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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핀 창가 기대어 잠 못 이루네

이매창, <규중원(閨中怨)>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8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규중원(閨中怨)

 

                                                                 - 이매창(李梅窓)

 

瓊苑梨花杜宇啼 옥 같은 동산에 배꽃 피고 두견새 우는 밤

滿庭蟾影更悽悽 뜰 가득한 달빛은 더욱 서러워라

相思欲夢還無寐 꿈에서나 만날까 해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起倚梅窓聽五鷄 일어나 매화 핀 창가에 기대어 새벽의 닭소리 듣네

 

 

 

 

이 한시는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의 하나인 매창(李梅窓, 조선 선조 때의 여류시인 본명은 이향금 - 李香今, 1573-1610)이 지은 "규중원(閨中怨)" 곧 <안방에서의 원망>이라는 시다. 옥처럼 아름다운 동산에 배꽃이 피고 밤에는 두견새가 구슬피 우는 밤, 뜰에 가득 채우는 달빛을 보니 오히려 임을 만나지 못한 서러운 마음뿐이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어 꿈에나 만나려고 잠을 자려는데, 임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저 잠자리에서 일어나 매화가 핀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으니, 새벽녘이 되자 닭이 우는 소리는 처량하기만 하다. 시인 유희경과의 가슴 시린 사랑이 매창의 시 한 편에 잘 표현되고 있다.

 

매창은 전북 부안의 명기(名妓)로 한시 70여 수와 시조 1수를 남겼으며 시와 가무에도 능했을 뿐 아니라 정절의 여인으로 부안 지방에서 400여 년 동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시인이다. 또 매창은 천민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이었던 유희경과의 가슴 시린 사랑은 물론 유희경의 벗 허균과의 우정으로도 유명하다. 매화 흐드러지고 두견새 우는 봄, 혹시 부안에 들리거든 매창 무덤(전라북도 기념물 제65호)과 매창공원에 서서 그녀의 시를 읊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