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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은 훈장입니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주   름

 

                                     - 홍 명 자

 

       귀밑으로 땡겨 볼까

       볼을 살짝 찝어 볼까

 

       이마에 길게 누운 와불주름

       잔뜩 불만 품은 인상주름

       기분 좋게 버티고 있는 팔자주름

 

       양 볼의 잔주름들을

       화장으로 덧씌워 보지만

       탁하고 더 쪼글거림을 어이 하리오

 

       보톡스라도 맞아 볼까

       필러라도 넣어볼까 생각했지만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도

       멋스러울 거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세상이 주는 훈장이리라

       삶에 훈장인 만큼 어루만지며

       같이 가기로 했다

       쭈글쭈글 친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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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주름’을 검색하면 성형ㆍ보톡스ㆍ리프트ㆍ팔자 등 성형과 관련된 온갖 광고와 글들로 넘쳐난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지대한 관심으로 가꾸려고 혈안이다. 거기에 더하여 사진을 찍으면 뽀샵(포토샵으로 화면 수정) 하는 게 예사다.

 

중앙일보 지난 2월 1일 기사에는 원로 연극인 박정자가 “우리는 누구라도 단역배우, 그것도 초라한 단역배우인데 사는 동안에 웬 욕심이 그렇게 많을까요”라고 말한다. 또 박정자는 “58년 전 작은 배역으로 연극을 시작했습니다. 여왕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여왕의 시녀 역을 해야 했죠. 그렇게 박정자는 20대부터 얼굴에 주름살을, 머리에 새치를 그려가며 계속 무대에 섰습니다. 그때 내가 이따위 시녀 안 한다 했으면 어찌 됐을까 아찔하다”라고 덧붙인다.

 

박정자의 말대로 세상 누구나 언제나 단역배우다. 하지만, 주연배우를 꿈꾸고 있다. 꿈꾸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주름을 지운다고 주연배우가 되는 것은 아닐 터다. 박정자처럼 역으로 얼굴에 주름살을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노력한 끝에 언젠가 주연배우가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 영화배우 안나 마니냐는 만년에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찍기 전에 사진사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사진사 양반,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마세요." 사진사가 그 까닭을 묻자 마니냐는 "그걸 얻는 데 평생이 걸렸거든요."라고 말했다. 평생을 걸려 어렵게 얻은 주름살, 그거야말로 어쩌면 인생을 잘 살아낸 훈장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주름살은 ‘부끄러움’일 까닭이 없다. 홍명자 시인은 마니냐처럼 “세상이 주는 훈장이리라. 삶에 훈장인 만큼 어루만지며 같이 가기로 했다”라고 다짐한다. 우리도 홍명자 시인처럼 주름살을 훈장처럼 생각하고 살아가자.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