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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미닫이문을 열면 그 안에 구슬이 있다

한의학의 기본이해, 단전(丹田)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17]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의 삶에서 인연(因緣)이라는 말은 한 몸과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생의 진로를 한의사의 삶으로 정하고 한의대에 진학하는데 결정적으로 인연이 된 단어가 있다. 바로 정기신(精氣神) 삼보(三寶)이다. 대학을 선택하기 위하여 당시 종로서적에 있는 한의학서적을 훑어보는 과정에서 그 단어가 마음에 쑥 파고들어 왔다. 이때 피상적으로 알게 된 정기신(精氣神)이 한의학을 공부하는 토대가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진료와 치료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문화신문에 건강 칼럼을 올리면서 되도록 쉬우면서도 현대에 사용하는 일상용어로 풀어서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한방에서 사용하는 고유 명사만은 그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는 일이 빈번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고유 명사가 정기신(精氣神)과 수승화강(水升火降)이었건 것같다. 아울러 단전(丹田)이란 용어도 어쩔 수 없이 자주 사용하는데 단전이라는 말만 하면 구체적인 현상이 관념적 설명으로 바뀌는 듯하여 아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되도록 단전(丹田)과 정기신(精氣神)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글을 쓰고, 진료할 때도 말을 안 하려 하지만, 이것이 한의학의 토대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단전이란 단어가 튀어나온다.

 

특히 불면증과 관련해서는 단전이라는 말을 빼면 설명하기가 어렵고 장황하게 부연 설명을 해야만 한다. 불면증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단전에 힘이 떨어져 잠이 들기 어려운 것이다.” 라고 말하면 끝이다. 불면증을 부연 설명하면 의식과 무의식이 단전으로 침잠되지 못한 것으로 마음과 감정이 단전으로 가라앉지 못한 현상이라고 설명하면 된다. 여기에서 단전이라는 말을 빼고 설명하려면 곁가지만 열거하고 외형적인 모습이나 스트레스니, 나이 등 피상적인 것들만 들먹어야 하고 정확한 인과(因果)관계를 설명해내기 어렵다.

 

 

 

1. 단전과 심장 그리고 경맥과 혈관

 

인간의 생명활동을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세포라는 기본 존재와 육체의 활동, 정신의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매개로 하여 기능하기 위한 순환체계는 심장과 연결된 심혈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 역시 이와 같은 개념이 존재한다. 육체(肉體)와 정신(精神) 영혼(靈魂)을 망라한 정기신(精氣神) 체계가 있고 이를 연결하며 인체의 기능을 위하는 ‘단전(丹田)’과 ‘경락(經絡)’이라는 기(氣)의 순환체계가 있다.

 

특히 심장과 단전은 공통점과 유사점, 그리고 독특한 상호 보완관계로 서로 병행하여 설명하면 인체 생리활동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인체의 순환체계에서 심장을 주체로 한 동맥ㆍ정맥의 순환과 견줄 수 있는 구조가 단전(丹田)을 주체로 하여 독맥(督脈)을 중심으로 한 ‘양경락(陽經絡)’과 임맥(任脈)을 중심으로 한 ‘음경락(陰經絡)’이 있다. 양방의 순환계에서는 혈액(血液: 적혈구ㆍ백혈구ㆍ호르몬ㆍ영양분 등등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이 흐르지만, 한방의 순환계에서는 기(氣: 기에도 정(精)과 신(神)을 포함한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가 흐르는 것이다.

 

곧 한의학에서 말하는 인체의 대강(大綱)은 ‘정(精)을 씨앗으로 한 육체 속에, 육체와 정신을 매개하는 기(氣)가 흐르고, 신(神)을 기르면서 이루어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활동’이다. 이러한 ‘정기신(精氣神)의 활동이 단전(丹田)’이다. 단전에는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이 있는데 ‘상단전(上丹田)에 신주(神株)가, 중단전(中丹田)에 기주(氣株)가 하단전(下丹田)에 정주(精株)가 있으며 정(精)이 기(氣)와 신(神)이 되고, 다시 신(神)이 기(氣)와 정(精)을 부리는 과정’을 인체활동으로 보았다.

 

이러한 바탕 속에서 건강을 위한 학문이 한의학이며 정을 취하고 기를 단련하고 신을 기르는 생활을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선도(仙道)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한의학의 처지에서 각각의 정기신과 단전의 정의와 실제 한의학의 진료에서 접하는 예를 설명하고자 한다.

 

2. 단전(丹田)이란 무엇인가?

 

먼저 단전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단전을 풀이해 보면 단(丹:구슬), 전(田:밭)이다. 곧 단이란 구슬을 의미하고, 전이란 미닫이문, 의역하면 밭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그래서 단전이란 ‘미닫이문을 열면 그 안에 구슬이 있다.’ 다시 말하면 밭 전자를 달리 해석하여 농사지을 때의 밭은 부엌의 솥(鼎)과 같은 역할을 하므로 ‘솥 안에 구슬이 생긴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락(經絡)의 분포가 그물처럼 얼개로 되어있는데 그 형상이 밭과 같아서 전(田)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단전에 대하여 존재 여부에서부터 위치 등에 대해 견해가 다양하다. 단전(丹田)과 기(氣)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수련(修練)만 해보더라도 쉽게 인지(認知)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부연하지 않기로 한다. 단전의 좀 더 정확한 위치와 그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설명하고자 한다.

 

단전이란 해부학적 관점에서는 그 부위가 존재하지 않지만, 동양의 한의학과 호흡 명상법에서는 아주 중요시하는 부위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인체에는 3개의 단전이 있는데, 뇌(腦)는 수해(髓海:수-髓가 모이는 곳)가 되므로 상단전이요, 심(心)은 경관이 되므로 중단전이요, 배꼽 아래 4~5cm되는 곳이 하단전이다. 여기서 하단전은 정(精)을 간직한 곳이요, 중단전은 기(氣)를 간직한 곳이며, 상단전은 신(神)을 간직한 곳이라고 되어있다.

 

단전이란, 미닫이문을 열면 그 안에 구슬이 있다는 뜻이라고 할 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슬이다. 여기서 말하는 구슬은 이미 본질적으로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구슬, 원천적인 조화의 힘을 이미 가지고 있는 구슬을 말한다. 이는 우리의 몸 삼단전(三丹田)에 하나씩 존재한다.

 

이처럼 우리 몸에는 삼단전(三丹田)이 있고, 세 개의 구슬 곧 삼주(三珠)가 있는데 현실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곳은 하단전(下丹田)과 정주(精珠)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단전이라 말하면 보통 하단전을 의미한다.

 

 

하단전의 위치에 대해서는 각 수련 유파에 따라 달리 보고 있다. <석문호흡>에서는 기해와 관원의 중간 지점인 석문(石門)혈을 하단전으로 하고 있고, <국선도>와 <연정원>에서는 기해(氣海)혈, <단학선원>은 명문(命門)혈을 <한단회>에서는 관원(關元)혈, <수선제>에서는 제하 3-5cm를, <천도선법>과 <증산도>에서는 제하 10cm, <대순진리회>에서는 제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석문혈을 단전(丹田) 자리라고 보았는데, 배꼽으로부터 손가락 두 개(검지와 중지)의 두께 아래에 위치한다. 단전(丹田)은 단전그릇을 의미하며 그 그릇 안에 보물인 여의주(精珠)가 있는데 이를 얻기 위해서는 석문이라는 단단한 문을 열어야 하고 이러한 문을 여는 열쇠가 호흡이라고 보았다.

 

열쇠가 있다고 해서 아무 데나 갖다 댄다고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호흡 수련을 통해 문(門)에다 맞추어야 열린다. 곧 단전은 석문이라는 단단한 문 뒤에 있는 보물이다. 우리나라의 각 단체에서 말하는 단전의 위치는 한방 고유의 경혈(經穴) 자리를 토대로 말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독특한 작도법(作圖法)으로 단전 자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모두 석문혈의 자리와 비슷하다.

 

 

이러한 하단전은 삼단전의 뿌리이며, 인체의 정(精)을 생성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오장육부의 근본이 되고 십이경맥의 뿌리가 되며 호흡의 문이고 삼초(三焦)의 근원이다.

 

이러한 역할로서 단전은 기(氣)를 모으는 곳(취기:聚氣), 氣를 기르는 곳(양기:養氣), 氣를 단련하는 곳 (연기:練氣), 氣를 저축하는 곳(축기:蓄氣)이라 하여 특히 중요시한다.

 

이러한 하단전의 중심자리에 있는 정주(精珠)는 이미 본질적으로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구슬이며 원천적인 조화의 힘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구슬이다. 또한 한의학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삼초를 관장하는 자리이며, 정(精)ㆍ기(氣)ㆍ신(神), 곧 영(靈)ㆍ혼(魂)ㆍ 백(魄-肉)을 관장하는 자리고, 기(氣)를 모으고 화합하고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고 정의한다.

 

이러한 한의학적 설명이 쉽게 이해가 안 된다면 단전(丹田)은 내 몸의 전체를 주관하는 생체배터리라 할 수 있으며 충전상태의 에너지를 정(精)이라 할 수 있고 활동하는 에너지를 기(氣)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전과 관련하여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생체배터리를 잘 키우고 충실하게 충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바른 생활, 곧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단전을 단련하는 방법으로 ‘호흡 수련법과 무술 행공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