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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단가 <사철가>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7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 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이는 단가의 하나인 ‘사철가’의 부분이다. 단가는 판소리를 부르기에 앞서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다. 단가는 ‘사철가’ 말고도 ‘진국명산’을 비롯하여 ‘장부한(丈夫恨)’ㆍ‘만고강산(萬古江山)’ㆍ‘호남가(湖南歌)’ㆍ‘죽장망혜(竹杖芒鞋)’ㆍ‘고고천변(皐皐天邊)’ 따위로 50여 종이 넘지만, 오늘날 10여 종이 불릴 뿐이다. ‘사철가’에서는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라고 소리한다. 그러면서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라고 하면서 꽃이 핀 봄을 놓아버린다.

 

이제 낼모레면 춘분(春分)이고 진달래, 산수유 등 꽃이 피어 드디어 춘색(春色)이 완연한 봄이 오고 있다. 하지만, 공주를 대신하여 흉노로 시집간 왕소군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곧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라고 노래했다. 그녀는 “옷에 맨 허리끈이 저절로 느슨해지니(自然衣帶緩) 가느다란 허리 몸매를 위함은 아니라오(非是爲腰身)”라고 읊조린다. 고통스러운 흉노의 땅에서 몸이 날로 야위어간 왕소군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다. 지금 20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 치열하지만, 오미크론 돌림병 탓에 온 세상 사람은 고통스럽다. 바로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은” 그런 때일 거다. 제발 어디 신명 나는 세상을 만들어줄 사람은 없는가?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