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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아닌 연등이 되어 줄게

이승룡, <금낭화의 꿈>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8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금낭화의 꿈

 

                                         - 이승룡

 

산사 가는 길목

도란도란 붉게 핀 사연

뉘 묻거든

부처님오신날 연등 못 단 이를 위해

기꺼이 한 몸 불살라 연등이 돼 줄게라

그리 답해주시게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꽃인 금낭화는 봄이 무르익은 4~5월 무릎 정도까지 키가 크고, 꽃대가 활처럼 휘면서 붉은빛 꽃이 여러 송이 피어난다. 꽃은 줄기를 따라 위로 올라가는데, 작은 크기로 끝이 양쪽으로 살짝 올라가 하트 모양을 이룬다. 그래서 영어로 ‘bleeding heart’라고 하는 모양인데, 이는 ‘피가 흐르는 심장’이란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부르는 이름은 이 하트 속에 하얀색이 붙어 있는데, 마치 작은 주머니처럼 생겼다고 해서 아름다운 주머니 꽃이라는 의미로 금낭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밖에 다른 이름으로는 옛날 여인들이 갖고 다니던 주머니와 비슷하다고 해서 ‘며느리주머니’라고도 부르며, 입술에 밥풀이 붙어 있는 듯하다고 해서 ‘밥풀꽃’이라고도 하는데 모란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등모란'이나 '덩굴모란'이란 이름도 있다.

 

처음에는 중국을 원산지로 생각했지만, 우리나라의 천마산, 가평, 설악산, 전북 완주 등지의 중부지역 산지에서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어 한국도 원산지임이 밝혀졌다. 금낭화는 이른 봄 새순을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지만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삶은 뒤 며칠 동안 물에 우려내야만 한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꽃의 모습이 마치 고개를 숙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순종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 이승룡 시인은 <금낭화의 꿈>이란 시에서 그저 순종이나 심장, 주머니 등으로 보기를 거부한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는 이때 맞추어 연등이라고 속삭인다. 부처님오신날에는 기꺼이 한 몸 불살라 연등이 돼야 하는데 이 연등 하나를 못 다는 중생을 위해 기꺼이 연등이 되어 주는 금낭화란다. 아름답고 붉게 핀 금낭화는 그 어떤 중생도 부처님께 다가설 수 있게 몸을 내어주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