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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과 담쟁이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담장과 담쟁이                            

 

                                    - 이 승 룡

 

       죽기 살기로 오르고 올라도

       무슨 까닭으로 버티고 서서

       담 너머 세상을 못 보게 했을까  

 

       줄기 뻗어 몸집을 불려 봐도

       고개를 쳐들고 몸부림쳐 봐도

       못 본 체 외면하는 줄 알았다

 

       지난밤 휘몰아친 비바람 속에

       둘이 함께 서로를 의지하고

       견뎌내고 나서야 비로소 고마웠다

 

       허벅지를 '탁' 치는 깨우침!

       날 지켜주는 버팀목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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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은 <담쟁이>라는 시에서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라고 노래한다. 또 이경임 시인은 “마침내 벽 하나를 몸속에 삼키고 온몸으로 벽을 갉아 먹고 있네 아, 지독한 사랑이네”라고 중얼거린다. 담쟁이에서 어떤 이는 도전, 어떤 이는 지독한 사랑을 본다.

 

하지만, 여기 이승룡 시인은 “지난밤 휘몰아친 비바람 속에 둘이 함께 서로를 의지하고 견뎌내고 나서야 비로소 고마웠다”라며 무릎을 '탁' 친다. 담이 담쟁이를 다른 세상을 못 보게 하는 줄만 알았지만, 지난밤 휘몰아친 비바람 속에서야 그 담이 담쟁이를 지켜주는 버팀목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담쟁이는 지난겨울 마른 가지로 담을 감싸 안고 있다. 어쩌면 자신을 지켜주는 버팀목인 줄 알기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에도 마른 가지로라도 담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이승룡 (시인)

 

 제주출생

 *서울문학 (시) 신인상

 시집 / 어느 날 걸망을 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