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자장가’, ‘타복네야’ 등 북녘소리 잔치 열려

유지숙 명창의 <북녘땅에 두고 온 노래 Ⅳ> 공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타복타복 타복네야

   너 울면서 어디 가니

   우리 엄마 몸 둔 곳에

   젖 먹으러 나는 간다.

 

어제 10월 30일 저녁 4시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북녘땅에 두고 온 노래 Ⅳ> 공연에서 무반주로 울린 가슴 뭉클한 '타복네야'란 노래다. 이 노래는 가수 서유석이 불렀던 <타박네>의 원형이다.

 

 

 

‘타복네’란 무엇일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타박네’로 나오는데 “‘타복네야’ 사친요(思親謠) 또는 추모요(追慕謠)로 분류되기도 한다. ‘다북(복)녀ㆍ따복녀ㆍ타박녀ㆍ다(따)북네ㆍ타복네’ 등 다양하게 불리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가운데 줄임) 엄필진은 ‘내 어머니 젓맛’(조선동요집)이라는 성천(成川) 지방 동요를 소개하고 나서, 뒤에 “북 북 북네라 함은 평안북도 지방의 방언으로 머리 다부룩한 소녀를 이르는 말”라고 풀이했다. 굳이 설명이 없더라도 죽은 엄마를 찾는 머리 더부룩한 소녀의 애달픈 노래일터다. 이날 공연에서는 ‘타복네야’, ‘따박네야’, ‘타박네’, ‘따북녀’ 등 여러 이름의 노래가 다른 소리꾼의 노래로 들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시집살이’와 ‘며느리의 말대답’은 물론 ‘물레질 소리’처럼 예전 아낙들의 한 서린 노래들을 여러 소리꾼이 나눠 불러 공연장을 숙연하게 했다. 그저 민요 공연하는 흥겨운 마당이 아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은 그동안 잊힌 북녘 소리들을 발굴해 무대에 올리는 꾸준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 공연이 그 네 번째 무대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하는 훌륭한 열매를 맺어오고 있다.

 

또 이날 공연에 올린 '시집살이'란 노래는 "시집가서 삼 일 만에 밭 김 매러 나갔네 / 한 골 매고 두 골 매니 달이 떴네 달 떴네"와 "시집 온지 삼 일 만에 물을 길러 나갔다가 / 얼음판에 넘어져서 물동이가 박살났네"

라고 불러 혼인한 여인은 삼 일 만에 밭일도 하고 얼음판을 딛고 물도 길어야 했던 험난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야말로 우리 겨레 토속 자장가들을 발굴하여 무대에 올리는 성과를 자랑했다. 그동안 우리는 모차르트ㆍ슈베르트 등 서양 자장가를 익숙히 들어왔다. 그래서 많은 이는 우리 자장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실 우리 겨레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우리의 자장가를 불러왔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서양 자장가는 아기를 깨우지만, 우리 자장가는 아기를 잘도 재운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건 서양 자장가가 못하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 자장가야말로 우리 정서에 잘 맞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건 이번 공연에서 여실히 증명했다.

 

 

 

“자장 자장 와리 자장 우리 애기는 잘두 잔다. 남의 애기는 울구 잔다. 자장 자장 와리 자장 꽃밭에는 나비오구 자장밭에는 잠이 온다. 나라에는 충신동이, 부모님께는 효자동이, 일가에는 화목동이” 참 재미나고 의미심장하기도 한 가사다. 이 자장가를 듣고 크면 훌륭한 인재가 나올 듯한 느낌이 든다. 가사뿐만이 아니다. 나이 지긋한 향두계놀이보존회의 지부장ㆍ이사ㆍ이수자들이 엄마 심정으로 부르는 자장가를 듣고 있노라니 내가 마치 엄마 품에 안긴 듯 금방 잠이 올 듯하다. 이런 자장가를 발굴해서 들려주는 소리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실하다.

 

올해로 네 번째 올리는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공연은 2016년 12월 유지숙 명창의 주도로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2017년에는 전주소리축제에서 공연했으며, 2018년 11월에는 새롭게 40여 곡을 발굴해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Ⅱ>로 무대에 올렸고, 작년에는 북녘의 어로요와 상여소리를 무대에 올리면서 세 번째 북녘 토속민요의 레파토리가 완성했다. 북녘 토속민요 공연제작은 2015년 북녘 토속민요들을 선정해 유지숙 명창이 라디오 프랑스를 통해 세계 64개 국가에서 동시에 출시되었던 음반 <Yu Jisuk, Traditional Songs / North Korea>이 기폭제가 되었다. 올해가 네 번째 정규 공연을 통해서는 140여곡이 넘는 북녘 토속민요가 새롭게 공연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가정과 살림을 돌보며 끝없는 일상의 노동을 책임져야 했던 여인들의 모습을 노래에서 고스란히 만나실 수 있습니다. 서럽고 애처로운 마음도 엿볼 수 있지만, 내일에 대한 희망과 가족에 대한 사랑도 숨겨두지는 않았습니다. 내년 다섯 번째 무대는 어떤 노래들을 올릴 것인지 올겨울 내내 즐겁게 고민하겠습니다.”라고 유지숙 예술감독은 공연에 대한 의미를 말한다.

 

 

 

그리고 무대에 올랐던 최윤영 씨는 공연이 끝나고 “우연하게 인연이 닿아 서도소리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우리의 소리를 발굴하고 무대에 올릴 것인지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유지숙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음에 참으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물론 함께 서도소리를 배우는 사람 가운데는 멀리 강원도 양양에서 배우러 오기도 해 공부가 쉽지는 않지만, 이렇게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하고 나니 정말 뿌듯하기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공연은 비대면으로 녹화를 했지만 앞으로 랜선을 타고 우리 소리에 목말라 하는 많은 이들을 만날 예정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의 끝자락에 북녘에서 불렸던 소리들의 잔치를 나는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만일 이 공연이 비대면이 아니라 청중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면 끊임없는 추임새로 공연장이 가득 찼을 것이란 아쉬움과 함께 이 소중한 노래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 겨레에게 알려낼 것인지 내 머릿속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