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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삼강행실>에 담긴 세종의 꿈

[‘세종의 길’ 함께 걷기 69]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사람이 참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 뜻을 세우는 과정을 살펴보자. 사람이 어떻게 하여 흐려진 본성을 찾아 갈고 닦아 새로운 사람에 이르는가를 모색하는 일은 유교의 명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세종실록》에서 여러 사례를 찾아 그 길을 찾던 중 아래 <삼강행실(三綱行實)> 반포의 글[교서]을 새삼 꼼꼼히 읽어보게 되었다. 세종의 사유를 이리도 명쾌하게 요약해 놓은 글을 여러 곳을 빙빙 돌다 찾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삼강행실 인쇄하여 반포하고 가르치도록 하라

 

삼강은 사람 도리의 큰 틀이다. 고금의 사적을 편집(編集)하고 아울러 그림을 붙여 만들어 이름을 <삼강행실>이라 한다. 백성들에게 가르치고 지도하여 일깨워 주려고 한 것이다. 정음문자[훈민정음]가 생기기 이전 시대의 한문 교서로 편찬할 수 있는 세종의 시책을 볼 수 있다. 세종실록 16년 4월 27일의 한문 교서를 찬찬히 보자.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생각건대, 하늘이 준 바른 덕과 진심(降衷) 그리고 의젓하게 타고난 천성은 생민이 똑같이 받은 것이라, 인륜을 지켜 풍속을 이루게 하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널리 학식이 있는 자를 구하여 두터이 장려를 추가하도록 하되, 귀천을 말할 것 없이 항상 가르치고 익히게 하여, 부녀까지도 친속(親屬)이 정성껏 가르쳐 분명히 깨달아 모두 다 알도록 하고, 입으로 외우고 마음으로 생각하여 아침에 더하고 저녁에 진취하여, 그 천성의 본연을 분발하지 아니하는 자가 없게 해야 한다.

 

그러면 아들 된 자는 효도를 다 할 것을 생각하고, 신하 된 자는 충성을 다할 것으로 생각하며, 남편 된 자와 아내 된 자도 모두 자기의 도리를 다하게 되어, 사람들은 의리를 알고 스스로 새롭게 하려는 뜻을 떨쳐 일어나도록 할 것이니, 교화(敎化)가 행하여지고 풍속이 아름다워져서 더욱 잘 다그려진 정치의 세상에 이르게 될 것이매, 오직 너희 예조(禮曹)는 나의 지극한 마음을 본받아 안팎에 알아듣게 하라.’ 하였다.”

 

세종실록 교서에 나타난 <삼강행실>의 의의

 

 

【전제】

1) 予惟降衷秉彝, 生民之所同(여유강충병이, 생민지소동)

하늘이 준 바른 덕과 진심(降衷) 그리고 의젓하게 타고난 천성은

생민이 똑같이 받은 것이라.

 

2)厚倫成俗, 先務(후륜성속, 선무)

인륜을 두터이 하여 풍속을 이루게 하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가 먼저 할 일이라.

 

 

3) 敦典敷敎之道(돈전부교지도)

오전(五典) 곧 오륜을 두터이 하여 펴는 도리

천성이 같게 태어난 생민은 풍속이 흐트러져 있어 윤리도 함께 바르지 못한 바 이를 바로 잡아 스스로 인간성을 찾아 ‘바른 생민’이 되게 하는 것이 정치가 할 선무 곧 먼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생민(生民)’이란 누구인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기보다 ‘삶을 살아내는’ 곧 적극적으로 삶을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회유의 방술】

1) 항상 가르치고 익히게 하여, 부녀까지도 친속(親屬)이 정성껏 가르친다.

(常令訓習, 至於婦女, 亦令親屬諄諄敎之)

2) 분명히 깨달아 모두 다 알도록 하고,(使曉然共知),

입으로 외우고 마음으로 생각하여 아침에 더하고 저녁에 진취하여(口誦心惟 朝益暮進,),

그 천성의 본연을 분발하지 아니하는 자가 없게 되면(莫不感發其天性之本然,),

효와 충성과 의를 가르치어 천성을 일깨운다.

 

【결과】

1) 아들 된 자는 효도를 다 할 것을 생각하고, 신하된 자는 충성을 다할 것을 생각하며, 남편 된 자와 아내 된 자도 모두 자기의 도리를 다하게 되어,

(爲人子者思盡其孝, 爲人臣者思盡其忠, 爲夫爲婦亦皆盡道,)

사람들은 의리를 알고 스스로 새롭게 하려는 뜻을 떨치려 할 것이니,

(人知義方, 振起自新之志,)

사람의 도리를 다하게 된다.

 

【사회】

교화(敎化)가 행하여지고 풍속이 아름다워져서(化行俗美,)

더욱 잘 다스려진 세상에 이르게 될 것이다.(益臻至治之風)

아름다운 정치를 펴는 세상에 이르게 된다.

이런 근거로 예조(禮曹)는 나의 지극한 마음을 본받아 안팎에 널리 알리라고 말한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세종이 생각하는바 생민이 타고 난 천성은 같고 학습을 통하여 천성의 본연을 분발하면 새로워지는 뜻 자신지지(自新之志)를 세울 것이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삼강행실>의 의의를 살펴보았다. 새겨 보면 이 글 속에 사람의 도리에 대한 논리가 다 담겨져 있다. 하늘이 준 덕은 천성이다. 모두 자기의 도리를 다하게 되고 사람이 익혀 알면 분발하게 된다. 그러면 마침내 올바른 세상을 이루게 된다. 고로 세종이 꿈꾸는 세상은 <삼강행실>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