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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동그란 동자승 미소로 허물을 벗었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5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빈 절                           

 

                                   - 김상아

 

       승(僧)이라 하여

       다 비울 수 있겠는가

       숨을 쉬는 한 가슴은 뛰고

       뛰는 가슴엔 사랑이 깃든다

 

        질기디 질긴 화두

        산문 밖에 내놓고

        가시지 않는 분 냄새에

        목탁소리 산란(散亂)터니 

        법당문 걸어 매고

        소지공양* 하더니

 

        풍경마저 낮잠 든 고요한 날에

        마지막 독경 방울 떨구고

        동그란 동자승 미소로

        허물을 벗었다

 

        승이라 하여 비웠는가

        비우려고 숨결도 지웠는가

        주저앉은 지붕 위로

        칡 순 새로 돋았는데

        이끼 낀 돌담 가에

        구릉대꽃* 피었는데

 

* 소지공양 : 손가락을 불태워 자신의 몸을 공양하는 수련방법

* 구릉대 : 뱀꽃을 이르는 사투리. 대매이꽃이라고도 한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은 그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라고 되뇐다.

 

어디 그뿐인가? 신라시대의 고승 원효(元曉 617∼686년)는 요석공주와 사랑에 빠져 설총을 낳았다고 전한다. 아무리 뛰어난 고승이라 할지라도 그들 역시 사람이다. 그들에게 왜 번민이 없겠는가? 어쩌면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원효는 파계한 것인가? 파계란 승가에 귀의하여 계와 율을 받은 자가 계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가? 하지만 후세 사람들은 아무도 원효를 파계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효는 분파되어 있던 불교 사상을 융합하고 귀족 불교를 대중화시키는 데 공헌한 신라의 으뜸 고승이요 사상가라고 인정한다. "더러움과 깨끗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속된 것과 참된 것 역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원효는 그렇게 말했다고 하지 않는가?

 

아 그렇다. 스님이라고 어디 뜨거운 가슴이 없을까? 구릉대꽃 피고 이끼 끼고 주저앉은 지붕의 퇴락한 절엔 “동그란 동자승 미소로 허물을 벗었다”라고 김상아 시인은 노래한다. 정말 풍경마저 낮잠 든 고요한 날에 마지막 독경 방울 떨구고 그렇게 동자승은 허물을 벗었을까? 아니면 김상아 시인의 뛰는 가슴에도 사랑이 허물을 벗고 있을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