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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생각하는 연희극

광대생각의 <줄 타는 아이와 아프리카도마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아이와 어른은 다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사이를 좁혀갈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밝아질 것이다. 이에 걸맞은 연희극 광대생각의 <줄 타는 아이와 아프리카도마뱀>이 지난 26일과 27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렸다. 남사당놀이의 줄타기, 덜미인형 등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2020년 초연된 이 공연은 2021년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에 뽑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통해 재공연했다.

 

 

 

<줄 타는 아이와 아프리카도마뱀(아래 ‘줄·아·뱀’>은 현대인의 삶을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유산 '줄타기'에 견준다. 줄을 타는 연행뿐만 아니라 ‘줄’이라는 소재가 극을 이끌어 가는 주제이자 대상(오브제)으로 활용된다. 탯줄, 전봇대와 긴 전선, 전화선 등의 이미지로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줄타기, 상모놀이, 꽃천 등 줄을 사용한 연희, 현악기들을 활용한 창작국악 등으로 '줄'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무대는 먼저 중고거래 도중 탈출해 아프리카로 도망가길 꿈꾸는 ‘아프리카도마뱀’이 등장한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분장한 아프리카도마뱀은 태어나보니 혼자인 ‘아이’와 만난다. 아이는 도마뱀의 꼬리를 잘라 뺏어 들고 자신의 부모를 찾아주면 꼬리를 돌려주겠다고 한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둘은 줄을 타고 엄마 아빠가 살던 세상 속으로 환상같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 이 연희극의 줄거리다.

 

<줄·아·뱀>은 이 현실 같은 동화가 “어디에나 존재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듯했다. <줄·아·뱀>은 또 “주인공 '아이'와 '아프리카도마뱀'이 스스로 자유를 선택하고, 줄에서 벗어나 땅에 발을 내딛는 과정을 보면서 어른뿐 아니라 어린 관객들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얻게 되길 바란다”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줄·아·뱀>은 공연 내내 드럼ㆍ해금ㆍ가야금ㆍ첼로 등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하는 반주를 들려주어 연희극을 훨씬 풍요롭게 해준다고 느끼게 하였다. 다만 드럼 소리가 순간적으로 가야금과 첼로 소리를 지우는 듯할 때도 있어 아쉬웠다,

 

다만, 어른의 생각에 매몰돼 살아왔던 어른의 관점으로는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다 생각이다. 그러나 이날 공연을 보러온 엄마와 아이들은 까르르 웃고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한다. 나도 모르게 꼰대가 돼 있었음이 부끄러워진다.

 

모래내에서 아이와 함께 관람을 보러온 성민희(41) 씨는 “아이가 연희 내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좋은 연희극이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로써 아이와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어 연희극을 만들어준 광대생각 사람들께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

[대담] <줄 타는 아이와 아프리카도마뱀> 연출자 선영욱

 

 

- 단체 이름이 ‘광대생각’인데, 그렇게 지은 까닭은?

 

“광대생각은 원래 전통연희를 활용한 예술교육사업을 목적에 두고 창단한 단체였다. 탈춤, 줄타기, 인형놀이, 풍물굿 등 전통연희가 대단히 많은 장르를 품고 있는데, 이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교육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광대들이 연희교육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자는 의미에서 ‘광대생각’으로 짓게 되었다.”

 

- 이 작품의 장르를 구분해본다면, 무엇이 될 것인가?

 

“창작연희극이다. 연희극이라는 것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전통연희, 그 가운데 남사당놀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창작한 극을 말한다. 연극처럼 대사, 몸짓 위주가 아닌 광대들이 연기와 연희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우리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면 배우들이 상모놀이를 하면서 대사를 하고, 두 명의 조종사가 인형을 조종하며 극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전통연희를 활용해 창작극을 만든 것을 연희극이라고 한다.

 

- 어떻게 줄 타는 아이와 아프리카도마뱀을 연결했는지?

 

”줄타기를 볼 때마다 개인적으로 줄 위에 서 있는 줄광대의 발디딤이 특히 섬세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작품 속에서 이 발디딤을 강조하고자 움직임들을 찾았고 아프리카의 전통 움직임이 발을 활용한 춤이 많다는 기억이 났다. 아프리카의 움직임과 우리나라의 움직임을 결합하면 색다른 몸짓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다. 이 아이디어가 이야기로 이어지며 아이와 아프리카도마뱀으로 연결되었다.

 

- 광대생각이 <줄ㆍ아ㆍ뱀>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작품의 줄거리를 짧게 표현한다면 첨벙 떠난 엄마를 찾아 떠난 ‘아이’의 환상여행이다. 작품의 내용을 무거운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무겁지만, 현대사회가 가진 사회문제를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불편하다고 피하지 말고 앞으로 벌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창작했다. 특히, 공연을 관람한 뒤 아이가 부모님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 광대생각이 가진 앞으로의 계획은?

 

“광대생각은 공연과 예술교육을 병행하는 단체다.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이를 예술교육으로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하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얻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연으로 다시 가져오면서 좋은 선순환 구조로 단체를 운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