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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 태워주던 아버지, 매미가 되어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아 버 지

 

                                      - 황 선 복

 

       어려선 멀리 보라 무등 태웠지

       커서는 바른 길가라 손잡아주었네.

 

       파란 꿈도 분화구 같은 열정도

       폭풍 같은 강인함도 다 주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푸른 날

       소리도 쨍쨍하던 매미 같았네.

 

       늦여름 울다 지쳐

       빈껍데기가 되어버린 매미 같았네.

 

      

 

* 황 선 복(시인ㆍ화가). 서울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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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네 손으로 개어 깨끗한 곳에 두어라. 이어 비를 가지고 자리를 깨끗하게 쓸고 머리는 얼레빗으로 빗고, 빗을 빗통에 넣어 두어라. 이따금 거울을 보며 눈썹과 살쩍(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족집게로 뽑고 빗에 묻은 때를 씻어 깨끗하게 해라. 세수하고 양치하며 다시 이마와 살쩍을 빗질로 매만지고, 빗통을 정리하고 세수한 수건은 늘 제자리에 두어라. 무릎을 꿇고 앉아 한글 한 번 읽고 한자 몇 자를 단계에 따라 읽어라.”

 

원교체(圓嶠體)라는 특유한 필체를 만든 조선 후기의 명필 이광사(李匡師, 1705∼1777)는 50살 되던 나이에 역모 사건에 연루되어 함경도 부령 땅으로 유배되었다. 그는 이후 23년 동안 부령과 전라남도 신지도에서 유배살이를 하다가 삶을 마쳤는데 늘그막에 낳은 어린 딸은 유배지에서도 늘 눈가에 밟혔고, 그래서 이광사는 딸에게 많은 한글편지를 보내며 그의 가슴을 그렇게라도 내보였다. 그런 모습이 바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닌가? 가수 인순이는 방송에서 ‘아버지’를 울면서 노래했다.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눈물이 말해 준다

점점 멀어져가 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우리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는 점점 멀어져가 버린 쓸쓸한 뒷모습으로만 기억되고 그래서 가슴이 아파오는 것이리라. 그래서 황선복 시인도 “아버지는 늦여름 울다 지쳐 빈껍데기가 되어버린 매미 같았네.”라며 쓸쓸히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