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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낭만의 LP음악 들어보셨나요?

《김상아의 음악편지》, 음악과 문학 그리고 철학이 어우러진 LP음악 안내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마음이 아련해왔다. 대상도 없는 그 누군가가 그리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마지막 수업을 빼먹기로 마음을 굳히고 상경대 강의실을 기웃거렸다. 한동네 친구 유철이를 불러내 막걸리 내기 당구나 치러 가자며 꼬드겼다.” - 최양숙 <가을편지> -

 

“강원도 산골은 겨울이 유난히 길다. 예전에는 동짓달이면 벌써 외부세계와 왕래가 단절되는 마을이 수두룩했다.” - 현경과 영애 <참 예쁘네요> -

 

흑갈색 강물 빛이 조금씩 묽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큰 물기둥은 처음이었다. 물이 서서 달린다더니 정말 그랬다. 당목이 떠내려가고 서낭당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한영애 <여울목> -

 

노래 한 곡 한 곡을 해설하는 글들이 정겹다. 모두 한 편의 시다. 그냥 시가 아니다. 그것은 예전 음악다방에서 아가씨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 디스크자키의 중저음 목소리요, 아련한 추억의 노랫말이요, 해설이다. 이런 모든 것을 담아낸 ‘추억과 낭만의 LP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김상아의 음악편지》가 도서출판 얼레빗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쓴 김상아 작가는 <한국교통방송 강원본부>, <CBS 춘천> 등에서 디스크자키로 활동하였으며 <한국 방송디스크자키 협회> 감사를 지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 <우리문화신문>에 ‘김상아 음악편지’를 연재 중이며 이미 <강원도민일보>에서 「노래꽃 피는 마을」이란 주제로 100회 이상 연재를 통해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전문 음악가이자 작가다.

 

자신을 “음악과 들꽃, 바람과 별의 쉼터를 마련하려고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열심히 꽃을 심고 있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는 김상아 작가는 새책 《추억과 낭만의 LP여행: 김상아의 음악편지》를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1, 2, 3으로 구성하고 각 장에 어울리는 노래와 감칠맛 나는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해설 한 구절 한 구절이, 사라진 LP판의 향수를 불러내듯 묘한 끌림이 있어 책을 한번 들면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마법이 있다. 코로나19로 시작한 경자년(庚子年, 2020)도 슬슬 기울어가고 있다. 이미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이런 가라앉은 연말, 때 묻지 않은 시절의 LP음악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원한 디스크자키, 김상아 작가의 음악선물 《김상아의 음악편지》는 우리의 지친 심신을 달래 줄 개발 완료된 ‘백신’일지 모른다.

 

《김상아의 음악편지》 김상아 지음, 도서출판 얼레빗, 15,000원, 2020.10.30

 

 

사이먼과 가펑클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를 들어보라

[대담] 《김상아의 음악편지》 저자 김상아

 

- 김상아 작가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

“음악은 내게 서낭나무 같은 존재다. 세상살이가 힘들 때 나는 음악에 빌었고 음악에 기댔다. 그때마다 고개마루에서 마을을 굽어살피는 당산목처럼 음악은 나를 지켜주었다.”

 

- 디제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계기는 없다. 어느 한순간에 생겨난 동기부여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음악이 좋아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끼고 살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디제이의 꿈이 스며들었다.  

 

- 디제이 일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나는 시간의 마술사다. 사람들과 함께 몇십 년 전으로 다녀오기도 한다. 일가족 삼대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구십 할머니가 치매로 기억을 통 못하시니 좋은 방법이 없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1940년대와 1950년대로 돌아갔다. 놀랍게도 할머니는 내가 들려주는 노래를 모두 따라 부르시는 것이었다. 그날 감격에 젖은 그 가족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 요즘은 CD를 넘어 USB로 음악을 듣고 있다. 이에 견줘 LP를 고집하는 까닭은?

”대부분 사람은 LP를 향수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지지직’하는 잡음을 들으며 ‘그래! 이 맛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유감천만의 말씀이고, 디지털 음원과 LP는 녹음방식 자체가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디지털은 많은 음을 생략해서 녹음한다. 그런 까닭에 명료하기는 하지만, 건조하게 들린다. 반면 LP는 본디 지닌 음을 거의 재생해낸다. 그 때문에 소리가 풍성하고 따스하다. 물론 디지털 방식으로 LP음을 내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대중화하지는 못하고 있다.“ 

 

- 요즘 코로나19 탓에 많은 사람이 삶을 괴로워한다. 그런 이들에게 들어보기를 권할 노래가 있다면?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를 들어보시라. 지금이야말로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이타심을 발휘할 때다. 나의 고단함보다는 남의 고통을 위해 자신을 버리겠다는 숭고한 정신이 담겨있기에 주저 없이 권한다.“

 

- 앞으로 음악 관련하여 기획하고 있는 것은?

”이제는 저잣거리를 떠나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다. 내 LP음반과 함께. 낮에는 들꽃바람을 맞고, 밤이면 별빛 바다에 몸을 담그는 곳. 산새가 따라주는 차 한 잔과 술 단지 숨소리 들려오는 곳. 그 터전을 위해 강원도 깊은 산골에다 정성을 다해 들꽃과 나무를 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