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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꾸민 종이 속의 나비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추천 소장품 78] 남계우필화접도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조선 후기 인물인 남계우(南啓宇, 1811~1890)는 당대에 나비를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사실적이고도 세밀하게 나비를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남나비[南胡蝶]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남계우가 그린 꽃과 나비[南啓宇筆胡蝶圖]>가 전합니다. 종이 바탕에 그린 이 그림에는 세밀한 필치로 그린 나비들이 꽃 위에서 노니는 모습과 함께 붉은 모란, 흰 모란, 푸른 붓꽃 등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금으로 장식된 종이

 

옛사람들은 종이, 비단, 마, 모시, 면과 같은 다양한 재료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남계우가 그린 꽃과 나비>의 바탕은 종이입니다. 보통 종이라 하면 하얀 바탕의 종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남계우가 꽃과 나비를 그린 종이는 조금 다릅니다. 바탕에 금색으로 빛나는 작은 조각들이 보입니다. 금으로 장식한 종이입니다. 옛사람들이 만들었던 종이의 종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목적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종이를 사용합니다. 종이를 보기 좋고 아름답게 하려고 고운 색으로 염색하기도 하고 종이를 제작할 때 부분적으로 섬유의 양을 달리하여 종이에 무늬나 글자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특성을 넣고자 종이에 첨가물을 넣거나 표면에 특정한 물질을 바르기도 합니다.

 

옛사람들도 쓰임에 맞춰 종이를 제작하고 가공했습니다. 글을 쓰는 종이, 탁본을 뜨는 종이, 책의 표지를 꾸미는 종이 등 각 용도에 맞는 것을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종이를 꾸미는 방법 역시 다양했습니다.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인 종이를 만들기도 하고, 종이 외에 금(金), 은(銀), 운모(雲母) 같은 물질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가운데서 <남계우가 그린 꽃과 나비>의 바탕 종이를 꾸미는 데는 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금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금속 가운데 하나입니다. 은이 대기 중의 산소나 황화수소에 반응하여 쉽게 부식되고 색이 변하는 것에 견줘, 금은 부식되지 않는 성질로 인해 불변성을 가진다고 여겨졌습니다. 그 때문에 인류는 금을 귀하게 여겨 두루 썼습니다. 누렇게 빛나는 광택이 나는 이 금속은 전성(展性, 두드리거나 누르면 얇게 펴지는 성질)과 연성(軟性, 부드럽고 무르며 연한 성질)이 뛰어나 다른 금속에 견줘 가공하기에도 쉽습니다. 두드려서 아주 얇은 금박(金箔)을 만들 수도 있고, 곱게 가루를 내어 금니(金泥)로도 사용할 수 있지요.

 

귀한 금속으로 여겨져 두루 사용해왔던 만큼, 글과 그림에도 오래전부터 쓰였습니다. 금니(金泥)를 써서 불경을 필사하기도 하고 사경의 변상도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금박을 그림의 채색 재료로 사용한 사례도 두루 확인됩니다. 이와 같은 예시들은 그림을 그리는 재료로 금을 사용한 경우이며 남계우가 남긴 그림은 금을 써서 종이의 표면을 가공한 사례입니다.

 

바탕종이의 표면을 관찰해보면 종이 표면을 어떻게 가공했을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먹으로 쓴 글씨와 물감을 써서 그린 그림이 금박 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종이를 가공한 다음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공된 종이를 사서 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종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기록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금가루를 뿌려 만들었다고도 하고 금박을 붙여서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徐有榘, 1764~1845)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금을 이용해 종이의 표면을 장식하는 방법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에 따르면 종이에 아교와 백반을 바르고 금가루를 체로 걸러서 뿌려 만들었다고 합니다. 종이 표면에 바른 아교와 백반은 금박을 종이에 붙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남계우가 그린 꽃과 나비>나 이와 비슷한 종이를 쓴 사례를 관찰해보면 서유구나 남긴 기록 그대로 금가루를 뿌려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화면에 붙은 조각들은 크기가 1cm를 넘는 것들도 있어 금박을 사용한 것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금가루라는 표현을 말 그대로 금니처럼 고운 가루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옛 기록에 등장하는 금으로 장식된 종이

 

이렇게 금을 써서 장식한 종이는 냉금지(冷金紙), 쇄금지(灑金紙), 금화전(金花牋)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성종 14년에 “상당 부원군(上黨府院君) 한명회(韓明澮)가 중국 조정에서 얻은 궁각(弓角, 활을 만드는 데 쓰이는, 황소의 뿔) 1백 부(部), 쇄금지(灑金紙, 일본 금으로 만든 종이) 60장(張), 소지(素地) 4백 60장(張)을 바쳤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 성종이 쇄금지를 하사한 기록도 있습니다.

 

다만 이후로는 조선왕조실록에 쇄금지란 말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남긴 시를 보면, 냉금전(冷金箋)이란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 역시도 이러한 종이의 여러 이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대에 따라 쓰임에 따라 종이의 이름도 변화해온 까닭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남계우가 그린 꽃과 나비(> 말고도 남계우가 그린 나비 그림이 더 있습니다. 또 다른 <남계우가 그린 꽃과 나비[南啓宇筆胡蝶圖]> 역시 두 폭이며, 유사한 종이를 썼습니다. 바탕종이는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화면을 장식한 기법은 비슷합니다. 이 밖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정희가 쓴 묵소거사 자찬>도 금으로 장식한 종이에 쓰였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박미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