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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사랑방 문화

[정운복의 아침시평 7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 났군, 외삼촌을 빼 먹을 뻔했으니......”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첫 부분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 가슴 아프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배우면서

내용보다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쓴 소설이 중요하다고......

선생님은 그것을 많이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

 

감성적인 이야기를 상급학교 진학의 도구로 배워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보면

시 한 줄, 수필 한 편 모두 해부학처럼 분석적으로 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음의 울림이 중요한 것인데 말이지요.

 

혹자는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합니다.

옛날 살만한 집엔 안방과 사랑방이 따로 존재했습니다.

안방은 그 집의 중심이 되는 방으로 부부가 생활을 같이했지만

낮엔 주로 안주인이 차지하고 있었던 공간이고

바깥주인은 건넌방으로 가서 책을 읽거나 손님을 맞이하였는데 이를 사랑방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랑방은 한자로 ‘舍廊房’으로 표기합니다.

세 글자 모두 집이란 의미로 사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사랑방은 학문과 예술을 닦는 공간이기도 하고, 시인 묵객들과 함께

담소를 즐기거나 취미를 같이 하던 공간이기도 했지요.

 

요즘은 집에서 손님을 치르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

사랑방 문화도 사라져가는 옛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특화된 카페나 미술관의 작은 공간, 문화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것이 온라인화된 슬기말틀(스마트폰)로 수렴하고 있는 세상에서

만나서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랑방 문화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