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문화 넓게 보기

임진란 때 승군으로 뛴 제월당 대사 비를 찾아

연천군 심원사터, 연천군심원사지부도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깊숙한 동굴 눈도 이제 녹고

숲 헤쳐 드니 밤은 이미 늦었다

속세 사람들 세상 연민 많지만

선객의 즐거움은 그윽하고 한가롭다

돌의자엔 바람결도 서늘하고

소나무 창엔 달그림자 싸늘하다

오늘 저녁 풍족했던 좋은 이야기

어느 날 다시 만날 길 있을까

 

한적한 산사에 찾아 온 길손 역시 마음이 통하는 스님이었으리라.

 

 

 

바다하늘 다한 곳 풍경도 뛰어나

만 이랑 푸른 물결 눈길이 탁트인다

신선 나그네 함께 노닐어 풍류 멋있으니

피리소리 달과 어울려 구름사이 닿다

 

이는 강원도 청간정을 지나며 지은 시다. 제월당 대사는 『제월당대사집(霽月堂大師集)』을 남겼는데 상권에는 오언고시 1편, 오언절구 11편 12수, 오언율시 6편, 칠언절구 39편 40수, 선게잡저(禪偈雜著) 18편 22수, 선어(禪語) 10편이 실려 있다. 하권에는 소(疏)·기(記)·서(書) 등의 문 19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월당 대사(1542~1632)는 15세에 출가하여 30세에 묘향산에서 청허 대사를 스승으로 삼았다. 임진왜란 때 청허 대사의 부름으로 승군으로 참전하여 공을 세웠으며 후에 선교양판사(禪敎兩判事)라는 직위를 내려 받았으나 거절하고 묘향산으로 들어갔다.

 

 

대사가 입적한 뒤 부도를 세군데 세웠는데 하나는 금강산 표훈사요, 하나는 연천 심원사이고, 하나는 지제산 천관사다. 며칠 전 연천 심원사 들머리에 있는 제월당 대사 비문을 찾아 갔다. 기록대로라면 제월당 대사의 부도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비석만 남아있다.

 

제월당 대사의 비석은 연천군심원사지부도군(漣川郡深源寺址浮屠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동내로 970번길)에 있는데 경기도 시도유형문화재 제138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 부도군(浮屠群)은 심원사 들머리에 부도탑과 비석 등 17기를 이루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부도탑 가운데 9기의 부도탑이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 제월당 대사의 부도가 있을지 모르나 현재는 불명상태다. 다만 제월당 대사 비석은 남아 있는데  비석에는 정면 상단에 눈으로 읽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한 ‘齊月堂大師碑銘(제월당대사비명)’이라고 전서(篆書)로 쓰여 있어 비석의 주인공을 알려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미에 ‘皇明崇楨九年歲次丙子八月日(황명숭정9년세차병자8월일)’이라고 새겨져 있어 1636년(인조 14)에 세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원래 제월당 비석은 현재의 자리에서 약간 떨어진 무학대사가 중창한 심원사(深源寺)에 있었다. 심원사는 6.25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현재는 절터(寺址)만 전하고 있는데 2000년대 들어 복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현재는 극락보전 등 불전들이 들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