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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버릇(습관)의 힘

더 좋은 세벌식 자판을 놔두고 두벌식 자판을 쓴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8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92%가 오른손잡이입니다.

그런데 한자는 불편하게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씁니다.

궁궐이나 대문, 전각이나 절의 현판의 대부분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합니다.

사서삼경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고 병풍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지요.

 

우리의 눈은 가로로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안구는 가로운동이 세로운동보다 편할뿐더러 시야각도 넓습니다.

그럼에도 한자는 가로쓰기하지 않고 세로쓰기를 합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왜?

왜 우린 그런 문화를 인내하며 살았을까요?

그 까닭은 종이가 없었던 시절 죽간(竹簡)을 사용했던 데에 있습니다.

죽간은 세로로 길어서 ‘세로쓰기’를 해야 했고

왼손으로는 돌돌 말린 죽간을 펼치면서 써야 했기에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이 된 것이지요.

버릇(습관)의 힘이 무섭습니다.

 

우린 매일 키보드를 앞에 놓고 삽니다.

공업진흥청에서는 두벌식을 표준으로 정하고

키보드에도 두벌식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더 빠른 타자가 가능한 세벌식이 있는데도 사용자로부터 외면당합니다.

 

 

 

영문은 더 심하지요.

영문 키보드를 왼쪽 위로부터 차례로 쓰면 Qwerty가 됩니다.

그것을 쿼티 자판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자판이 영문을 정말 느리게 타자하도록 고안되었다는 것이지요.

키보드가 아닌 타자기 시절에는 타자가 빠르면

활자가 엉켜서 오히려 더 느려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키보드 시대를 위하여 매우 빠르게 타자할 수 있는

드보락 자판을 개발합니다.

문제는 드보락 자판이 사용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버릇이 되지 않아 불편한 것이 원인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 많이 있지만

자국의 워드를 쓰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나라들은 워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참패당해

자국의 워드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유독 우리나라만 ᄒᆞᆫ글을 사용하고 있지요.

 

그건 세종대왕이 존경스럽고, 한글이 우수하고, 멋스럽다는 까닭이거나

워드프로세서 ᄒᆞᆫ글이 위대한 프로그램이라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워드가 손에 익어 버릇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습속이성(習俗移性)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버릇과 풍속이 그 사람의 성품을 바꾸어 놓는다는 말씀이지요.

버릇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건 운명이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