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낡은 이발소 의자에 남은 거인의 숨결 - 엔젤 델가디요 아저씨께 바치는 노래 이윤옥 차가운 아스팔트 고속도로가 매끄럽게 뚫리고사람들이 속도를 쫓아 바삐 떠나갈 때오래된 길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숨을 죽였습니다 먼지 날리는 소도시의 저녁기적 소리마저 끊긴 셀리그먼은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모두가 등 돌린 그 길목에서당신은 가위 소리 대신 나지막한 기도를 심었습니다잊힌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고버려진 길 위에 추억이라는 이름의 꽃을 피워낸 사람아저씨의 눈물겨운 제안이 없었다면어머니의 길은 영영 어둠 속으로 묻혔을 테지요 이제 가위 쥐던 다정한 손길도나그네를 반기던 따스한 미소도 이곳엔 없지만손때 묻은 낡은 이발소 의자는홀로 남아 아저씨의 숨결을 기억하고 있습니다그 서글프고도 아늑한 자리에 앉아지나가는 나그네들은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덜컹거리는 마차가 마른 흙먼지를 일으키던그 옛날 서부의 붉은 노을이 의자 위로 쏟아집니다아저씨가 끝내 지켜낸 66번 도로 위에서우리는 속도의 시대가 잃어버린 가장 애틋한 낭만을당신의 빈 의자에 기대어 비로소 마주합니다. * 1926년 개설된 <루트 66>은 시카고와 산타모니카를 잇는 미국의 대동맥으로,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언뜻 사진으로 보면 마치 이태리산 스카프를 펼쳐놓은 듯한 무늬의 신비한 계곡 동굴, 그 이름은 미국 애리조나주 페이지 근처에 있는 엔텔롭 캐년(Antelope Canyon)이다. 이 계곡은 세계적인 사암 슬롯 협곡으로, 수백만 년에 걸친 물과 바람의 침식 작용을 통해 형성되었다. 미국 원주민 나바호족의 자치 구역 내에 자리한 이곳은 그들에게 매우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며, 자연 보호와 안전을 위해 개인적인 자유 관람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으며 방문객들은 반드시 나바호족 공인 안내원이 동행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사전 예약해야만 비로소 협곡 내부로 입장할 수 있다. 이 협곡은 파도가 일렁이는 듯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사암 벽면과 좁은 틈새로 쏟아지는 햇빛기둥이 결합해 시시각각 황홀한 장관을 연출한다. 내부로 들어오는 빛이 바위에 반사되면서 주황빛, 보랏빛, 붉은빛 등 신비로운 색채의 예술을 만들어내어 전 세계 사진작가들의 필수 출사지로 꼽힌다. 평지를 걸으며 강렬한 빛기둥을 감상하는 어퍼 캐년과 지하 계단을 내려가 역동적인 지형을 탐험하는 로어 캐년이 각각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데 기자는 지하계단을 내려가는 로어 캐년을 감상했다. 다만,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침묵의 탑 - 브라이스 캐년에서 이윤옥 황톳빛 흙으로 빚어낸 듯 깊은 협곡 아래 도열한 기묘한 바위 군단 마치 진시황릉 병사들처럼 말없는 열병식을 치르는 침식과 풍화, 그 영겁의 손길이 빚어낸 웅장한 작품 앞에서 나는 그만 숨을 죽인다 대자연의 숨결과 마주하는 이 시간 마음은 깊고 깊은 고요 속으로 가라앉는다 미국 유타주(Utah) 남서부에 위치한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은 수천만 년의 풍화와 침식으로 깎여 나간 거대한 황톳빛 돌기둥(후두, Hoodoo) 군단이 장관을 이루는 국립공원이다. 특히 공원의 대표 명소인 '인스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에 서면, 수많은 바위 병사들이 끝없이 도열한 협곡의 압도적인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깊은 영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Tower of Silence – At Bryce Canyon By Lee Yoonok As if molded from golden-brown earthA mys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관곡지, 붉은 향을 품다 이윤옥 명나라 아득한 곳에서 품어온 작은 씨앗 하나 선생의 도포 자락에 숨어 갯골 마을에 뿌리 내렸네 오백 년 흐르는 세월도 그 빛을 바래게 하진 못해 시흥의 작은 연못, 관곡지에 다시금 붉게 피어났구나 발아래 깊은 진흙은 어둡고 무거우나 줄기 곧게 세워 하늘로 뻗은 기상 세상의 탁함에 더러워지지 않고 오직 맑고 단아한 향기만을 사방에 퍼뜨리누나 활짝 은빛 이슬 머금은 꽃잎을 바라보며 내 안의 해묵은 먼지를 고요히 씻어내니 진흙 속에 뿌리박고도 푸른 영혼을 지킨 그 자태 오늘 대지 위에 피어난 군자의 서정이런가! <시흥 관곡지에 대하여> 조선 세종 6년(1424년)에 태어난 문신 강희맹은 세조 9년(1463년) 명나라 남경 전당지에서 연꽃 씨앗을 들여와 사위 권만형의 집안 연못에 처음으로 재배했다. 이곳에서 피어난 연꽃은 백련의 일종인 '전당홍'으로, 이 연꽃이 널리 퍼지자 세조는 이 지역을 '연꽃의 고을'이라는 뜻의 '연성'이라 부르게 했다. 성종 14년(1483년) 2월 18일 강희맹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가 남긴 역사적 유래는 이어졌으며, 현재 시흥시는 이를 기리기 위해 관곡지 주변에 대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범부채의 춤 쨍쨍 내리쬐는 칠월의 불볕더위 속 초록 칼날 같은 잎사귀들 차곡차곡 겹쳐 들고 스스로 바람을 부르는 부채가 된다 황적색 고운 치마 저고리에 점점이 박아 넣은 붉은 호피 무늬 화려한 개성을 감추지 못해 하늘 향해 꼿꼿이 고개 들고 피어난 꽃 지독한 가뭄에도, 세찬 장맛비에도 "정성 어린 사랑"을 고이 품고 보석 같은 이슬방울을 맺은 채 단 하루의 허락된 시간을 불태운다 노을빛 닮은 축제가 끝나갈 무렵 미련 하나 남기지 않겠다는 듯 타오르던 꽃잎 돌돌 말아 쥐고 조용히 가슴속으로 저물어가는 너 바람 없는 한여름 낮 너는 가만히 서 있어도 내 마음에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남김없이 피고 지는구나. 범부채는 한여름(7~8월)에 황적색 바탕에 붉은색 호랑이 무늬 점박이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들꽃이다. 부챗살처럼 차곡차곡 포개져 자라는 잎의 모양이 호랑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범부채'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말은 '정성 어린 사랑'이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꽃잎을 돌돌 말아 닫으며 단 하루만 살고 지는 특성이 있다. 참고 : ‘범’은 토박이말이고 ‘호랑이’는 한자 ‘虎(호)’와 이리를 뜻하는 ‘狼(랑)’이 붙어서 만든 ‘호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국립중앙도서관은 한국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디지털 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를 7월14일(화)부터12월31일(목)까지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 작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게임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한때 개발·유통되었으나 이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단종 게임과 미발매 게임 기록을 소개한다. 특히 도서관이 1980년대 초부터 수집·보존해 온 게임 잡지 4종, 매뉴얼 6권, 플로피디스크 게임 3점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한국 게임이 지닌 문화적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1존)도서관, 게임을 수집하다, ▲(2존)책장 너머의 게임들, ▲(3존)한국 게임의 시간여행, ▲(4존)게임을 지키는 사람들, ▲(5존)다시 켜는 한국 게임이다 등 총 5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붙임2 참조] 특히 1990년대 게임 잡지 광고에만 흔적으로 남아 있던 대표적 미출시 슈팅게임 「그날이 오면」을 인공지능 기술로 재현하여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이를 통해 잡지 기사와 광고, 인터뷰 등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사라진 게임도 최신 기술을 활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호숫가 보랏빛 미소 ‘부처꽃’ 아침 이슬 머금은 호숫가 길섶 치솟은 초록 줄기마다 알알이 타오르는 보랏빛 염원 먼 옛날 장마철 거친 물줄기에 연꽃마저 몸을 숨겼던 날 부처님 제단에 지극한 마음 하나 올릴 길 없어 발 구르던 이의 간절함을 채워준 꽃 화려한 연못의 왕관은 없어도 거친 진흙 속 물가에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낮추어 피어난 자비의 얼굴 너는 가장 낮은 곳에서 상처 난 중생의 마음을 씻어주는 보랏빛 자비의 화신이리라. The Lythrum’s Violet Smile by the Lake by Lee Yoonok Upon the lakeside path drenched in morning dew Along each soaring emerald stem Violet aspirations ignite grain by grain In days of old amidst the monsoon's raging torrents When even the lotus hid its countenance A soul stamped their feet in sheer despair Finding no path to proffer a devoted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왜 저 사람은 인생이 술술 풀리는 것처럼 보일까? 변화무쌍한 시대를 이기는 ‘나’ 데이터 활용법 무슨 일을 하든 여유 있어 보이고 왠지 모르게 술술 잘 풀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해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키고, 문제 상황이나 고민 앞에서도 불안해하거나 갈팡질팡하는 대신 자신에게 딱 맞는 선택을 수월하게 내린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걸까? 어떤 상황에서 특정 ‘감정’을 경험하게 되면 각종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작동으로 인해 그에 따른 태도와 행동이 일정하게 나타나는데, 우리는 이것을 ‘성격’이라 부른다. 즉, 성격이란 나라는 사람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패턴의 물결과도 같다. 이러한 패턴은 단순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는 것을 넘어 매일의 선택, 관계, 목표, 일, 스트레스 대처 방식 등 내 삶의 결을 결정 짓는다. 인기 블로그 〈무명자의 심리학 광장〉과 베스트셀러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등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며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주도적인 삶을 위한 ‘자기인식’의 중요성을 전하며, 성격 패턴이 어떤 식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자귀나무꽃, 목수의 가슴에서 피다 낮이면 내리치는 무거운 자귀 아래 부서지는 나무 파편, 거친 손발목 목수의 하루는 땀방울로 절어 가고 나무 베어내던 철의 날은 차갑기만 하다 손끝에 박힌 가시, 굳은살 마를 날 없어 돌아서면 가쁜 숨뿐인 고단한 삶이련만 어찌 이 딱딱하고 무뚝뚝한 자귀의 이름을 따 이토록 눈부신 분홍빛 환상을 품었을까 밤이 오면 칼날 같던 잎사귀들 서로를 포개고 거친 숨 몰아쉬던 목수의 가슴처럼 고요해질 때 하늘을 향해 흩뿌려진 연분홍 깃털들 지친 노동의 꿈이 허공에 만발한다 아, 저토록 황홀한 꽃그늘은 낮 동안 거친 나무를 다듬던 목수가 그 고단한 생의 모서리를 깎아내고 남긴 가장 부드럽고 가슴 시린 영혼의 불꽃이런가. [자귀나무 이름에 얽힌 세 가지 이야기] 자귀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삶의 애환을 담은 역사와 자연의 신비가 함께 녹아 있다. 국립수목원 자료와 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전라도 섬 지역(어청도 등)에서는 옛날부터 이 나무를 '작윗대나무(자귓대나무)'라고 불렀다. 재질이 유연하면서도 질겨 목공 도구인 '자귀'의 손잡이(대)를 만들던 나무라는 뜻이니, 이 나무는 본래 목수의 고단한 노동을 받쳐주던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망초(亡草)의 노래 농부의 흐르는 땀방울 속에서 진저리치며 뽑아내던 원망의 잡풀 얼마나 잊고 싶을 만큼 미웠으면 나라를 망하게 한 꽃이라 이름 붙였을까. 도시의 메마른 공원에서 기적처럼 무리 지어 피어난 어여쁨 사방이 막힌 빌딩 숲 사이에서 하얀 눈송이처럼 곱게도 피었구나. 누군가에게는 지우고 싶은 아픔이되 지친 도시민에게는 가만히 건네는 위로 미움도 그리움도 모두 녹여내며 오늘도 소박한 계란꽃은 환히 웃는다. ----------------------------------------------------------------- The Song of Mangcho (The Ruin-Weed) by Lee yoonok Amidst the flowing sweat of the farmersA cursed weed torn out with utter vexationHow deeply must they have wished to forget and hate itTo name it the flower that brought ruin to the nation. Yet in the parched park of the cityA mira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