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의대에 입학하고 한의학의 개론을 배울 때 듣는 한의학의 핵심 가운데 큰 개념이 [인체는 소우주]라는 문구였다. 이 말을 받아들이기 위해 흔히 말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와 ‘아전인수(我田引水)’의 기술을 활용하여 겨우 이해한 기억이 있다. 한의사로서 세월이 30년이 되다 보니 어느 순간 한의학 개론에 언급되었던 내용들이 하나둘씩 나에게도 체화된 것을 느끼게 된다. 어찌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것, 당연한 것들이 건강을 위해서는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건강을 위한 기본이 여러 가지 존재하는데 그 핵심은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과 외부와 얼마나 원만하게 소통하는가 하는 데에 있다. 소통의 첫째는 ‘호흡’이다. 내 몸에 필요한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고 더불어 자연지기(自然之氣)를 흡입하고 이산화탄소와 탁기(濁氣)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호흡을 원활하게 하여 여유를 갖는 것이 건강의 기초가 된다. 이렇게 심페기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에 대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소통의 두 번째는 ‘음식물의 섭취’다. 우리 몸은 외부로부터 음식물을 섭취해서 영양을 취해야만 내 몸을 유지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따라서 필요한 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소화흡수해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찌꺼기를 깨끗하게 변환시켜서 대변을 통해 자연에 환원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이렇듯 명확한 물질 이동을 동반한 소통도 있지만, 정신과 감정과 같은 관념적 소통도 있으며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氣)의 소통도 있다. 오늘은 이러한 소통의 시작인 오관을 여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부터 한의학 개념 가운데 만물의 직접적인 소통의 통로인 손발의 중요성에 대해 되새겨 보고자 한다.
1. 세수를 통하여 세상과의 소통의 문을 연다
아침에 세수하고 양치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에 무슨 의미를 두느냐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세수를 하고 안 하고를 견주면 생각보다 커다란 의미가 있다.
세수는 실질적으로 자각하게 하는 역할과 함께 나름 심오한 의미가 있는데 세수라는 행위를 통하여 안면을 자극하여 오관을 열어 정신을 깨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 뒤에 눈곱을 벗겨내고 눈의 문을 열어 세상을 밝게 보고, 콧물을 한번 풀어주면서 얼굴의 중심인 부비동의 기능을 활성화해서 오관의 감각을 깨운다. 호흡의 통로를 열어 충분한 산소를 얻고, 양치를 해서 입안을 개운하게 하면 미각이 열려 입맛을 얻게 되고, 귀를 열어 몸의 중심을 얻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세수라는 행위는 모든 사람이 모두 다 하므로 별다른 차이점이 없을 것 같은데 실제는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나게 된다. 겉으로 볼 때 세수를 했는지 안 했는지, 언제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오관이 온전하게 열렸는지 등의 구분이 있다. 이것을 얼마나 인지하면서 하는가도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비염에 걸린 사람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모든 사람이 세수하면서 안면을 자극(특히 부비동의 영역)하기 때문에 코점막의 혈류 흐름이 원활해지게 되어 코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곧 늘어난 호흡량을 충분히 가온가습 할 수 있도록 세수가 도와주는 것이다. 이때 가온가습이 미진한 사람의 경우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코의 기능을 폭발적으로 촉진해야만 해서 ‘재채기’를 통하여 점막 기능을 활성화하여 충분한 호흡량을 감당하도록 한다. 곧 세수라는 행위와 맑은 콧물 재채기라는 행위를 통해서 호흡기의 통로를 확실하게 여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통하여 호흡의 통로를 확실하게 열지 못하면 호흡이 부담을 받아서 우리 몸은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좀 더 확실하게 호흡기 통로를 열기 위해서는 코의 점막을 직접 세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며, 찬물로 세수를 하거나 좀 더 따끈한 물로 세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온전한 세수를 하려면 이렇게 하자
① 아침 일찍 세수 하라. 원칙은 해 뜨기 전에
② 시원하게 세수하라. 시원한 온도는 몸과 마음에 따라 다르다. 0℃~42℃
③ 오래오래 맛사지 하듯 하라
④ 비누, 샴푸, 치약, 코 세정제 등등을 충분히 활용한다.
⑤ 세수 뒤 열리지 않은 오관을 확인하라(정신, 시야. 호흡, 입맛, 중심)
2. 손바닥을 통하여 만사(萬事)와 통한다
손은 우리 몸 행동의 도구며 일을 하는 도구다. 곧 모든 일(萬事)의 시작과 끝이 손에서 시작해서 손에서 마무리된다. 그러므로 몸의 기능의 표징이며 한의학적으로 기의 시작과 끝을 상징한다. “손은 만사(萬事)와 소통하여 기의 순환을 원활케 한다.”라고 풀어서 말할 수 있다.
손의 움직임과 혈액 순환이 모든 세포의 기능, 장부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도록 유도하고, 반대로 온몸의 세포의 활력이 넘치고 장부의 기능이 활발하면 손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세상 모든 일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바탕에서 한방에서는 몸의 기능이 저하되어 병증이 나타났을 때 침(針)으로 기능을 촉발해서 치료할 수 있으며 손의 상태를 통하여 장부 기능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피아노를 치면 두뇌가 발달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손의 활동 자체가 온몸의 전체적인 기능을 활성화해주고 특히 손끝의 자극은 머리와 두뇌의 기능을 활발하게 작용하게끔 자극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에서 손의 움직임(노동, 활동)의 양이 적으신 분들은 적절한 손 운동을 통해 세포와 오장육부의 기능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3. 발바닥을 통하여 만물과 소통한다
문명 발달과 더불어 인간은 건강 면에서 얻는 것과 잃은 것이 다양하다. 얻은 것은 빼고 잃은 것들만 말할 때 가장 큰 것 가운데 하나가 “신발”이다. 문명의 발달로 신게 된 신발 때문에 발바닥이 땅과 접촉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신발 덕분에 발바닥 상처가 사라지고 감염이 줄어들고, 관절에 부담이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얻은 것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을 합쳐도 발바닥이 땅과 접촉하면서 얻었을 이득에 견주면 건강을 기준으로 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발바닥이 만물과 소통하면서 얻은 이득은 “발바닥이 만물의 기운을 흡수하여 인체의 구조를 튼튼히 한다.”라고 정의 할 수 있다. 곧 신발이라는 방해인자로 인하여 만물의 기운을 흡수하지 못하여 구조가 약해졌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현실적으로 해석하면 “인간이 이족보행을 하고, 신발을 신기 시작하면서 오장육부가 약해져 오만가지 장부의 질병이 생겼다.”라고 할 수 있다. 한방에서 말하는 잡병의 근원을 불의 문명과 신발의 문명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잃어버린 것의 하나는 “걷는 양이 줄어든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만보걷기에 대한 여러 건강상 이득을 말하는데 지극히 옳은 것이다. 인체의 구조적인 건강은 “맨발”과 “걷기”라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획득하면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바닥이 만물과 소통한다는 의미를 줄이고 줄여 의미를 축소하면 “발바닥이 신발을 신어서 자극이 줄어들었다.”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부분을 보강하기 위하여 지압깔창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좀 더 축소하면 신발을 신어서 엄지발가락과 연결된 옴폭 들어간 아치 부분의 자극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은 한방에서 비장과 연결된 경락이 흐르는 지점으로 우리 몸의 재활용 공장이며 조혈의 중심, 면역의 총사령관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신발을 신었을 때 우리 인간에게 가장 큰 손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비장이 약하게 태어난 사람은 비장이 튼튼해질 기회를 잃어버렸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장이 약하게 태어난 아이들과 나이가 들면서 비장이 약해진 성인들의 경우 맨발로 땅을 걷는 운동이 꼭 필요하다.
비장이 약한 어린이에게는 이런 특징이 있다.
배고픔을 별로 호소하지 않고 음식을 입에 물고 있다.
간혹 머리가 아프다 하고 코피가 종종 난다.
한숨, 하품 답답함을 많이 호소한다.
비장이 약한 성인에게는 이러한 증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겁고 오후 3시까지는 힘겹게 보내다 4시 이후부터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몸이 무겁고 힘들며 만사가 귀찮고 나도 모르게 자꾸 일을 미루기 시작한다.
소화속도가 느리고 식곤증을 호소한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분들은 당장 신발을 벗고 돌과 흙길을 걸으면 도움이 된다. 하루에 30분만 걸어도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