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의사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건강에 대하여 항상 귀를 열어놓게 된다. 그러다 보면 건강에 대한 고민이 어느 순간 해결되고 때로는 새로운 고민이 생겨나곤 한다. 이렇게 건강을 생각할 때 한의학의 기본적인 이론을 토대로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면 혼란 없이 꾸준한 방향성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건강한 삶을 위한 ‘바른 생활’을 환자들에게 말할 때 ‘우리들의 몸은 아직 원시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라고하는 전제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전제의 큰 줄기는 먹고 자고 활동하는 것에 대한 원칙의 기준을 잡아주고 방향성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여타의 주장이나 논란에 휩쓸리지 않고 바른길로 갈 수 있는 나침판이 되어 준다.
한의원 진료할 때나 환자들에게 운동을 추천할 때도 ‘원시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라는 전제에 따라, 맨발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잠잘 때는 일찍 자는 것을 끊임없이 권하고 있다. 특히 먹는 것에 대해서는 신생아에서부터 영유아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치아 발달에 따라 단계적으로 식사하도록 권하고, 저녁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원시인의 유전자의 개념은 한의대에 입학했을 당시의 생물학(지금은 생명공학)과 한의학의 개론을 공부하며 틀을 잡고 가다듬어 원칙을 세웠는데, 어느 순간 주위를 돌아보니 나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시킨 건강법을 발견하였다.
현대인이 원시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에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KOTRA, 알키, 2014)에서 팔레오 다이어트를 발견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는 건강식단인데, 비만 환자를 위한 방책으로 제시된 건강법이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현인인류가 아직 원시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주장하기에 흐뭇한 마음으로 살펴본 기억이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현대인이 원시인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유지한다면 다른 측면에서 건강에 대한 도움을 얻을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주목하게 되었다.
팔레오 다이어트는 250만 년 전의 원시인과 견줄 때 현대인들의 유전적 신체 구조는 크게 바뀐 것이 없지만, 1만 년 전의 농업혁명으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된 식단에 인류가 적응하지 못해 많은 신체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농업혁명 이후 곡식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면서 우리 식탁에 곡류, 콩류, 유제품 같은 식품이 등장했는데, 이러한 식단으로 인해 많은 질병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팔레오 다이어트를 주장하는 이들은 현대인도 원시인과 같은 식단을 유지하면 만성질병과 과체중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수렵-채취인 다이어트, 동굴인 다이어트, 석기시대 다이어트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농업혁명 이전의 선사시대 식단을 따르는 팔레오 다이어트는 신석기 시대 이후에 등장한 먹거리의 섭취를 제한하는데, 특히 유제품, 곡류, 콩류, 가공유, 정제된 설탕과 소금을 멀리한다. 주류(주로 곡류에서 발효)와 커피 등의 음료 섭취도 제한된다.
현대인과 원시인 먹거리의 가장 큰 차이는 먹는 양과 종류의 차이가 있는데 원시인이 식생활에 없어서 못 먹는 것이 많아 허약하고 수명도 짧았을 것이고 활동량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하여 비만이 될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곧 활동량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현대에도 열심히 일하는 시골 농부에게서 비만환자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다만 원시인의 유전자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음식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유전자와 동조되는 생활을 한다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건강한 식단을 말할 때 보편적으로 유기농 식품과 웰빙 식품이 있으며 채식주의와 화식(火食)을 배제하는 로푸드(raw food) 다이어트 같은 다양한 주장이 있다.
한의학의 세계에서도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질환은 화식(火食)에서부터 출발했다.’(《황제내경(黃帝內經)》)라는 말이 있다.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자연을 벗어난 가공식의 시작이 화식이기 때문에, 인간이 화식을 하면서 자연과 멀어지고 균형이 깨지면서 점점 질병이 늘어났구나’라고 수긍하면서 현대의 유기농과 참살이(웰빙)와 연결하면서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공부와 고민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 인간이 화식을 했기 때문에 먹는 것에서 자유를 얻고 건강과 수명의 연장을 얻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곧 화식을 하기 전에 인간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생선과 과일의 과육, 그리고 몇 가지 풀 쪼가리였고, 불안정하게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이 육류와 몇 가지 열매가 있었을 것이며 그 밖의 것은 먹으면 탈이 나서 못 먹고 어쩔 수 없이 먹었다가는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했을 것이다. 현대는 화식의 바탕 속에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하여 좀 더 소화되기 쉽고 맛있는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어서 건강하게 장수(長壽)하는 복을 누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원시인의 하루 생활에 대한 몽상
수렵과 채취 생활을 하는 원시인은 먹는 것과 생존이 으뜸 값어치였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냥을 떠나고, 사냥물을 거주지로 가져와서 가족과 함께 먹은 뒤,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안전한 공간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200만 년 넘게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곧 인간은 이러한 수렵과 채취의 반복된 생활이 각인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하여 인간의 몸을 살펴볼 때 먼저 인간이 기상을 하는 시간은, 해가 뜰 무렵이다. 여름에는 5시 무렵, 겨울에는 7시 무렵이다. 현대 시골생활로 보자면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깨어나 사냥을 떠나는데 이때 사냥하기 위한 적절한 몸 상태는 배변과 소변을 보아 몸 상태를 가볍게 하고 밥을 먹지 않는 빈속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가령 이때 밥을 먹는다면 몸은 무거워지고 음식냄새로 사냥꾼이 아닌 사냥감으로 전락하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에 밥은 안 먹었으리라 생각되며 현대 생활에서도 아침은 그리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냥을 나설 때 가까운 곳과 먼 곳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하루 안에 왕복할 수 있는 반경에서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하며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까지 적극적인 사냥을 하고 해가 기울어지면 복귀하기 시작하여 어두워지기 전에 거주지에 당도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육체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때는 해가 떠오를 때부터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정오 전후까지일 것이라 유추된다. 이때는 왕성한 육체의 활동과 더불어 생사의 간극에서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거주지에 되돌아오는 시간은 늦어도 해가 지기 전이었으리라 추측된다. 해가 지는 시간은 여름에는 저녁 8시 무렵, 겨울에는 저녁 5시 무렵이니 이때까지 식사를 마쳤을 것으로 보이며 보통 저멱 6시를 기준으로 ±2시간을 넘지 않았을 것이라 보인다. 곧 저녁 6시 전후 한 끼의 충실한 식사로 하루생활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받았을 텐데 이때 소화능력이 왕성했을 것이다.
현대에도 보통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저녁에 식욕이 가장 왕성하므로 저녁을 가장 많이 먹고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곧 저녁은 소화능력이 왕성하게 발현되기 때문에 1차, 2차, 3차의 회식이나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몸도 이에 호응해서, 위장은 자기 용적의 300%까지 확장할 수 있으며 넘치는 에너지를 간에 축적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낮의 활동에서 원시인들은 서서 활동하는 것이 주가 되었을 텐데, 신발이 없이 맨발로 걸어 다니는 생활을 했다. 이렇게 맨발로 서서 활동하는 것에 최상의 효율을 이루도록 인간의 몸은 적응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가 발달하였기 때문에 현대인도 가능한 한 맨발로 흙이나 돌을 밟는 생활을 해야 유전자와 호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원시인은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대부분의 활동은 중지하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잠을 잤을 것이다. 곧 해가 지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잠을 자는 것이 200만 년 이상 유지되었는데, 현대에서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을 때까지만 해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시골과 전 세계의 대부분 사람들은 9시 무렵이면 잠을 잔다.
이때 수면의 자세는 거주지라는 안전한 공간이라 하더라도 개인 공간이 아닌 전체 공간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잠을 잤을 것이다. 이러한 흔적은 어린이들이 잠자는 모습에서 보인다. 곧 엎드려서 웅크린 방어자세가 인간의 안정적인 수면 자세이다. 이것이 유전자에 각인된 모습이고 현대의 누워서 자는 자세는 의식과 무의식에서 안전하다고 판단된 개인의 공간을 가진 신석기 이후에야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원시인의 모습에서 적절하고 효율적인 건강한 활동에 대한 정보를 유추할 수 있고 여기에 동조된 생활을 할 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곧 진료하면서 건강의 기준을 세울 때 이러한 원시인의 모습을 유추하면서 틀을 잡는데, 이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① 인간은 해가 뜨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맞다. 해가 뜬 이후에도 누워있으면 몸이 흐트러진다.
② 아침에 잠에서 깬 뒤 보는 쾌변이 가장 건강한 변이다. 낮에 보거나 오후, 밤에 보는 변은 의심이 필요하다.
③ 아침 식사는 육체의 활동을 위해서는 안 하는 것이 맞다. 단 두뇌 활동과 기분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④ 인간의 육체 활동은 오전에 왕성한 것이 바람직하다. 오후부터는 정리하는 정도가 맞다.⑤ 인간의 육체 활동은 맨발로 서서 움직이는 데 적응해왔다. 맨발로 흙이나 돌을 밟는 등 서서 활동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는 것이 좋다.
⑥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충실하게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 하루 한 끼를 염두에 둘 때 건강을 생각한다면 저녁을 먹고, 다이어트를 생각한다면 저녁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⑦ 인간은 해가 지면 자는 것이 수면 효율이 높다. 일찍 자고 푹 자는 것은 가능하고 늦게 자고 푹 자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⑧ 인간은 엎드려서 잘 때 편안하게 잘 수 있다. 아이들이 엎드려 웅크리고 잘 때 이를 똑바른 자세로 고쳐주려고 노력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