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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로 더욱 사랑받는 백목련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22]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백목련[학명: Magnolia denudata Desr.]는 목련과의 ‘낙엽이 지는 키큰나무’다. ‘연꽃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린다’라는 뜻으로 목련(木蓮)은, 잎이 지고 나서 화살촉 모양의 회갈색 꽃눈이 마치 붓과 같다고 하여 목필(木筆), 꽃봉오리가 막 피어날 때는 북쪽을 바라본다고 하여 마치 지방에 있는 신하가 임금에 대한 충절을 표하는 것 같다고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꽃은 옥이요, 향기는 난초와 같다 하여 옥란(玉蘭), 목란(木蘭), Kobus-magnolia, Lily-tree라고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목련 꽃봉오리를 신이(辛夷)라 한다. 꽃말은 고귀함, 숭고한 정신, 우애다.

 

비슷한 것으로 보라색 꽃이 피는 자목련(M. liliflora DESR)이 있다. 또 백목련과 자목련을 교배하여 만든 자주목련(M. liliiflora Desr.)은 꽃잎의 안쪽이 하얗고 바깥쪽은 보라색이다. 또 함박꽃나무(M. sieboldii K. Koch, 산목련)는 5월 말쯤 숲속에서 잎이 난 다음에 꽃이 피는 역시 목련과 가까운 형제나무다.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를 목란(木蘭)이라 하며 북한 국화로 알려져 있다.

 

목련(M. kobus DC.)은 제주도 산기슭에 자라고 백목련과는 달리 꽃잎과 꽃받침이 구분되고, 꽃도 백목련보다 작으며, 옆으로 퍼져서 벌어진다. 조경용으로 심는 것은 대부분 백목련이고 목련은 드물다.

 

 

 

 

아름다운 목련꽃은 시의 소재가 되었는데 조선시대 세속을 떠나 입산한 어느 스님은 “꽃다운 애정과 향기로운 생각이 얼마인지 아는가? 산사의 뜰에 핀 목련은 내가 세속 버린 걸 한없이 후회하게 만드나니”라고 하였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속세를 등진 스님의 마음까지 그렇게도 설레게 했던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 빛나는 꿈의 계절아" 목련은 시인 박목월이 가사를 쓰고 김순애가 작곡한 가곡 ’4월의 노래‘로 더욱 사랑받는 꽃이 되었다.

 

《사가시집(四家時集)》에 실린〈목필화(木筆花)〉라는 시에는 “이른 봄 목련꽃이 활짝 피는데 / 꽃봉오리 모습은 흡사 붓과 꼭 같구나 / 먹을 적시려 해도 끝내 할 수가 없고 / 글씨를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네”라고 했다. 목련을 두고 목필화라는 다른 이름을 붙인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백목련(白木蓮)과 자목련(紫木蓮)에는 전설이 전한다. "옛날 옥황상제의 예쁜 딸이 다른 총각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직 북쪽 나라의 임금만 사모했다. 옥황상제의 딸은 북쪽 나라 임금이 혼인한 것도 모르고 아버지의 정략적 결혼에 염증을 느껴 집을 나가 그를 찾아 나섰다. 딸은 그곳에 도착한 뒤에야 그가 혼인한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충격을 받아 자살하고 말았다.

 

북쪽 나라 임금은 옥황상제의 딸이 자신을 사모하여 죽은 것을 알고 장사 지낸 뒤, 자신의 아내인 왕비마저 죽여 같이 장사 지냈다. 이 소식을 들은 옥황상제는 그들을 가엽게 여겨 두 사람의 무덤에서 각각 꽃을 피게 했다. 공주의 무덤에서는 백목련이, 왕비의 무덤엔 자목련이 피었다. 그 뒤로 두 목련의 꽃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했으며, 같은 자리에서 피지 않았다.“

 

 

 

 

백목련은 한국(제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숲속에서 자라고 조경에 많이 이용한다. 키는 약 15m다. 나무껍질은 잿빛을 띤 흰색이며 어린 가지와 겨울눈이 있다. 가장자리는 밋밋한 잎자루의 꽃은 3∼4월에 잎이 나오기 전에 피고 흰색이며 향기가 강하다. 꽃 지름은 12∼15cm이며 3개의 꽃받침과 수술, 익으면 껍질이 벌어져서 씨가 퍼지는 골돌과로서 원기둥 모양으로 8∼9월에 익고 길이 8∼12cm로 갈색이다.

 

조선 18대 임금 현종(1641∼1674)은 평생 병을 달고 다닌 약골이었다. 아버지 효종은 학질로 고생하는 세자의 병을 죽기 직전까지도 걱정할 지경이었다. 현종은 즉위 때(1659년)도 와병 중이었다. 재위 기간(1659∼1674년) 15년 동안 《승정원일기》와 《현종실록》에 나온 병증 기록만 3033개. 감기(201개), 인후염(96개), 발열(245개), 기침(150개) 등 감기증후군에 해당하는 병증이 가장 많다. 또 현종은 세자 시절 자주 코감기에 걸렸다. 《효종실록》 9년 기록에는 ‘세자의 맑은 콧물과 코가 답답한 증상이 신이화(辛夷花·목련꽃봉오리)를 원료로 한 신이산(辛夷散)을 복용한 후 호전됐다’라는 내용이 있다.

 

감기의 옛 이름은 ‘고뿔’이었다. 지금 말로 바꾸면 ‘코(고)에 불(뿔)이 난다’는 의미로 의학적으론 비염 증상을 가리킨다. 동서양은 공히 감기의 원흉을 추위에서 찾는다. 감기가 영어로 ‘cold’, 한의학적으로는 ‘상한(傷寒:추위에 몸을 상하다)’이라고 한다.

 

 

 

한의학은 약초 고유의 살아남으려는 힘, 곧 생기(生氣)를 활용해 병을 치료한다. 목련의 꽃눈은 꽃이 지는 여름부터 다음 해 봄까지 날마다 자라지만 꽃봉오리는 반드시 사계절이 지난 이른 봄이 되어서야 터져 나온다. 목련은 겨울을 막 벗어난 싯점, 웬만한 나무는 잎조차 틔우지 못한 추위 속에서도 화사한 꽃망울을 홀로 터뜨린다.

 

예로부터 막힌 코를 뚫는 가장 좋은 약재로 오랫동안 열리려는 힘을 응축하고 막 열리려는 목련꽃봉오리만 사용한 것도 약초 고유의 생기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외부 온도에 상관없이 들이마시는 공기를 0.25초 만에 36.5도로 조절하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물을 데우는 보일러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된다.

 

코막힘은 코의 이런 온도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생기는 증상이다. 막힌 코를 뚫는 데 좋은 기능을 하는 것은 우리 몸에 ‘맵고 따뜻한 기운을 사계절 동안 응축한’ 목련꽃봉오리다. 목련꽃봉오리의 한약명인 신이화에는 매울 신(辛)자가 들어가 있다. 그만큼 목련꽃봉오리 신이화는 비염이나 축농증 치료에 좋은 효험을 보인다.

 

현대의학에서도 비염이나 축농증의 치료 목적은 환기와 배설이다. 환기는 코가 잘 뚫려 외부와 공기가 자유자재로 소통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고 배설은 코안에 있는 콧물을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신이화 15∼20g을 물 1ℓ에 넣어 끓여서 차처럼 마시면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는 목련을 신이(辛夷), 우리말로 붇곳(붓꽃)이라 하여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약재로 사용했다. 목련은 “풍으로 속골이 아픈 것을 낫게 하며,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고 코가 메는 것, 콧물이 흐르는 것 등을 낫게 한다.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하며 치통을 멎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수염과 머리털을 나게 한다. 얼굴에 바르는 기름을 만들면 광택이 난다”라고 했다.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에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약재로 쓴다. 뿌리, 나무껍질, 종자는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하여 가려움증 치료에 쓰는데, 나무껍질 속에는 독 성분도 들어 있으니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참고문헌:《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 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이상곤의 실록한의학》, 《다음ㆍ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