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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분(2월 2일)', 콩 뿌리며 액을 막는 날

[맛있는 일본이야기 585]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2월 3일은 일본의 절분(세츠분, 節分)날이다. 이날은 한해에 일어날 나쁜 액운을 막고 행운과 행복을 비는 날로 절분은 일본의 오래된 민속행사의 하나이다. 그런데 해마다 2월 3일 지내오던 절분이 올해는 2월 2일이다. 왜일까? 그것은 4년에 1번 찾아오는 윤년(閏年)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1984년까지는 2월 4일이 절분이었고, 1985년부터 2020년까지는 2월 3일이 절분이었으나 2021년부터는 2월 2일이 절분이다.

 

절분이 되면 집 가까운 신사(神社)나 절에 가서 액막이 기도회를 갖고 콩뿌리기(마메마키)를 한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 (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 ‘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들어 입춘 전날 밤에 치웠다. 토우동자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85)의 귀신을 물리치는 행사 츠이나(追儺)와 밀접한데 이는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로 내려오면 토우동자의 장식은 사라지고 복숭아 나뭇가지를 신성시하면서 콩 뿌리는 행사로 변한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고대 중국과 한국에서도 귀신을 쫓는 주술적인 나무로 통했다.

 

오늘날 일본에서 절분날에 말하는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말은 1447년 임제종의 승려가 지은 《와운일건록(臥雲日件錄)》에 “귀외복내(鬼外福)”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그럼 왜 많은 곡식 가운데 하필 콩을 뿌리는 것일까? 그것은 예부터 곡물에 생명력이 있어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콩이라는 일본말 마메(豆)와 악귀를 뜻하는 말인 마메(魔滅)가 같은 소리가 난다는 뜻에서 콩이 선택된 것이다.

 

 

그러나 홋카이도나 도후쿠(東北) 지방, 남큐슈 지방에서는 땅콩을 뿌리기도 하며 또 일부 지역에서는 쌀이나 보리, 숯 따위를 뿌리기도 하는 등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다. 예전에는 집에서 콩을 볶아 썼지만, 지금은 절분날이 가까워져 오면 슈퍼에서 다양한 크기로 예쁜 포장을 해서 판다. 마치 한국에서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편의점이나 가게에 땅콩이나 호두, 잣 같은 부럼이 등장하는 것처럼 일본에도 절분날 콩이 불티나게 팔려간다.

 

어느새 소띠해(신축년) 1월도 슬슬 지나가고 곧 2월 2일이 다가온다. 일본의 액막이 풍습의 날이기는 하지만 지긋지긋한 코로나19가 지구상에서 썩 물러가도록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