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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봉황과 관련된 상서로운 벽오동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51]

[우리문화신문=글ㆍ그림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벽오동나무[학명: Firmiana simplex W. F. WIGHT.]는 벽오동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 키큰나무’다. 줄기의 나무껍질이 푸른색으로 나타나고 잎이 오동나무의 잎과 같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붙여졌다. 벽오(碧梧), ‘Chinese-parasol-tree’라고도 한다. 한방명은 오동자(梧桐子), 벽오동(碧梧桐), 오동(梧桐)이란 약재 명으로 쓴다. 내한성이 약하여 서울 이북지역에서는 월동이 불가하며, 서울에서도 어려서는 특별히 보호를 해주어야 피해가 없다. 종자를 볶아서 커피 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나무껍질에서 섬유를 채취하지만 주로 관상용으로 심는다. 꽃말은 '사모, 그리움, 옛님'이다.

 

19세기 무렵 일본에서 들어온 화투는 여러 비판에도 오늘날 우리들의 국민 오락거리가 되었다. 고스톱을 치다가 화투패에 광(光)이 들어오면 눈빛에 광이 난다. 화투놀이에서 광 중의 광, 11월의 오동 광은 봉황이 벽오동 열매를 따 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봉황은 고대 중국 사람들이 상상하는 상서로운 새다. 기린, 거북, 용과 함께 봉황은 영물(靈物)이며, 덕망 있는 군자가 천자의 지위에 오르면 출현한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아직도 봉황을 본 사람이 없으니 실제 모양은 그림마다 제멋대로다. 그래도 가장 널리 알려진 대강의 모습은 긴 꼬리를 가진 닭 모양이다. 봉황은 우리나라 대통령 문장에서도 볼 수 있다. 이렇듯 벽오동은 두보나 백낙천의 시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등 동양 삼국에서는 봉황과 관련된 상서로운 나무로 알려져 있다.

 

《장자(莊子)》의 〈추수(秋水)〉 편에 보면 “봉황은 벽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도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도 않고 예천(醴泉:감미로운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도 않았다”라고 했다. 봉황은 이렇게 벽오동나무라는 고급빌라가 아니면 머물지도 않고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최고급만 찾았다. 함부로 외출도 하지 않아 사람들이 그 모습을 감상할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봉황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고귀한 신분의 표상이었다. 벼슬 한자리에 목매달던 옛 선비들은 흔히 벽오동나무를 심고 봉황이 찾아와 주기를 정말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은 귀양지에서 “다락 밖에 벽오동나무 있건만 / 봉황새는 어찌 아니 오는가 / 무심한 한 조각달만이 / 한밤에 홀로 서성이누나”라고 시를 읊었다. 벼슬에서 밀려난 그가 임금이 다시 자신을 부르기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그 심정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경상남도 함안은 한때 가야국의 진관지(鎭管地, 지방 방위 조직의 우두머리가 있던 곳)였던 곳으로 조선 중기 문신인 정구(鄭逑)가 벽오동과 대나무 숲을 만든 바 있다. 그 까닭은 함안 뒷산은 풍수에 의하면 비봉형(飛鳳形, 봉황이 날아가는 형국)이므로 당시 지방 수령이었던 정구가 땅을 모아 봉란(鳳卵)을 만들고 동북방에 벽오동 천 그루를 심고 대숲을 조성하여 비봉이 영구히 그곳에 머물게 하려던 것으로, 봉황과 벽오동의 관계에 관한 우리 선조들의 사고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벽오동나무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나무로 알려져 왔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는데, 이 말은 봉황새가 나타나면 온 세상이 태평해지며, 이때 나타난 봉황새는 대나무 열매만을 먹고 벽오동나무에만 둥지를 짓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빗대어서 하는 말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가로수로 심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도 곳에 따라 겨울을 날 수 있다. 높이 15m 정도로 굵은 가지가 벌어지고 나무껍질은 녹색이다. 잎은 달걀 모양으로 넓으며 어긋나지만 가지 끝에서는 모여 달리고 가장자리가 3~5개로 갈라지며, 톱니의 길이와 너비가 16~25cm이다. 잎자루는 잎보다 길다.

 

꽃은 6∼7월에 연한 노란색으로 피고 원추꽃차례[圓錐花序, 원뿔 모양의 꽃차례]를 이루며 하나의 꽃이삭에 암꽃과 수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뒤로 젖혀지며 꽃잎은 없다. 합쳐진 수술대 끝에 10∼15개의 꽃밥이 달린다. 열매는 삭과(殼果:식물에서 익으면 벌어지는 마른열매)로 성숙하기 전에 5개로 갈라져서 둥근 씨앗이 겉에 나타난다.

 

벽오동나무 한방에서는 종자를 소화불량, 위통, 구내염 등에 치료제로 사용한다. 열매를 볶아서 커피 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구워 먹기도 하는데, 폐ㆍ간ㆍ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탈모증에 생나무 껍질을 갈아 으깨어 즙을 낸 후 두피에 바르고 마사지를 하면 좋다.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문화재청(문화유산정보)》,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