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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6. 야반도주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13]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문디 손, 문디 손아

담부랑은 와 타넘노

오입질 도적질도

팔자소관 분복인데

썩을 놈

양상군(자梁上君子)처럼

월담이 다 무어냐

 

어무이 고정하소 삽짝 밖에 다 듣것소

홀어미 버려두고 천형 짊어진 채

살포시 밤마실 와서 고하는 죄 볼 낯 없소

야반도주하였다가 문둥골에 숨어들어

나물국에 밥 말아 먹고 근근이 살아왔소

낼 아침 문둥춤 추는 놈이 아들이니 그리 아소

 

부디 잘 계시오 오늘이 막죽이오

고성장 한마당을 탈바가지 덮어쓰고

어허야,

덩더꿍 더꿍!

놀아나 보고 떠날라요

 

 

 

 

<해설>

아하, 이제 알겠다. 문둥춤 추는 놈이 누군지, 왜 그 한 많은 문둥춤에 젊음을 바쳐야 하는지. 들물댁과 정분이 난 얼금뱅이 총각은 소문이 나서 야반도주를 했구나. 아서라. 이미 소문 자자하여 갈 데도 없고 반겨줄 곳도 없었으니 고작 찾아간 곳이 문둥골이었다니!

 

문둥이들 나물국에 남은 밥 말아 먹고 하루하루 연명이나 하였구나. 문둥골에서 나와 어느 캄캄한 그믐날, 도둑처럼 담을 타 넘고 제집 찾아왔으니 어쩌것소. 몇 날 며칠, 탈바가지 얻어 쓰고 그들 몸짓 흉내나 내다보니 오광대 춤꾼이 되었구려. 그것도 문둥이 탈 덮어쓴 서러운 춤꾼!

 

오늘 이렇게 어머니께 고하고 이제 영영 집에 오지 않으리. 모자간 인연도 이제 막죽, 마지막인 줄 아시오. 내일 고성 장날 오광대 춤판에서 서럽게 춤추는 놈이 아들인 줄만 아시오. 광대패 되어 먼 먼 타관 땅 유랑 떠나기 전 고향에서 마지막 여는 춤판이니 꼭 오시어 아들 춤이나 한 번 보고 가시오.

 

4수로 엮은 연시조다. 첫수는 야반도주했다가 어느 날 몰래 담 타 넘고 들어온 아들을 탓하는 어머니의 노래이고, 2, 3, 4수는 그동안의 자초지종 고하는 아들의 노래다. 사랑이 죄라서 쫓기듯 마을 떠나 문둥골에 찾아들어 문둥춤 배워 온 불효자식이 무슨 할 말 있으랴.

 

뼈 빠지게 농사지어 양반에게 수탈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다 같은 신세끼리 남녀유별 못했다고 덕석말이에 몽둥이찜질이 웬 말인가. 하도 손가락질하여 야반도주한 얼금뱅이 청년의 춤, 문둥춤은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