누이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훌륭한 여성이 서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우리의 전설로 살아있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의 주인공인 평강공주입니다. 평강공주는 백이면 거의 백사람 모두가 외면하는 불가능을 지우고 저잣거리에서 바보로 취급받던 나무꾼 총각을 한 나라의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여성 특유의 에너지로 정말 별 볼 일 없던 자기 남편을 온 나라가 우러러보는 대장군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것은 평강공주의 마음과 지혜가 이루어낸 결실이며 역사에 오래 남을 “평강공주 프로젝트”의 성공신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유럽식으로는 “남자는 세상과 싸워 천하를 얻고 여자는 그 남자를 손아귀에 넣어 세상을 가진다.”라고 할 것이지만 그것 아니더라도 세상을 빛낸 하나의 성공사례라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음성양쇠(陰盛陽衰, 음기가 성하고 양기가 쇠하다)”란 말도 있습니다만, “여자가 가장 여자다울 때 남자가 비로소 남자다워진다.”라는 말도 기억하면 좋을 것입니다. 남자는 결국 여자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대는 어떤 남자를 원하시나요. 그대 앞에 서있는 남자가 “정각 열두 시의 남자”일지 아니면 “여섯 시 반의 남자”일지는 그대 마음과 그대 손끝이 하기 나름이지 않을까요. “평강공주 프로젝트”의 요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