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먼 곳에서 보면 흰눈의 언덕처럼 보이는 튀르키예 남서부 파묵칼레(Pamukkale)의 일명 ‘석회 언덕’ 위에 자리잡은 히에라폴리스(Hierapolis)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온천을 통한 치유와 휴양의 성소로 사랑받은 '성스러운 도시'다. 이곳에는 거대한 원형극장과 목욕탕, 대규모 공동묘지 등의 유적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88)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고대 유적지다. 튀르키예 히에라폴리스의 원형극장은 많게는 2만 명을 수용하는 압도적 규모와 정교한 대리석 부조를 자랑하는 로마 시대의 대표적 건축물이며, 도시 외곽에 조성된 네크로폴리스는 온천 치유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가 숨을 거둔 환자와 노인들의 석관과 화려한 가족 무덤이 1,200여 기가 들어선 소아시아 가장 큰 규모의 고대 공동묘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걸어서 둘러보기보다는 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관람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지금은 폐허더미지만 2천 년 전 당시 이곳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곳이다.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모두 갖춘 '복합유산(Mixed Herita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터키(투르키예) 안탈리아가 품은 지중해의 푸른 물빛을 가르며 전세 낸 요트(주로 개인적인 여가나 스포츠, 레저를 목적으로 하는 소형~중형 배로 소수의 인원이 배 전체를 빌려 독립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가 매끄럽게 물 위를 가른다. 지중해, 에게해 같은 낱말은 유럽인들에게는 동네 바다일 수 있으나 머나먼 동아시아인에게는 교과서에서나 들어보았음직한 아득한 바다 이름이다. 어제 그 바다 위에서 막 떠오르는 해돋이를 보았다. 터키 남부의 휴양도시 안탈리아는 터키인들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에게도 사랑받는 도시로 주홍빛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이 즐비한 지중해 해변을 끼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 경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지중해의 푸른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올림포스산(터키에서는 타흐탈르산이라 부름)도 볼만한 관광코스다. 터키에 도착하여 며칠 동안 고대 역사 유적지 탐방으로 심신이 지칠 때쯤해서 찾아서인지 안탈리아는 명성처럼 안온하다. 거기에 지중해가 있고 더욱 장관인 것은 지중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올림푸스산이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터키에는 '올림포스(Olympos)'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침묵의 동굴, 영원한 구원 - 수도사 계곡(Pasabag, 파샤바)에서 - 세상의 소음이 닿지 않는 곳 깎아지른 절벽 바위 기둥 속에 제 몸 하나 누울 관 같은 방을 파고 거친 빵 한 조각으로 생의 불씨를 지키며 수도사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른 가죽처럼 시들어버린 육신의 옷을 벗고 썩지 않을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던 그들은 과연 그들이 꿈꾸던 신의 품에 안겼을까 화석처럼 굳어버린 침묵의 현장에서 나는 오늘, 인간의 구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깊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던져본다. 터키(튀르키예) 중부 아나톨리아(Central Anatolia) 고원에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곳이 카파도키아(Cappadocia)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노천 박물관 처럼 수백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쌓인 재와 용암이 비바람에 깎이며 신비로운 바위 절경을 이루고 있다. 카파도키아는 4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세워진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실크로드의 중간거점으로 동서문명의 융합을 도모했던 대상(大商)들의 교역로로 크게 번창했으며 특히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어 응회암(凝灰巖, Tuff - 화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데린쿠유 — 지하 횃불이 비춘 신앙의 거울 횃불을 치켜들고 굽은 등으로 파 내려간 눅눅한 침묵의 성소 거친 손끝에서 짓이겨진 돌가루는 비명 대신 삼킨 기도의 파편이었으리라 햇살 한 줌 허락되지 않는 천 길 심연 속에서 처절한 생을 이어가던 초기 신앙자들의 검은 피눈물을 더듬다가 문득, 바벨탑처럼 솟아오른 오늘날 교회당의 종소리가 허공 중에 길을 잃고 흩어지는 잔영을 본다 박해를 이겨낸 그 푸른 의지는 박제되고 스스로 판 동굴보다 더 깊은 탐욕의 수렁으로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 오늘의 교회들 나는, 어두운 동굴 속을 말없이 걸으며 이름 모를 고결한 영혼의 거울 앞에 차마 고개 들지 못한 채 침묵했다. 터키(트루키예)에 있는 데린쿠유(Derinkuyu)란 어떤 곳인가! 데린쿠유는 튀르키예 중앙 아나톨리아,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척박한 대지 곧, 인류 처음으로 철기를 사용하며 오리엔트를 호령했던 고대 히타이트(Hittite, 기원전 18~12세기경)의 터전에 초기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위해 일구어낸 거대 지하 동굴(이를 지하도시라고 하지만 오늘날의 도시개념이 아님)이다. 이곳은 처음에는 로마의 기독교 박해를 피하고자 초기 기독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이스탄불에서 차로 40여 분 달리면 나오는 '발랏(Balat)'은 금각만((金角灣, 튀르키에말 '할리치')의 잔잔한 물결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오래된 구시가지의 낡은 건물들이 자리한 역사적인 지역이다. 이곳은 과거 유대인 집단 거주지였던 독특한 배경을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는 낡은 건물을 오색빛깔로 단장하여 이스탄불에서 색채감 넘치는 동네로 손꼽힌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파스텔톤 낡은 주택들이 줄지어 늘어선 풍경은 도시 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최근에는 감성적인 카페와 고풍스러운(빈티지) 소품가게, 예술가들의 공방이 대거 들어서 도시의 예술적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이 거리를 걸으며 통영의 벽화마을 동피랑을 떠올렸다. 튀르키예의 발랏과 한국의 동피랑은 낙후된 주거 지역이 색채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예술 마을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깊은 공통점을 지닌다. 발랏이 금각만의 해안 풍경을 배경으로 비록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역사적 건축물을 뽐낸다면, 동피랑은 강구안 바다를 내려다보며 아기자기한 벽화마을로 서민적인 정취를 전한다. 두 곳 모두 가파른 언덕과 좁은 골목이 특징이다. 하지만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기치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김희섭)은 3월 9일(월)부터 ‘책이음서비스*’(이하 ‘책이음’)를 내 집 앞 작은도서관으로 확대하고 학교도서관에서 이용한 독서 목록을 연계하여 학생 맞춤형 서비스 기반을 제공한다.* 책이음서비스: 전국 공공·작은도서관 간 회원 정보를 공유하여, 하나의 이용증으로 여러 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26년 2월 말 기준 2,824개관 참여, 약 653만 명 이용) 이번 서비스 확대로 공공도서관 중심이었던 책이음이 ‘작은도서관 정보누리*’에 가입된 전국 1,960여 개의 작은도서관을 대상으로 연차적으로 이용 가능하게 된다. 이용자는 작은도서관에서도 별도의 추가 가입 절차 없이 도서 대출은 물론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전체의 대출 이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양한 독서 정보도 책이음 홈페이지(books.nl.go.kr/one)에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 작은도서관 정보누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운영 중인 소규모 사립 작은도서관 전용 자료관리시스템 또한, 교육부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인 ‘독서로*’와의 연계 기반을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전국 초·중·고 학교도서관 도서 대출 목록을 공유하고,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영화 <남과 사는 남자>를 보았다. 영월의 짙은 녹음 속으로 유배된 어린 임금의 뒤안길에는 충신 엄흥도가 그림자처럼 머물렀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묵직한 유대감은 군신 관계를 넘어선 인간 대 인간의 숭고한 위로였다. 마을 주민들이 소리 없이 건네는 따스한 손길과 소박한 마음들은 삭막한 유배지를 수채화처럼 맑고 서정적인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임금과 백성이라는 가파른 벽을 허물고 마주한 그들의 모습은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순수한 인류애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 이면에는 조선의 권력 투쟁이 낳은 비극적인 운명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화폭처럼 아름다운 배경과 대비되는 단종의 젖은 눈망울은 채 피지 못한 생의 슬픔을 고스란히 전하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왕권이라는 거대한 폭풍에 휩쓸려 쓰러져가면서도 민초들의 사랑 안에서 마지막 온기를 나누던 소년 임금의 모습은 처연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엄홍도가 노산의 목을 조이는 부분과 노산의 싸늘한 주검을 안고 오열하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를 보는 모든 이가 말없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영화는 한 시대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난 인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사)한지문화재단 원주한지테마파크(이사장 김진희)는 오는 5월 열리는 ‘제28회 원주한지문화제’의 주요 야외전시인 ‘빛의 계단’을 시민과 함께 조성하기 위해 4월 23일(목)까지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빛의 계단’은 시민들이 제작한 한지 등 2,026개를 활용하는 대규모 설치 예술 프로젝트다. 순백의 한지 위에 2,026명의 손길이 더해져 전시가 완성된다. 프로그램은 원주한지테마파크 1층 ‘열린공간’에서 진행된다. 별도의 참가비 없는 무료 체험으로, 월요일 휴관일을 뺀 운영 시간(09:00~18:00) 내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다. 백지 위에 그려내는 초록빛 자연, 2,026개의 손길로 완성 참여자는 순백의 한지 위에 초록색을 활용하여 나무, 풀꽃 등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된다. 이렇게 수집된 2,026개의 결과물은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 보관되다가 축제기간 중 ‘빛의 계단’에 등(燈)으로 설치되어, 축제장을 싱그러운 초록의 물결로 수놓을 예정이다. 원주한지테마파크 관계자는 “빛의 계단은 시민의 참여로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되는 전시”라며, “4월 23일까지 많은 분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김희섭)은 인공지능(AI) 일상화 시대에 필요한 전 국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2026년 3월부터 11월까지 디지털 미디어 창작활용교육을 무료로 운영한다. 본 교육은 도서관 이용자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연간 1,4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꾸준한 호응을 얻어왔다. 2026년 교육은 ‘전 국민 AI 일상화’라는 사회적 흐름에 맞춰, AI를 단순히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실생활과 창작·연구·업무 전반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배우는 AI 입문 수업」 등의 AI 기반 실습 교육을 대폭 확대하고, 대상별·수준별 맞춤형 과정과 창작자·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새롭게 구성했다. 교육은 크게 AI 리터러시 아카데미, 1인 미디어 아카데미, 디지털 정보 활용 교육 3개 분야에서 총 27개 과정, 74차시로 진행한다. 에서는 AI 기초 이해부터 데이터 분석, 노코드* 활용까지 체계적으로 다룬다. <1인 미디어 아카데미>에서는 영상·전자책·웹툰 제작 교육과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적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디지털 정보 활용 교육>에서는 리서치 리터러시와 구독 전자 자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ChatGPT가 등장한 지 2년, AI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이 낯선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 채 설렘과 불안 사이를 오간다. 『낯섦과 공존: AI 시대를 위한 세계관 확장 수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매뉴얼이 아니라 AI라는 거대한 ‘낯섦’을 ‘공존’의 기회로 전환하는 관점을 안내하는 책이다. 18년간 구글에서 일한 저자는 혁신 기술 산업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우리의 삶과 사고의 틀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바라보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문제인지 정의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오늘날의 ‘마실 물’임을 짚어낸다. 전문적·기술적 장벽이 낮아진 시대일수록 인간의 질문과 통찰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서사’와 ‘사람 간의 공감’에 집중할 때, AI는 비로소 우리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담대한 목표를 꿈꾸게 하는 강력한 조력자가 된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AI가 낯설고 두려운 이들에게 권한다. 두려움을 성찰로 전환할 때 낯선 것과 공존하는 사유의 길을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