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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렀거라! 코로나 액운아!

선조들의 섣달그믐에 재액을 막기 위한 안간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재액(災厄) 피하기”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월호를 펴냈다. 이번 호에서는 선조들이 음력 설날이 있는 정월에 한해의 액운을 막기 위해 했었던 나례(儺禮), 부적(符籍), 연날리기, 처용무, 시초점 같은 재액 피하기를 알아보고, 다 함께 코로나로 인한 묵은해의 재액을 올해 신축년에는 물리쳐보고자 한다.

 

오늘날 잊힌 매귀의 21세기적 복원은 힘을 모아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

 

곽재식 작가의 <재액을 먹는 괴물, 방상씨와 매귀 풍습>에서는 한자어로는 매귀(埋鬼)라고도 쓰는 ‘매구’는 설 무렵 풍물을 울리며 사람들이 복을 빌기 위해 행하는 민속 행사고, 16세기 초에 펴낸 《용재총화》에서는 매귀를 귀신을 때려 내쫓는다는 뜻의 방매귀(放枚鬼)라고 쓰고 방매귀가 궁중의 방상씨(方相氏) 놀이와 관련 높은 것으로 설명한다.

 

방상씨는 고대 중국 사람들의 주술적인 의식에 등장하였고 대체로 눈이 네 개인 형상의 가면을 쓰고 귀신을 쫓는 사람을 일컫는데, 한 해의 맨 마지막 날에 어린아이들 수십 명에게 붉은 옷을 입히고, 붉은 두건을 씌워 궁중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행사의 시작이다. 설날 새벽이 되면 방상씨, 곧 방상씨 가면을 쓴 사람이 나와 관상감(觀象監)에서 준비한 북과 피리로 연주하여 붉은색 차림의 어린아이들을 쫓아내는 조선 시대의 신년 음악회인 셈이다.

 

오늘날은 거의 잊히고 고성 오광대와 같은 민속놀이 탈춤 정도에서 그 명맥을 찾아볼 수 있는 매귀는 19세기 기록에서는 악운을 쫓아내는 인물들이 볼품없는 선비, 할머니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힘을 합친 모습이었다. 이를 되짚어 보면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사회적 약자들을 도울 수 있다면 이것이 재난을 막는 21세기적 매귀라고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새해 역귀를 내쫓기만 하는 나례가 아니다

진정한 치유 서사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다

 

이영민 교수의 <마음속 깊이 새겨 잊지 아니하다>에서는 희미해진 우리 전통이지만 ‘나례’라는 섣달그믐의 연례에 대한 역사과 창작 콘텐츠로 재탄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나라의 현재 지역 축제들은 몇몇 전통과 유관한 축제를 빼고는 특색 없는 축제만 양산되어 한계에 봉착한 상태이다. 필자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연 스토리테마파크 창작콘텐츠 공모전에서 나례 축제를 재탄생시킨 본선진출팀 ‘나래’를 지도하며 원형 탐구를 위해 전통과 역사에 집중하는 도움을 받는 사람(멘티)들에게 받았던 소감과 새로운 축제 방식의 탄생에 감탄한다.

 

단절되었던 나례를 복원하고, 역귀를 쫓아내는 구나(驅儺) 의식과 연희를 현대에도 즐길 수 있게 구현하였으며, 이것에 풀리지 않는 부자(父子) 관계로 유명한 사도세자와 영조의 서사를 입혔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낸다.

 

궁중 나례에 방상씨(方相氏) 탈을 쓰고 악귀로 나타난 사도의 원혼(寃魂)이 아버지 영조를 해하려 들 때 관객(백성)들이 풍등을 밝힌다. 백성들이 풍등에 진심을 담은 글을 써서 밝히는 모습을 보고, 영조 또한 풍등에 진심을 적어 사도에게 건넨다. 세자의 시호이다. ‘사도(思悼)’ 다시 생각하니 하염없이 슬프다. 관객은 단순히 구경꾼에만 머물지 않고 사건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군중의 역할을 하며 공감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치유 서사를 만날 수 있다고 전한다.

 

송액영복 연을 날리고, 부적을 쓰며 잡귀를 훌훌 날리는 나례

 

권숯돌 작가의 <이달의 일기 - 어루액이야>에서는 역병이 기승을 부리는 조선시대에 묵은해의 잡귀를 없애기 위한 궁중 나례를 배경으로 위용 넘치는 처용과 방상씨 탈을 쓴 광대를 임금이 관람하며 재액이 물리쳐지길 바라고, 각 지방에서는 공동으로 부적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돌린다. 정월 초하루에는 연에 한해의 나쁜 재액을 실어서 보내고 복을 맞는다는 뜻의 송액영복(送厄迎福)을 써서 날리는 풍경들을 만화로 소개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 더 잔인한 액막이ㆍ액받이

그런 사람을 구해주는 것도 결국 사람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문제는 귀신이 아니야!>에서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지만, 그런 사람을 구해주는 것도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궁합>의 송화옹주는 궐에서 자신이 태어나면서 죽은 후궁이었던 엄마로 인해 재수 없는 사주를 타고나 궐 밖에서 크다가, 또 그 사주로 인해 액막이로 재입궐하여 액운을 물리친다는 팥과 은행을 짜낸 물로 강제 목욕을 해야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요 장면인 액막이 행사인 나례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처용 가면을 쓴 훤이 연우에게 고백하는 장면, 드라마 <이산>에서는 폭약을 설치하여 정조를 해하려면 장면, 고려 때의 나례의식을 표현한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려>에서는 탈을 쓴 두 남녀 주인공이 마치 오늘날 핼러윈을 즐기는 사람들 같다.

 

[편액이야기]에서는 국권회복의 길은 오로지 교육에 있음을 직시하여 강습회를 창립했던 국전(菊田) 강형수(姜馨秀, 1875~1942)가 노년을 휴식하면서 지내기 위해 세운 정자의 편액인 ‘쌍암정려(雙巖精廬)’를 소개한다. ‘쌍암’은 정자 뒤의 한 쌍의 바위인 거북 바위와 용 바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용과 거북은 상량문에서 마주 보게 쓰는 동물 문자로, 재액을 방지하는 의미가 있다.

 

[스토리이슈]에서는 2020년 7월에 한차례 개관했다가 코로나19로 인하여 일반 공개가 늦춰지던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 재개관 소식을 전한다. 지난 1월 1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소장한 세계기록유산을 VR과 AR 등의 초실감 디지털 기술로 생생하게 경험해 볼 수 있고, 학생들은 실물을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으므로 기억에 오래 남고 재미있는 기록유산 학습을 즐길 수 있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이수진 뮤지컬 작가는 “재액을 막기 위해 신분도, 나이도, 성별의 차이도 없이 모여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라고 하며 “어쩌면 액운이란 것은 단순히 즐거움의 반대편 정도에 자리 잡은 어두운 기운”일지도 모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액운을 몰아내려는 풍속은 입춘 전날인 절분에 콩을 방이나 문에 뿌리는 풍속, 입춘에 붙이는 입춘방, 설날 세화를 대문에 붙이는 풍속,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적셔 집안 대문을 비롯하여 담벼락이나 마당에 뿌리는 등의 세시풍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8권을 기반으로 한 6,10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