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올봄에는 비가 많이 와서 6월 말까지 서늘한 봄이 지속되다 7월 들어 여름이 시작되는 모양새이다. 이제 시작된 장마가 지나면 불볕더위의 여름이 예상되는데 이런 여름에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불볕더위를 맞이한다면 힘겨운 여름이 될 것이다. 여름에 더위를 몸이 견디지 못할 때 “더위를 먹었다”라고 하고 질병명으로는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1. 더위를 먹었을 때 생기는 증상들
일사병은 더운 공기와 강한 햇볕을 받고서 우리 몸이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땀이 많이 나다가 가슴이 답답해지고 어지럽다가 이러한 상황이 조절이 안 되면 두통, 피로,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여기까지는 적절한 외부의 온도조절, 시원한 물이나 이온음료 등을 마시면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인데, 더 심각해지면 근육통, 저혈압, 빈맥(맥박의 횟수가 정상보다 많은 경우), 실신, 정신이상 등 특이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더위를 먹었을 때 드러나는 증상
① 평소보다 더워하거나 땀을 지나치게 흘린다.
② 가슴이 답답하거나 갈증이 난다.
③ 기운이 달리고 움직이기 싫다
④ 입맛이 없어지거나 속이 메스껍다.
⑤정신이 맑지 않고 머리가 아프다.
⑥ 소변 색이 누렇고 양이 적다.
열사병은 과도하게 고온 환경에 노출되거나 더운 환경에서 작업하거나 운동할 때, 신체의 열 발산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되면서 발생하는 신체 이상을 말한다. 고전적인 열사병의 정의는 40℃ 이상의 심부체온,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 무한증(땀이 나지 않는 것)의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무한증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체온이 높고 의식의 변화와 신경의 조절이 안 되면서, 무력감, 어지러움, 메슥거림, 구토, 두통, 졸림, 혼동상태, 근육 떨림, 운동실조, 평형장애, 신경질 등의 증상이 보이면 열사병을 의심하여 체온을 낮추는 응급조치를 취한 후 진료를 받아야 한다.
2. 더위를 먹었을 때는 이렇게 하자
인간의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일정체온을 유지한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인체는 열을 생산하는 가열 장치는 있지만 냉각장치가 없어서 열을 식히는 작용은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추위에 대하여서는 어느 정도 적응력을 갖추고 조절할 수 있지만, 더위에 대해서는 거의 무방비에 가까울 정도로 취약하다.
그러므로 여름의 불볕더위에 노출되었을 때 외부의 온도가 내 몸의 체온보다 높으면 일반적인 복사나 대류로는 내 몸의 체온을 조절하기 어렵고, 결국 발한(땀)을 통해 체온을 조절해야 한다. 그러므로 땀을 내면서 적절하게 조절해야 내 몸의 체온이 유지되고 정상적인 생리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몸에 수분과 전해질 소실이 일어나고 몸이 힘들어지다가, 어느 순간 발한이 이루어지지 않아 체온이 높아져도 힘들고, 땀구멍의 조절능력이 상실하여도 몸은 힘든데 이것이 더위를 먹은 모습이다.
① 햇빛이 차단된 그늘이나 서늘하고 바람이 부는 곳으로 옮긴다.
더위를 먹은 첫 번째 문제는 체온조절을 위한 발한 능력의 부조화다. 곧 피부세포가 더위에 늘어져 기능을 상실하면서 땀구멍을 여닫는 작용을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세포단위에서 순간적으로 체온이 높아지는 태양열은 피해야 하며 이후에 피부 온도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② 물수건으로 마사지를 해주면서 바람을 쐬어준다.
우리 몸은 무풍 환경에서 내 몸의 체온보다 대략 10℃ 정도 낮을 때 체온 조절이 수월하며 외부온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부담을 느끼는데 내 몸의 체온보다 높으면 과도한 부하를 받는다.
그러므로 더위를 먹은 순간에는 내 몸의 땀이나 피부의 물기가 날아가면서 기화되는 냉각장치로 체온을 조절해야 하므로, 피부에 시원하거나 미지근한(차갑게 느끼면 부담받음) 물기가 필요하며 아울러 이를 빨리 기화시키기 위한 바람이 필요하다. 이때 피부에서 기화를 막는 방해인자가 끈끈한 기름기 땀이다. 그러므로 몸에서 끈끈함을 느낀다면 샤워가 필요하다.
③ 수분과 전해질 공급이 필요하다.
더위 먹은 것의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수분의 부족과 전해질 불균형이다. 그러므로 적절한 수분과 전해질 공급이 필요하다. 시원한 느낌의 물로 수분을 공급하되 간을 맞춘 소금물이 가장 무난하며, 이온음료도 도움이 된다. 특히 가슴이 답답하면서 어지러움이나 두통이 동반된다면 꿀물이나 스포츠포도당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도가 심하지 않고 약간의 전조증상만 보이는 경우라면, 오이나 수박처럼 물이 많은 과일이나 야채를 먹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④ 한약의 도움을 받자
일반적으로 여름에 더위 먹은 모습을 ‘맥이 빠졌다’. ‘맥이 풀렸다’라고 표현한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때에 대비하고 치료하기 위하여 생맥산(生脈散)을 처방해준다. 아울러 한약에서 파생된 민간요법으로 익모초를 달인 물을 먹는 방법이 있다.
더위를 먹었을 때의 상황은 ‘더위로 인해 세포의 활동이 정지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정지된 세포에 순간적인 활력을 살릴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처방이, 우황을 주재료로 한 우황공진단과 우황청심환이다. 또한 더위를 먹었을 때 소화기능이 떨어지면서 울렁거리고 멀미와 유사한 증상이 드러나면서 설사 직전의 배변을 참지 못하고 싸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한방 소화제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⑤ 한번 더위를 먹었다면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몸에서 일시적으로 체온 조절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은, 생명의 근본을 위협하는 비상사태이다. 다행히 적절하게 조치하여 정상으로 회복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후유증이 있다. 단순하게는 피부에서 발한에 대한 조절력 저하, 소화기 점막의 기능저하에 따른 식욕저하, 심장의 부하에 따른 불안감과 수면 불안정 등이 있다.
그러므로 더위 먹은 것으로 인해 식욕과 심장의 박동에까지 영향이 미쳤다면, 그 여파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로 한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무난하다.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삼계탕에서 인삼(人蔘)을 빼고 황기(黃芪)를 넣어 ‘황기삼계탕’을 먹는 것이다. 이는 피부에서 땀이 과도하게 날 경우, 더위 먹는 것을 예방하거나 더위 먹은 후유증을 치유하는 방편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더위를 먹었다면 먼저 서늘하게 바람이 부는 곳이나 그늘로 옮긴 뒤, 차가운 것으로 몸을 마사지 해주면 좋다. 만약 아주 심하게 더위를 먹은 경우라면 응급차를 불러 소생술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