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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한국 근현대 조각 선구자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 열어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2021년, (사)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많은 사람들이 권진규 작품을 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총 141점을 기증했다. 기증 작품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조각, 소조, 부조, 드로잉, 유화 등으로 다양한데, 특히 1950년대 주요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술관은 기념사업회와 유족의 큰 뜻을 기리고, 2022년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회고적 성격의 전시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를 마련했다.

 

‘노실의 천사’는 1972년 3월 3일 『­조선일보』 연재 기사 「화가의 수상」 여덟 번째 편에 실린 권진규의 시, 「예술적 산보―노실의 천사를 작업하며 읊는 봄, 봄」에서 인용했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이 시는 권진규의 예술에 대한 태도, 작업 대상, 작업 방법, 작업의 궁극적 목표, 삶의 회한,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까지 낱낱이 담고 있다. 그의 시구 “진흙을 씌워서 나의 노실(爐室)에 화장하면 그 어느 것은 회개승화(悔改昇華)하여 천사처럼 나타나는 실존을 나는 어루만진다.”에서 노실은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아틀리에를 의미한다. 따라서 ‘노실의 천사’는 그가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이상, 즉 승화된 존재, 순수하게 정신적인 실체로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권진규가 일평생 ‘노실의 천사’를 구하고자 했던 여정을 따라 1947년, 그가 본격적으로 미술에 입문한 성북회화연구소(1946–1950)시절을 시작으로 1973년 5월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주요 작품 240여 점을 총망라했다. 자작시를 바탕으로 그가 평생을 불교와 함께해 왔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시는 시기별로 입산 (1947–1958), 수행 (1959–1968), 피안 (1969–1973)으로 전개된다. 세속적 삶을 떠나 고독한 미술의 세계로 입문하여 평생을 수행하듯 작업에 임했지만 살아생전 대중적 몰이해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고, 불교에 더욱 침잠하다가 결국은 스스로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과 작업을 그대로 담았다. 전시 공간은 권진규 아틀리에의 우물과 가마를 형상화하여 보다 그의 세계를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권진규의 작품세계는 〈지원의 얼굴〉(1967)로 대표되는 여성흉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동물상, 여성두상, 여성상, 자소상, 부조를 비롯해서 불상, 탈, 가면, 기물, 잡상, 유화, 드로잉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그는 자신을 예술가이기 전에 장인으로 칭했고, 그 옛날 이름 없는 장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에 큰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작품의 대상이나 크기에 따른 특별한 위계를 두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일관되게 눈에 보이는 사물 너머 존재하는 본질을 추구했고, 이를 위해 동양과 서양의 고대 유산을 참조, 자신만의 강건하고 응축된 형태를 통해 영원성을 구현했다. 이는 그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 온 썩지 않는 테라코타와 방부·방습·방충에 강한 건칠로 작품을 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예술관인 영원성, 전통의 현대화와 맞닿아 있는 테라코타와 건칠 제작과정을 김 겸 박사가 기획, 제작한 장을 마련, 이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서 그의 독자적인 작품세계 형성에 대한 기초적이면서도 충실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권진규는 당시 어떤 사조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채, 다양한 레퍼런스를 반영하면서 작품에 몰입하여 자신만의 모더니티를 구현했다. “진실의 힘의 함수관계는 역사가 풀이한다.”라는 그의 시구처럼, 동양과 서양, 구상과 추상, 주제, 재료, 기법 등에 있어서 어떤 제약도 없는 동시대 미술에서 그의 작품이 갖는 의미를 편견 없이 새롭게 들여다볼 때다.

 

<전시안내>

3월 24일부터 05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문의 02-2124-8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