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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어! 하지가 지났네요?

하지는 음과 양이 다투는 때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02]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며칠 전 하지가 지났다. 벌써 지난 것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들의 마음에 희망을 채우면서 이제는 코로나 사태가 풀리겠지 하다가 안 되어 백신만 기다리며 매일매일을 보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하지가 지나고 한해의 절반도 지나간 것이구나.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버트란드 러셀이 묘비명에 새긴 것으로 전해졌는데, 원뜻은 그게 아니라고 하지만 원뜻과 상관없이 이 말 그대로 어여부영하다가 어느새 하지(夏至)를 그냥 보내버린 셈이다.

 

 

하지를 지난 만큼 이제 낮이 줄어들고 밤이 길어지고 있는데, 요즘엔 그냥 하루가 지난 것이지만 옛날에는 이런 하지나 동지에 대해 꽤나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천문을 살피고 기상 변화를 기록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치세(治世)의 기본이지만, 기상 변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던 고대에 나라에서 정월에 관대(觀臺)에 올라 하늘을 보고 음양의 기운, 사시사철의 흐름을 살폈다는 기록이 있다. ​

 

그런데 24절기 중에 어떤 때는 분(分)이고 어떤 때는 지(至)인가? 이런 천지와 음양의 변화를 옛사람들은 ‘분지계폐(分至啓閉)’라는 개념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

 

춘분과 추분은 봄과 가을이 무르익는 때여서 이를 분(分)으로 표현했고, 동지와 하지는 각각 음양 기운이 교차하는 시점이기에 이를 지(至)로 표현했다. 봄과 여름의 개막을 알리는 시점은 계(啓)라고 했는데 입춘과 입하가 그것이다. 또 입추와 입동은 만물이 생장을 멈추고 추수동장(秋收冬藏)에 들어가는 때여서 이를 폐(閉)라고 했단다.​

 

이렇게 분지계폐라는 개념으로 보니 춘하추동 24절기 일 년의 시간의 흐름이 명확하게 들어온다. 이 가운데 하지와 동지는 음양이 교차하는 시점이라는 것으로서, 며칠 전 하지부터는 더 이상 낮이 늘지 않고 대신 밤이 길어지는데 이것은 동지(冬至)에 생기기 시작한 양(陽)이 점점 자라서 하지(夏至) 바로 전에 양이 최고가 되었다는 뜻이고, 하지부터 곧바로 음(陰)이 생겨나서 음이 점점 자라나 동지 전에 음이 극(極)에 달한 후에 동지에 다시 양(陽)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본다. ​

 

하여간 하지를 지났으니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감은 물론 우주의 기운으로 보면 음이 시작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음은 차가운 것, 양은 따뜻한 것을 의미하니 음이 시작된 것이 나쁜 기운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양과 대립되는, 곧 크고 낳고 죽고 하는 변화의 개념으로서 음을 말할 뿐이다.

 

 

다산 정약용은 ‘하지’라는 시에서 ​

 

月於三十日 得圓纔一日 달은 삼십일 동안에 겨우 하루만 둥그렇고

日於一歲中 長至亦纔一 해는 한 해 동안에 제일 긴 날이 하루뿐이야

衰盛雖相乘 盛際常慓疾 성쇠란 서로 꼬리를 무는 것이로되 언제나 성할 때는 잠깐이지”

 

라고 하였다. 지극히 성하면 곧 쇠한다는 원리, 세상 일은 음과 양 두 가지 측면이 있으니 서로 치우치지 않고 넘치지 않게 대우하고 행동하라는 지혜를 밝히는 것이리라.

 

 

이러한 변화와 성쇠의 기운은 개인의 건강이나 삶, 이웃과 나라의 운영, 정치 경제 등에 다 적용되는 개념이며, 동시에 농사에서도 마찬가지다. ​

 

곧 하지는 양의 기운이 다 찬 때인 만큼 마늘농사에서도 하지 때에 마늘을 캐서 거두어야 껍질이 붉고 쪽이 단단하니, 늦지 말라고 한다. 뽕나무도 음력 5월에 뽕나무 가지 끝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잘라준 뒤에 하지에 인분이나 누에똥을 주어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또 요즈음 아파트 주위 땅에 많이 심는 맥문동(麥門冬)도 몸에 약효가 좋으려면 하지 하루 전에 종자를 캐서 볕에 말려야 한다고 숙종 때 홍만선(洪萬選, 1643 ~ 1715)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라는 책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사람의 몸 건강에 관해서는 《홍길동》의 저자 허균(許筠 1569 ~ 1618)이 죽기 바로 전에 펴낸 《한정록(閑情錄)》이란 책에 보면 사람의 몸에도 음양이 있으니 ​

 

“깨어 있는 것은 양(陽)과 합치되고, 잠자는 것은 음(陰)과 합치된다. 깨어 있을 때가 많으면 혼(魂)이 강장해지고, 잠을 오래 자면 백(魄)이 강장해지는데, 혼이 강장한 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요, 백이 강장한 자는 죽은 무리이다. 그러므로 양생(養生)을 잘하는 이는 반드시 원화(元和 매우 화락한 기운)를 먹고 맛있는 음식은 삼가서 정신과 기운을 상쾌하게 만들고 낮이나 밤이나 항상 깨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오래 사는 방법이다.”​

 

라는 글을 싣고는 이어서 ​

 

“‘수양(修養)하는 선비는 마땅히 ... 하지에 기욕(嗜慾: 하고싶은 욕심)을 절약하여야 하고, 동지에 기욕을 절약하여야 한다.’ 하였다. 대개 일양(一陽)이 처음 생(生)할 때 그 기운이 미약하여 마치 초목이 싹틀 때 쉽게 상할 수 있는 것과 같으므로 완전히 금욕해야지 조절하는 식으로 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기욕이란 사철 모두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이지만, 동지ㆍ하지는 음과 양이 다투는 때니 더욱 사람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

 

라는 글을 옛 책에서 뽑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라는 날, 어떻게 보면 진정한 여름으로 접어드는 하루일 뿐인데도 우주의 성쇠순환이라는 관점에서 보니 이리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그 이야기의 가르침을 우리가 적절히 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따름이다. 하지가 지나는 요즈음 차기 정권의 향방을 놓고 자칭 타칭 대선주자들이 병아리가 알의 껍질을 깨고 나오듯 올라오고 있고 그들이 곧 이 나라를 엄청난 나라로 만들 것처럼 말들을 많이 한다. 또 그들에 대한 검증이라는 이름의 깎아내리기가 시작되고 있어서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이럴 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함은 물론, 정치가들도 지나치면 안 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음양과 성쇠가 있는 법이니 자중하며, 말과 행동, 국민에 대한 약속도 지나치지 않게 자중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와 동지라는 천지기운의 변곡점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