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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코로나 시대와 백남준

백남준, 47년 전 ‘전자초고속도로’ 건설할 것을 제안하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81]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얼마 전에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한 음식 프로그램에 손이 멈춰졌다. 장안에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사 앞에는 대형 스크린이 있고 그 속에는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혹은 한국요리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이 화상으로 연결돼 각자의 조리대에 재료를 쌓아놓고 있었다.

 

서울에서 요리사가 요리방법을 알려주면 영상으로 그것을 보고 요리를 해나가는데 요리가 잘못되면 요리사가 개선방법을 즉석에서 가르쳐주고, 잘 된 것은 칭찬을 해주니 각국에서 참여한 자원자들이 원하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눈앞에서 배우고 그렇게 만든 음식을 맛보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화상회의를 한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세상에, 이제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직접 수강생이 되어 직접 눈앞에서 요리를 시도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된 이후 가상공간을 통해 접촉과 교류, 쌍방향에다가 다방향의 회의나 수업, 교육하는 이른바 비대면(非對面) 문화가 ‘뉴 노멀’, 혹은 새로운 대세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얼마 전에는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우리의 공관장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회의를 했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기가 결항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 나라에서 굳이 서울로 오지 않고도 직접 서울의 외교부와 연결해 회의한 것이다. 항공기 비용도 엄청 절감된다.

 

이런 화상대면이 정말로 일상이 되었다. 화상회의 말고도 대형 텔레비전 하나만 있으면 영화나 드라마, 혹은 콘서트까지 마음대로 즐길 수 있고 쇼핑도 인터넷이나 화상으로 주문해 배달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는 해마다 연초에 세계 최대의 국제전자박람회(CES, Consumer Electric Show)가 열려, 거기에 참가하는 기업들이나 관련 인사들로 숙박비가 하늘 높이 치솟았었는데 올해는 사람들이 오지 않고 영상으로만 전시회를 해서 라스베이거스가 썰렁해졌다. 지난 11일 개막식에서 버라이존 통신의 최고경영책임자(CFO)인 한스 베스트버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코로나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디지털 혁명이 6~7년이나 비약했다.”라고 말했다. ​

 

이런 일련의 현상을 보면서 나는 비디오 예술가로 알려진 백남준 선생이 생각났다. 지금부터 47년 전이니까 까마득한 옛날이라고 할 1974년에 백남준은 록펠러 문화재단에서 위촉받은 논문을 제출해 상금 1만2천 달러를 받았다. 그 논문에서 백남준은 21세기를 위해서 ‘전자초고속도로’를 건설할 것을 제안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전자초고속도로의 건설은 더 거대한 사업이 될 것이다. 우리가 뉴욕과 로스 앤젤리스를 강력한 송출영역으로 운영되는 전자 텔레콤 네트워크로, 그리고 대륙간 통신위성, 도파관(導波管), 동축케이블망, 레이저 광통신망 등으로 연결하면, 경비는 사람을 달에 내려놓는 것만큼 들겠지만 그것으로 생겨나는 부산물에 의한 혜택은 훨씬 클 것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 사이를 컬러 화상 전화로 연결하는 회의도 상업적으로 전망이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애초의 설치를 위한 구리값은 들겠지만) 원거리 화상회의는 항공기 여행과 도시 거리 사이에 혼란스럽게 왕복하는 공항버스를 아주 영원히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다. 효율적인 통신은 어디에서나 사회적인 낭비와 모든 종류의 사고들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 소득은 환경상으로나 에너지 분야의 현명함으로 보나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텔레컴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유일한 윤활제이자 보충제라는 역할을 다하고 새롭고 놀라운 인간들의 노력을 만들어내는 발판이 될 것이다.”

 

 

마치 오늘날, 코로나 사태 이후를 미리 손바닥을 들여다보듯이 정확하게 디지털의 시대를 예언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논문으로 백남준은 21세기 정보화 고속도로의 창안자로 평가를 받고 있거니와 그의 제안 이후 미국이 정보화 고속도로를 만들기 시작해 마침내 세계가 디지털로 하나가 되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그러한 세계를 백남준 씨가 내다보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리고 1986년 미국과 일본, 한국을 연결하는 국제 위성 예술제인 ‘바이 바이 키플링’에서 백남준은 미국 로스앤젤리스와 일본 도쿄사이를 위성의 화상으로 연결해 분할스크린을 통해서 쌍둥이 등 출연자가 꽃을 선사하고 모자를 주고받는 장면을 연출해 요즈음 화상소통을 미리 시연해주었다.

 

 

요즈음 디지털에 의한 신시대를 보면서도 우리는 백남준을 잊고 있었다. 그가 비디오 예술가라고 해서 텔레비전 세트를 쌓아놓고 거기에 페인트로 뭔가 그리고 쓰고 하는 예술가로만 생각해온 것 같다. 그가 일찍이 미디어 세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내다보면서 작업을 했지만, 우리는 그가 남긴 눈에 보이는 작품들만으로 그를 평가했고 그러다가 2006년 백 선생이 서거한 뒤로는 점점 그를 잊고 있다. 백남준이 남긴 걸작 다다익선의 불은 여전히 꺼져 있고 사람들은 그의 작품 값이 얼마인가에만 관심이 있지, 그가 먼저 가서 보여준 미래를 위한 선견지명과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를 잊고 있는 것이다. ​

 

우리가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끊임없이 인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창조정신이다. 지금 화상회의의 핵심도구가 된 줌(Zoom)은 미국에 있는 중국인에 의해 새로운 문명의 이기로 개발되었다.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에 각국은 심혈을 기울이며 전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가 경제적 가치를 나누는 데에만 신경을 쓰느라 시대를 앞서가려는 생각이 없어져서 그런 것은 아닌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다.

 

며칠 뒤 29일은 백남준 선생이 가신 지 15주년이다. 다시 백남준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